수동 전투, 단순한 자동 제거 이상의 속뜻
탈것은 오직 인게임 사냥으로, 최대 변수는 BM?
현란한 '크로메데' 보스전 컷신에 담은 상징

'아이온'이 17년의 시간을 건너뛰었다.

엔씨소프트 대형 신작 MMORPG '아이온2'가 오랜 기다림 끝에 출사표를 던졌다. 29일 진행한 라이브 방송 '아이온투나잇'은 일상적으로 보던 평범한 게임 소개인 듯했다. 하지만 후반부 뜻밖의 내용 공개가 이어지면서 유저들과 업계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원작 '아이온'은 엔씨소프트의 'IP 황금기'를 상징하는 대표 게임이다. 2008년 출시 후 PC방 점유율 130주 연속 1위를 지켰고, 약 5년 동안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MMORPG에 군림했다. 이후 왕좌를 넘겨받은 게임도 자사 게임인 '블레이드 앤 소울'일 만큼, MMORPG가 곧 엔씨의 땅이라고 불리는 시기였다. 

아이온2는 엔씨가 어려운 시점에 다시 나타났다. 최초 공개부터 긴 시간이 지났다. 그만큼 오래 준비하고 담금질해야 하는 엔씨 대표 IP라는 의미다. 또한 게임 흥행, 이미지 개선을 모두 잡으려는 과감한 승부수도 발표에서 만날 수 있다.

■ 자동 없다 - '리니지라이크' 탈피의 가장 완벽한 근거

아이온투나잇 첫 방송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를 놀라게 한 지점이다. 모바일을 지원하는데 자동 전투가 없다. 모든 전투는 수동으로 하며, 후판정 액션으로 논타게팅을 접목해 더 감각적인 전투를 지향한다.

현존 모바일 MMORPG 중 자동 전투를 지원하지 않는 사례는 드물다. 유명 게임 중에서는 서브컬처 게임인 '타워 오브 판타지'를 제외하면 거진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 엔씨는 '리니지M'으로 시작된 리니지라이크 열풍의 창시자인 만큼 더욱 예상하지 못한 변화다.

그만큼 아이온2의 퀄리티와 조작 체계가 PC 플랫폼에 맞춰져 있다는 의미다. 개발진은 "PC 기반으로 최우선 개발한 뒤 모바일에 최대한 적용하는 순서로 작업 중"이라면서 사실상 PC MMORPG의 방향성을 암시했다. 

이름만 바꾼 리니지가 아니겠느냐는 예상을 완전히 불식시켰다는 점이 중요하다. 자동 없이 리니지M 방식의 게임 탄생은 불가능하다. 아이온2는 이로써 확실하게 차별화된 게임을 예고하게 됐다. 단, 모바일 수동 전투는 그만큼 위험성도 높아 거대한 승부수라고 할 만하다.

글로벌 서비스 중인 '쓰론 앤 리버티(TL)'의 사례를 참고하려 할 수도 높다. 오직 PC로 'TL'은 국내 출시 직후 전투 자동 지원을 활용했지만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고, 이를 수동 컨트롤 중심의 액션으로 완전히 탈바꿈하면서 글로벌 흥행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이온2가 해외를 함께 바라보는 게임인 만큼 더 섬세한 액션을 깎아낼 가능성은 높다. 

■ 탈것은 오직 필드 사냥 획득 - BM, 미지의 영역으로

아이온2는 지형과 지역의 제한을 받지 않고 어디든 비행이 가능하다. 게임 중 달리기와 비행이 가능한 탈것이 등장하자, 유저들은 채팅을 통해 "당연히 뽑기 과금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채팅을 본 개발진은 "이것들은 뽑기 없이 모두 인게임 사냥으로 얻는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마음에 드는 필드 몬스터를 직접 잡아 타고 다니는 것이다. 발표에 따르면 영혼 같은 조각을 모아 펫으로 확정 제작하는 시스템으로 보인다.

인게임 사냥을 반복해 그 재료로 성장하고 탈것을 만드는 방식은 최근작 중 '명조: 워더링 웨이브'가 에코 시스템으로 보여준 적이 있다. 다만 그 게임은 싱글에 가깝기 때문에 MMORPG인 아이온2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비행의 존재로 인해 유용한 몬스터를 향한 경쟁도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과금 모델(BM) 변수가 남았다. 업계에서는 아이온2 출시 시기를 4분기 유력으로 관측하고 있다. 개발진은 아직 아이온2 빌드에 BM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동이 없고 펫이나 직업 뽑기가 없는 상태에서 합리적인 과금 상품으로 제시할 지점에 호기심이 모인다.

■ '크로메데' - 던전 콘텐츠의 증명

방송에서 아이온 팬들의 감성을 건드린 부분도 있다. 원작을 즐겨왔다면 누구나 알고 있을 '불의 신전', 그리고 보스 '크로메데'의 장면 일부를 화려한 영상으로 공개했다. 엔씨 게임에서 가슴 떨리는 보스전 연출을 보는 것은 매우 오랜만이다.

아이온이 세력전으로 흔히 알려졌지만, 사실 게임 성장의 근간은 던전 PvE 플레이다. 클래스 역할을 기본으로 다양하고 방대한 던전 탐험이 있었고, 여기서 나오는 장비들은 상위 콘텐츠로 넘어가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크로메데는 유저 대부분이 한 번쯤 만나면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보스다. 당시 기준 매혹적인 외모를 자랑했고, 불을 활용한 패턴도 화려하고 재미있어 '국민 던전'의 보스다운 위용을 보였다. 이 크로메데가 진정 화려한 수동 공략으로 재탄생하면서 던전 퀄리티를 입증할 가능성이 올랐다. 

아이온2는 현실 안주를 거부하고 파격적인 도전을 택했다. 전투 재미가 살아나지 않으면 자동 포기로 인해 유저층만 축소되는 실착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조작의 재미를 살릴 경우 다시 게이머들을 불러모으는 플래그십 신작의 잠재력이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제 플레이 화면의 증명이다. 6월 FGT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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