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트라이브, 10년간 운영 끝에 5월 27일 서비스 종료
초당 피해량 9999 무량대수 X 무량대수... 턴에이 건담(흑역사) 등장
유저들 "망가짐도 극한에 다다르면 예술이 된다"
'흑역사'라는 단어가 건담에서 유래한 것임을 확실히 보여준 일이 일본에서 일어났다.
반다이남코 온라인에서 운영해온 웹게임 '건담 트라이브'가 5월 27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10년간 운영된 게임인 만큼 유저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 게임은 건담 팬덤에서 종종 입에 오르내렸다. 온라인 게임을 생각 없이 장기 서비스하면 수치 인플레이션이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임이다. 공격력이 '억'이나 '조'를 넘긴 지는 한참 전이다. 서비스 종료 직전까지 온 지금은 무량대수를 초월한 상황이다. 이에 게이머들은 망가질 거면 확실히 망가지는 편이 더 유명해지는 예시 중 하나로 사용하곤 했다.
그리고 서비스 종료까지 한 달 남은 시점에서 건담 관련 콘텐츠로서 가장 적절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바로 '월광접'의 등장이다.
이 게임은 2월경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고 남은 이벤트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최종 이벤트로 정해진 'BEYOND THE TIME'이 현재 진행 중이다.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를 모티브로 하는 이 이벤트에서 유저는 지구로 떨어지는 소행성 '엑시즈'를 파괴해야 한다.
운영진은 유저들이 파괴한 엑시즈의 수를 SNS에 공지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그 엑시즈의 체력이 160만 X 무량대수 X 무량대수다. 무량대수는 10의 68제곱이다. 이 정도면 얼마나 높은 수치인지 설명할 수도 없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파워 인플레에 익숙해진 유저들조차 이를 파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이에 운영진은 기다렸다는 듯 4월 28일 1초당 6자(秭: 10의 24제곱) X 무량대수의 피해를 주는 'G-루시퍼(월광접)'을 출시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2일에는 1초당 9자 X 무량대수의 피해를 주는 '턴엑스(월광접)'을 출시했으며, 6일에는 99자 X 무량대수의 피해를 주는 '턴에이 건담(월광접)'을 출시했다. 그럼에도 엑시즈를 파괴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개발진은 멈추지 않았다.
12일에는 초당 9999 무량대수 X 무량대수의 피해를 줄 수 있는 '턴에이 건담(흑역사)'가 출시됐다. 이로서 유저들은 엑시즈를 쉽게 파괴하기 시작했고 14일에는 총 50만 개의 엑시즈를 파괴했다는 공지가 올라온 상황이다.
건담 팬 입장에서 너무 깔끔하고 완벽한 결말이다. 다만, 아직 서비스 종료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이번이 마지막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수치가 너무 높아 어이없다 할 법도 하지만, 팬들은 이런 결말이 오히려 깔끔하고 정석적이라는 반응이다. 건담 IP에서 턴에이 건담과 흑역사는 종말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간 많은 건담 관련 웹게임 및 모바일 게임이 출시됐지만 이렇게 멋진 엔딩이 없었다는 반응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마지막이 '흑역사'로 장식된 것이 일품이라는 반응이다. 건담 역사의 한 칸을 장식할 정도로 재미있는 사건인 동시에, 흑역사로 감춰지지 않을 기억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