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밸런스, 황당한 버그, 긴급하지 않은 긴급패치
'스파6'에 완전히 빼앗긴 장르 주도권... "빨리 해결해야" 목소리 커져
"긍정 비율 한 자릿수는 처음 본다."
반다이남코의 '철권8' 시즌2가 기록하는 역대급 평가에 모든 게이머들이 놀라고 있다. 스팀 최근 평가 '압도적으로 부정적', 긍정률은 9%까지 떨어졌다.
철권8은 이달 1일 시즌2를 무료 업데이트했다. 첫 발표 당시는 기대감이 높았고, 게임 반등세를 이끌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DLC 캐릭터 안나 윌리엄스와 함께 히트 시스템 개선, 매치메이킹 재정비, 조작 편의성 개선 등 유저들이 건의해온 내용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업데이트 후 평가는 역으로 곤두박질쳤다. 업데이트 첫날, 93%에 달하는 유저가 '부정적' 리뷰에 표를 던졌다. 전체 평가는 '복합적'으로 다시 떨어졌다. 매일 혹평이 줄을 이은 결과, 스팀 최근 30일 평가는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는 귀한 풍경이 연출됐다.
최적화 등 게임 구동 문제는 없었다. 게임 바깥에서 언행으로 불거진 논란도 없었다. 순수하게 인게임 경험 때문에 벌어진 추락이다. 가장 큰 요인은 밸런스 붕괴로 인해 벌어진 게임성 하락, 그리고 미흡한 사후 대처와 연이은 기술적 문제다.
밸런스 붕괴를 상징하는 기술은 '잭8'이 사용하는 신규 기술 '메이크 썸 노이즈', 통칭 '건강박수'다. 첫 시전은 끊을 수도 없고, 가드해도 대미지가 들어오고, 횡이동도 맞으며, 일방적인 이지선다로 손해만 볼 수밖에 없는 사기적 기술. 급기야 대회 결승에서조차 철권8 최고수들이 대처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는 진풍경이 나왔다.
건강박수뿐이 아니다. 공격적 플레이를 과도하게 유도한 결과, 캐릭터별 기술이 먼저 적중하면 구조적으로 파훼가 어려운 수준까지 다다랐다. 딜레이 캐치와 심리전이 오가던 철권 시리즈 고유의 매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비판이 나온다.
느린 대처도 불에 기름을 얹는다. 대전 밸런스가 완전히 붕괴됐기 때문에, 당연히 시급한 핫픽스가 들어갈 것이라고 유저 대부분이 예상했다. 실제로 철권8 개발진은 잭의 메이크 썸 노이즈를 직접 명시하며 긴급 패치를 단행한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그러나 패치 시기는 4월 중순 또는 하순으로, 발표 시기에서 최소 2주 이상 기다려야 실시된다. 매치메이킹 게임에서 2~3주는 치명적인 기간이다. 패치 계획도 두루뭉실해 "전혀 긴급하지 않은 긴급 패치"라고 유저 불만이 더욱 거세진 계기다.
설상가상으로 추가 캐릭터 '안나'에게 버그도 터졌다. 안나가 뺨 때리기 기술을 사용할 때 상대 남성 캐릭터가 반격을 쓰고, 그때 안나가 특정 커맨드를 쓰면 서로 영혼이 바뀐 것처럼 상대 기술이 사용된다.
레이지 아츠까지 바꿔 사용할 수 있어서 우스꽝스러울 뿐 아니라 대전이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기술이 난립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밸런스와 기술적 불안정이 모두 겹치자, 국내외를 막론하고 "3D 격투게임만이 가진 장점이 모두 사라지고 단점만 남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시즌2 업데이트 직후 그나마 1만 6천명까지 회복하는 듯했던 스팀 일일 동시접속자는 며칠 만에 다시 6천명대로 내려앉았다. 업데이트 직전보다 오히려 더 유저가 이탈했다. 빠른 시일 내 패치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전체 매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다.
메이저 규모 시장 가운데, 현재 대전격투 최고 인기 게임이 '철권' 시리즈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6'가 대부분 지역을 석권한 상태다.
개발진의 향후 대처는 '철권' 시리즈의 생명력과도 연결될 수 있다. 철권은 격투 장르의 양대산맥 IP였으나, 이번 세대 경쟁에서 과도하게 밀리고 있다. '스파6'는 지난해 GOTY 후보에 이름을 올릴 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고, 지금도 스팀 유저 동시접속자만 3만 명을 넘는다. 오히려 갈수록 평균 접속자가 더 오르는 추세다.
격투게임 최대 e스포츠 축제 에보(EVO) 2025 참가자 통계에서 차이는 더 극명해졌다. 총 8548명 가운데 '스파6'는 6536명으로 73%의 압도적 비중을 점유했고, '철권8' 참가자는 불과 10%인 960명에 그쳤다. 지난해에 비해 더욱 큰 차이다.
철권은 3D 격투 장르 중 사실상 유일하게 흥행을 유지하는 게임이다. 반다이남코에게 중요성은 물론, 게임계 전체에서도 향후 발전을 위해 소중한 위치다. 아직 고정 팬이 유지될 때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마지막 희망을 가진 채 후속 대처를 기다리게 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