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에도 극적인 EVO 우승 거머쥔 철권의 신
긍정률 20%, 동접 6천... 철권8, 뼈를 깎는 각오 결과로 돌릴까
마흔 앞둔 나이에도 '철권의 신'은 멈추지 않았다. '철권'도 멈추지 않을 수 있을까.
11일, '무릎' 배재민이 격투게임 e스포츠 최대 축제인 EVO 재팬 2025 철권8 부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파이널에 직행한 무릎은 또다른 한국 선수 '물골드' 한재균과의 결승에서 2연패를 당하며 브라켓 리셋 위기에 몰렸으나, 이후 3연승으로 극적인 패패승승승을 달성해 또다른 '무나리오'를 완성했다.
철권8 출시 후 비교적 기량이 떨어졌다는 의구심을 받기도 했으나, 결국 모든 매치를 승리로 이끌면서 아직 철권의 전설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무릎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브라이언으로 거둔 우승이기 때문에 의미는 더욱 깊다.
반다이남코는 같은 날 홈페이지를 통해 철권8 패치 계획도 발표했다. 13일 패치를 통해 일방적 공격 우세를 가져가는 고성능 기술을 하향하고, 공중 콤보 및 횡 추적 성능 위력을 낮추면서 지나친 공격성을 조정한다. 또 6월 3일 추가 밸런스 조정, 여름 업데이트로 인기 캐릭터 '파쿰람' 추가를 알리면서 유저 마음 사로잡기에 나섰다.
이런 드라마와 게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철권8'의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 IP 역대 최악의 분위기로 불린 4월 시즌2 초반에 비해서도 크게 나아지지 않은 모습이다.
12일 현재 철권8 스팀 최근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며, 긍정률은 20%에 그쳤다. 고작 한 자리 퍼센트로 압도적 부정적을 기록하던 지난달에 비해 미세하게 나아졌다. 단, 여전히 악평은 절대 다수다.
동시접속자 역시 현황은 비슷하다. 미세하게 회복했으나 갈 길이 멀다. EVO 재팬이 한창 진행된 10일과 11일, 철권8 일일 최대 동접은 약 6천 명을 기록했다. 이것 역시 극히 부진한 숫자지만, 전일까지 5천 명 선이 붕괴될 위기였다는 점을 위안 삼아야 한다.
EVO 재팬 현장에서도 노력 속 우울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철권8 부문 주요 선수진은 한국, 그리고 일본과 서구권 일부가 전부였다. '스트리트 파이터6'가 대부분 국가를 평정한 탓이다. 설상가상, 몇 안 남은 철권 강국 파키스탄 선수들도 인도와의 분쟁으로 인한 공항 봉쇄로 대회에 참석하지 못해 일방적인 한국 무대가 됐다.
현장 무대에 오른 하라다 카츠히로 총괄의 표정이 좋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늘 유쾌한 쇼맨십으로 분위기를 주도해온 하라다 총괄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게임 개선 계획을 약속했다. 축제 자리였지만 매칭 시스템, 밸런스 문제 조정을 먼저 이야기해야 했다.
유저들은 개발진의 반성과 패치 계획에 일말의 희망을 걸면서도, 개선을 위해서는 갈 길이 너무나 멀다는 반응을 보인다. 사소한 기술 수정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근본적 시스템 문제가 오래 쌓여왔기 때문이다.
시즌2에서 게임 확장팩 수준 변화를 겪었는데 그 방향 자체가 유저 니즈와 크게 어긋났고, '건강박수'로 상징되는 불합리한 판정 기술이 난립했다. 상당수는 고쳐졌으나, 자세로 인한 밸런스 난항과 기본적인 버그 난립은 여전해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가장 먼저 적용되는 철권8 2.01.00 패치는 13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실시한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집 나간 격투게임 게이머들을 되돌릴 수 있을까. 앞으로 6월 초까지 이어질 패치에서 그 갈림길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