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리스 드래프트 "지역 리그, MSI, 월즈 전부 적용"
LoL e스포츠 담당자 '제스로 차'와 나눈 일대일 대화

"제카의 제드 픽 활약,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피어리스 드래프트 정식 도입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LoL 이스포츠 대회 운영 담당자 '제스로 차(Jethro Tsa)'를 만났다.

라이엇 게임즈는 MSI와 월즈를 포함한 모든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대회에 피어리스 드래프트 방식을 도입한다고 정식으로 밝혔다. 앞서 진행된 세트에서 두 팀이 선택한 챔피언을 다음 세트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1월부터 2월까지 진행된 'LCK 컵'이 피어리스 드래프트 방식을 채택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작년 한국의 LCK CL을 포함한 세계 여러 리그에 다양한 버전의 피어리스 드래프트 방식을 도입, 운영하면서 데이터를 쌓았다.

이후 'LCK 컵'에 풀 피어리스 드래프트 방식을 적용했고, 피어리스 드래프트를 적용한 최초의 국제 대회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가 16일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피어리스 드래프트 도입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라이엇 게임즈는 팬과 선수, 구단과 지속적으로 소통한 결과 피어리스 드래프트를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각 지역 리그의 남은 스플릿과 MSI, 월즈 등 모든 국제 대회에 피어리스 드래프트 방식이 정식 도입된다.

게임플은 13일 제스로 차와 삼성동 라이엇 게임즈 사옥에서 진행한 1대1 인터뷰를 통해, 피어리스 드래프트를 도입하게 된 이유와 앞으로 계획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Q. 간단한 소개 한마디 부탁드린다.

라이엇 게임즈에서 근무한 지 올해로 10년 차가 된 제스로라고 한다. 대회 규정 관련 업무를 맡고 있으며, 피어리스 드래프트 방식에 관여했다.

 

Q.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 대회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FST)’가 피어리스 드래프트로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시는 것처럼 올해 처음으로 피어리스 드래프트로 FST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일단 다양한 챔피언이 등장해 흥미롭다. 12일 경기에서 '제카'의 제드가 협곡을 지배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프로 선수들 또한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상당히 흥미진진하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것에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한다.

 

Q. 피어리스 드래프트를 도입하게 된 이유는?

롤에는 많은 챔피언이 있고, 경기에 기용될 수 있는 챔피언도 다양하다. 하지만 팬들과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프로 경기에서 특정 챔피언이 너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예를 들면 탑 선픽 크산테와 같은 경우다.

먼저 팬분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또한 라이엇 게임즈는 경쟁적인 콘텐츠와 플레이를 꾸준히 발전시키고 싶어 한다. 프로 경기와 솔로 랭크의 차이를 줄이고 싶었던 부분도 있다.

궁극적으로 챔피언 기용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팬분들과의 소통을 이어가면서 흥미진진한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피어리스 드래프트 도입을 결정했다.

 

Q. 한국에서는 피어리스 드래프트로 진행한 LCK 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이어 진행 중인 퍼스트 스탠드에 대한 국내 시청자와 커뮤니티 반응이 뜨겁다. 내부 분위기는 어떤지?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좋다. 특히 지역별로 진행한 팬 설문조사의 피드백이 대부분 긍정적이다. 다양한 전략과 챔피언을 볼 수 있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선수들 또한 긍정적인 분위기다.

 

Q. 피어리스 드래프트에서 블루 진영 승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적도 있었다. 실제로 내부에서도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블루 진영에 유리하다고 보는가? 맞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분석하는지 궁금하다.

실제 경기 데이터로 말씀드리자면, LCK에서는 확실히 블루 진영 승률이 높다. 하지만 진영 간의 승률이 차이가 없는 지역도 있고, 실제로 레드 진영 승률이 더 높은 지역도 있다. 이번 FST도 현재(13일 오전)까지는 레드 진영 승률이 52.8%로 더 높았다. 지역별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전략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팬분들과 선수들 모두 이러한 지적을 해주셨기 때문에 당연히 그 부분은 염두에 두고 지켜볼 계획이다. 당분간 MSI까지는 철저히 모니터링할 생각이다.

Q. MSI와 월즈 모두 피어리스 드래프트로 진행되나?

남은 스플릿과 MSI, 월즈 모두 풀 피어리스로 진행한다.

피어리스 드래프트 도입 후 한 달쯤 됐을 때 설문 조사해본 결과, 팬분들과 선수분들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주셨다. 일부 팬분들은 1년 내내 피어리스 드래프트를 유지해달라는 요청도 있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진지하게 검토하게 됐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팬, 선수분들과 의견을 교류하며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고, 데이터적으로도 챔피언 다양성 확보 등 의도했던 성과를 달성했다. 이와 같이 전반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고 판단해서 오래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Q.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정식으로 도입되면, 모든 국제 대회 및 지역 대회도 피어리스 드래프트로 완전 전환하는 것인지? 혹은 기존 룰로 진행하는 대회와 공존하게 되는지?

기본적으로 모든 경기를 피어리스 드래프트로 전환할 예정이다. 다만, 단판제를 진행하는 일부 지역에서는 피어리스 드래프트 없이 그대로 유지한다. 단판제 또한 그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모든 대회를 피어리스 드래프트로 전환한다고 해서 진행 중이던 단판제 경기를 다전제로 바꾸진 않을 것이다.

 

Q. 피어리스 드래프트 도입에 대해 지역별로 e스포츠 팬들과 선수들의 반응은 어떤가, 지역마다 차이가 있나?

모두 비슷한 반응이다. 전반적으로 팬과 선수들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팬분들은 다양한 챔피언과 전략을 볼 수 있어서 경기가 재밌어졌다는 반응이고, 선수들은 많은 챔피언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돼서 연습이 재밌어졌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실력 향상에 대한 동기부여가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Q. 선수들은 정해진 연습량에 더 많은 챔피언과 조합을 숙지해야 한다. 게임의 퀄리티가 낮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는 시청자들도 일부 있는데.

이 부분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4세트와 5세트에서 챔피언의 제약이 커지기 때문에 경기의 퀄리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아직 5세트 경기 데이터가 많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데이터를 계속 지켜보면서 피드백을 받아볼 예정이다.

물론 선수들의 준비 시간과 연습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선수들이 피어리스 드래프트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구단의 의견에 지속적으로 귀 기울이면서 지원할 예정이다.

Q. LCK CL은 5세트 피어리스 드래프트 해제, NA CL은 4세트 3밴, 5세트 노밴 방식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존 풀 피어리스 드래프트에서 저런 방식이 혼합될 가능성도 있나?

일단, 현재의 피어리스 드래프트 버전을 유지할 예정이다. 물론 구단과 팬분들과 얘기해 봤을 때, 4세트와 5세트에 챔피언 제한이 너무 많다는 의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다만, 방식의 변경 여부를 판단하기까지는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시스템에 큰 변화를 줬기 때문에 또 다른 변화를 적용할 때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현재 버전을 유지하고 계속해서 선수, 팬분들과 소통하고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면서 예의 주시할 예정이다.

 

Q. 피어리스 드래프트에서 감독, 코치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보는지?

확실히 더 중요해졌다고 보고 있다. 프로팀들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코치진이 전략도 수립해야 하고 경험과 연습 시간을 바탕으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감코진의 중요성이 높아진 것은 생태계 전반에 있어서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Q. 팀이 했던 픽만 금지되는 소프트 피어리스 드래프트도 일부 대회에서 적용했었다. 소프트 피어리스 드래프트 대신 풀 피어리스 드래프트를 적용하는 이유는?

일단 라이엇 게임즈는 모든 피어리스 드래프트의 개념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 소프트 피어리스 또한 시도해 보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1세트와 2세트에서 챔피언 다양성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실제 대회에서는 BO3 경기가 많기 때문에 1세트와 2세트에서 챔피언 다양성에 차이가 없다면 의도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런 측면에서 풀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더 나은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소프트 피어리스에서 풀 피어리스로 전환할 때 선수들의 의견을 물어봤고, 라이엇과 의견이 일치해서 확신을 갖고 전환하게 되었다.

 

Q. 개인적인 입장에서, 피어리스 드래프트를 도입하면서 5세트에 뽑히길 기대한 챔피언이 있나?

개인적으로 샤코를 보고 싶다. 프로 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챔피언은 아니지만, 샤코가 등장했을 때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심리전과 짜여지는 독특한 전략들이 기대된다.

 

Q. EWC와 같은 서드 파티 대회가 생기고,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서드 파티 대회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구단들은 많은 대회에 참여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라이엇 게임즈는 여러 가지 기회에 모두 열려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한국 e스포츠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첫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돼서 굉장히 기쁘다. 모두 즐겁게 시청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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