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강점과 단점, 알짜 분야 집중으로 최선의 결과 만들다
중국의 첫 콘솔 싱글 대작 '검은 신화: 오공'이 화제다. 신생 스튜디오 게임사이언스가 개발해 8월 20일 출시한 액션 RPG로, 중국 고전 '서유기'와 인기 캐릭터 오공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전투를 그린다.
스팀 동시접속자는 최대 241만 명을 기록하면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개발사 발표에 의하면 플랫폼 통합 동시접속 3백만을 넘긴 적도 있다. 9월 1일 기준으로도 최대 동시접속자 144만이다. 통계상 중국인 비중이 90% 안팎을 차지하지만, 그 숫자를 제외해도 콘솔 싱글 불모지였던 국가에서 의미 있는 확장을 거뒀다.
'오공'이 처음 이름을 알린 시기는 4년 전 트레일러다. 갑자기 튀어나온 하이퀄리티 플레이 영상이 이목을 집중시켰고, 그대로 출시가 가능하겠느냐는 갑론을박도 일었다. 그 결과는 메타크리픽 80점 이상의 호평, 1,500만장의 압도적 판매량으로 돌아왔다.
높게는 올해의 게임 강력한 후보라는 평가, 낮게는 그래픽 허울 빼면 부실한 게임이라는 평가가 함께 엇갈린다. 중국발 극찬 리뷰 홍수도 영향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장단점이 선명한 게임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공'에게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 강점을 요약하면 '첫인상'
게임뿐 아니라, 모든 문화 콘텐츠에서 빠른 화제성 전파는 초반 10분이 결정한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채 시작하면 조금 늘어지는 부분이 있어도 전체 평가는 올라간다. '오공'은 이 지점에서 완벽한 성공을 해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화려한 외관의 제천대성 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날아오르는 신을 보여주고, 이랑진군과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전투를 벌인다. 보스전 도중과 마무리 연출도 압도적이다. 과거 '갓오브워3'에서 시작과 함께 눈호강을 제공하던 포세이돈 보스전을 떠올리게 하는 기법이다.
오공에서 가장 공들여 연출한 티가 나는 부분은 처음과 끝이다. 작품 인상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곳들이다. 오프닝과 진엔딩에 강한 인상을 두고, 그 사이에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운 스토리가 배치됐다. 매우 많은 보스전에서 느끼는 액션 재미도 훌륭하다.
게임 인상의 완성은 아트워크다. 지극히 중국스러운 동양풍 판타지 배경을 아름다운 색채로 그려내 게임 어느 부분에서나 눈을 즐겁게 만든다. 서유기 소재 콘솔 대작이 없었던 만큼, 타 게임 참고 없이 독창적으로 그려낸 흔적이 나타나 예술적 가치도 높다.
■ 한 꺼풀 들추면 드러나는 허전함도
단점을 요약하면, 상호작용의 디테일은 부족하다. 이로 인해 느껴지는 대표 약점이 타격감이다. 보스를 타격할 때 공격 형태에 따른 반응이 다채롭지 못하고, 음향도 적절하지 않다. 그 결과 조작에 따른 손맛이 완전히 살진 않는다.
환경 상호작용도 아쉽다. 레벨 디자인은 차기작을 개발할 때 반드시 크게 발전해야 하는 분야다. 맵은 넓은 편이지만 보스를 제외하면 채워졌다는 느낌이 없다. 갈 수 있는 것처럼 열려 있지만 차원의 벽에 막히는 경험도 지나치게 많아 플레이가 부자연스럽다.
비효율적인 동선, 빈약한 모험 편의성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회복 포인트로 복귀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고, 미니맵을 숨긴 것은 좋지만 서브 콘텐츠를 찾아가는 가이드가 지나치게 없었다.
최적화 문제도 계속 이야기가 나온다. PC 버전은 치명적 오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높은 사양을 요구하며, PS5 버전은 후반 갈수록 프레임 드랍이 심각해진다는 리뷰가 잇따랐다. 이로 인해 PS5판 웹진 평점은 70점을 약간 웃도는 괴리감이 발생하기도 한다.
■ 좋은 의미로, 똑똑하게 장점만 부각시킨 '기획 수작'
한국어 스팀 리뷰는 85% 긍정으로 '매우 긍정적'이 표시되고 있으며, 영어는 약간 높게 90%가량이 형성된다. 이 정도가 평가로 가장 적절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올해의 게임 급은 아니지만, 중국은 물론 게임계에도 족적 하나를 남길 만한 수작으로 정리된다.
소울라이크에 해당하느냐는 논쟁도 있었지만 개발진이 직접 부정하기도 했고, 소울라이크 일부를 참조한 '인왕'의 틀에서 다양한 액션 게임의 영향이 섞인 형태다. 이제는 '소울'을 하나의 요소로 활용하는 게임이 많기 때문에 이분법적 정의는 어렵다.
'오공'은 기획 단계부터 영리한 선택을 했다. 투자 자본이 충분히 갖춰진 대신 싱글 개발 노하우는 부족했다. 잘 할 수 있는 기술적 그래픽 구성과 아트워크, 그리고 익숙한 소재의 내러티브에 주력했다. 압도적 그래픽과 연출은 사전 정보가 없는 유저들에게도 좋은 쇼케이스 효과가 됐다.
또, 자국의 문화 욕구를 자극할 '서유기' 세계관 선택이 적절했다. 게임 검열을 우선하는 중국 정부도 적극적인 홍보 태세를 취했고, 국민적 기대와 자부심이 일어나면서 폭발적 판매량과 리뷰 러시를 만들어냈다. 물론 게임 경험에서도 동양풍 아름다움과 신선한 분위기를 선명하게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게임에서 이런 판매량을 기록하는 것은 시장 차이로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오공이 유저 시각에서 강점을 극대화해 내세우고, 약점의 의미를 최대한 희석한 이 기획법은 배울 필요가 있다. 한국 역시 지난해부터 콘솔 수작이 연이어 등판하는 만큼, 동양권 신생 개발사들이 펼치는 선의의 경쟁이 앞으로도 기대가 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