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LF', 'P3', 공식 프로젝트, 그리고 유출과 해고 및 집단 퇴사
"퇴사 종용과 계획적 유출 있었나"... 양측 최대 쟁점
'다크 앤 다커'를 둘러싼 법정 싸움이 본 게임에 접어들었다. 넥슨은 '프로젝트 P3' 출신 개발진이 유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주장한다. 아이언메이스는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만든 게임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23일은 첫 변론기일이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부를 통해 열린 공판은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측이 각각 50분씩 브리핑을 통해 주장의 근거를 재판부에 설명했다. 유출된 데이터와 기획이 다크 앤 다커 개발에 사용됐는지가 최대 쟁점이다.
공판 자료를 통해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디테일이 보강되면서, 법적 공방의 시작인 유출 사건의 타임라인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넥슨 본사에서 시작된 일인 만큼 원고 측 자료 의존도가 높다. 5년 전인 2019년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다.
■ 'LF'에서 'P3'으로... "중세 판타지 익스트랙션" 내부 호평
출발은 '프로젝트 LF'라는 넥슨의 소규모 팀이었다. 2019년 11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약 8개월간 진행된 개발이었다.
당시 프로젝트 LF는 FPS와 RPG를 혼합한 장르였다. 중세 판타지 속 던전 탐험을 주요 플레이로 잡았고, 싱글 플레이 중심에 PvE를 더했다. 하지만 "개발 방향성은 좋았으나 충분한 시장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대신 '프로젝트 P3'가 시작됐다. 프로젝트 LF의 특징을 계승하는 방향이었다. 개발진 역시 13명 중 12명이 그대로 합류했다. 현재 핵심 피고인 아이언메이스의 최주현 씨는 프로젝트 LF에 이어 프로젝트 P3에서도 디렉터 역할을 수행했다.
중세 판타지 던전 탐험 콘셉트는 같았다. 다만 멀티플레이 중심으로 바뀌었고, PvE와 PvP를 혼합한 생존 탈출로 가닥을 잡았다. 즉 '타르코프'로 대표되는 익스트랙션 장르다. 2020년 8월 P3 원시 버전이 제작됐고, 9월 본부 발표를 진행했다. 넥슨 디렉터들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시 최씨가 넥슨 내부 210여명 대상자 중 '라이징 스타' 2순위 추천을 받은 흔적을 감안할 때 긍정적 분위기는 사실로 추정된다. 2021년 초 나온 프로토타입 역시 팀원들은 물론 사내 테스트에서도 좋은 반응이 이어졌다.
■ "사내 테스트 열릴 때, 유출도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넥슨 측 변론에 따르면, 최씨는 그 시점부터 영업비밀 무단 유출을 시작했다.
또한 최씨는 언리얼 엔진을 배워야 하는 단계였고, 기획 및 레벨디자인 담당 팀원 김씨가 사실상 혼자 힘으로 P3 원시 버전을 제작했다고 넥슨은 주장했다. 김씨는 아이언메이스에 합류하지 않았다.
변론기일에 제출된 증거물은 2021년 5월 3일부터 5일까지, P3 기획문서인 컴플루언스 내 전체 자료를 최씨가 자택 IP에서 다운로드한 로그다. 용량은 1.29기가바이트(GB)다. 이어 출근 위주 작업이 이뤄진 5월 31일부터 6월 23일까지 소스 코드가 집중 유출됐다.
최씨는 6월 23일부터 팀원들과 개별 면담을 했다. 게임 출시 여부가 불투명하며, 외부 투자를 받았으니 회사를 나가 따로 개발하자는 발언이 여기서 나왔다. 결과적으로, 팀원 중 과반을 훌쩍 넘긴 10인이 아이언메이스로 옮겨갔다.
면담 직후인 6월 25일부터, 다른 팀원 몇몇의 손으로 이뤄진 대규모 유출이 또다시 확인됐다. P3 원화 작업 관련 파일 61개가 외부 다운로드로, 6월 29일 3D 모델 데이터와 에셋 구매 등 7,145개 파일이 외장 하드로 유출됐다.
넥슨은 일련의 사태를 파악해 7월 1일 감사를 시작했고, 12일 징계위원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감사 당시 최씨에게 "서버에 조작이나 삭제가 없는 상태로 데이터를 넘겨야 하며, 자료를 삭제할 경우 증거인멸 시도로 간주할 수 있다"고 사전 경고했다.
하지만 최씨는 그 말을 들은 뒤 모든 자료를 삭제했다. 12일자 징계위원회 녹취록에, 최씨가 당시 김대훤 부사장의 관련 추궁에 "증거인멸이라고 생각 안 했다"고 답한 흔적이 나타난다.
■ 2021.8 : 쇼케이스 발표, 또다시 유출, 최종 퇴사, 아이언메이스 합류
2021년 8월 5일, P3는 '넥슨 뉴 프로젝트: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차기 기대작 중 하나로 소개됐다. 이때까지도 넥슨은 P3 개발과 출시를 밀고나갈 계획이 있었다는 흔적이다.
그러나 쇼케이스 직후, 8월 10일 전후로 추가 유출이 발생했다. 주체는 아트 파트의 현씨와 이씨, 두 사람이었다. 원화 작업 파일 14개, 그밖의 P3와 LF 관련 파일 549개가 이 시기 유출됐다. 이어 11일, 현씨는 퇴직 의사를 밝혔다.
이 두 사람은 곧바로 아이언메이스에 합류했다. 넥슨 주장에 따르면 8월 유출은 P3 프로젝트가 종료를 맞이하게 된 결정적 한 방이다. P3는 5월에 정식 프로젝트 승인을 받았고, 6월부터 감마맵 버전을 준비 중이었다.
아이언메이스는 2021년 10월 20일 설립됐다. 프로젝트 P3 마지막 유출 시점에서 두 달 만이다. '다크 앤 다커'라는 이름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2020년 9월, 1년이 채 되지 않아 1차 테스트가 스팀에서 열렸다. 당시부터 이미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고, 서구권 유저들의 접속이 몰려들며 갑작스런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 아이언메이스 "최씨 스스로 만든 아이디어, 집단 퇴사 권유도 없었다"
아이언메이스 측 변론에서 사실관계가 엇갈린 부분은 다수 있다. 우선 '중세 판타지 세계관'은 최씨가 넥슨 입사 전부터 제작하려 한 아이디어라는 것. 이에 대한 증거로 최씨가 2017년과 2018년 쓴 아이디어 메모를 제시했다.
또한 프로젝트 P3를 넥슨 경영진이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강요하며 드랍시키려 했고, 최씨가 압박에 못 이겨 퇴사했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이 점은 P3를 2021년 5월 정식 프로젝트로 승격시키고 8월 쇼케이스 발표작으로 배치한 넥슨 입장과 정면 대치된다.
그밖에 영업비밀 유출 및 도용, 권리 침해도 부정했다. 경찰 압수수색에서 유출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것이 근거다. "최씨가 넥슨에서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이 체화한 것으로 다크 앤 다커를 만들었다"는 것이 아이언메이스의 주장이다.
또한 최씨가 개인 면담으로 팀원들에게 퇴사를 종용한 적이 없으며, P3 중단 후 퇴사한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아이언메이스에 합류했다는 말도 남겼다.
넥슨은 최씨를 징계해고한 뒤 2021년 8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이어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민사를 제기해 본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는 다음 변론기일인 7월 18일, 증거 자료를 보완해 각자의 주장을 소명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