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방법으로 자료 교환, 비교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
최대 쟁점 근거인 소스 코드 및 초기 기획... "시간 끌기" 주장도

'다크 앤 다커'를 둘러싼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소송전에서, 최대 쟁점인 소스 코드등 핵심 개발 자료의 제공을 아이언메이스 측이 미루고 있는 정황이 나타났다. 

넥슨 소송으로 시작된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 분쟁 첫 본안소송이 5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원고인 넥슨은 자사 '프로젝트 P3' 팀장이었던 최씨의 무단 유출 과정과 '다크 앤 다커'와의 심각한 유사성을, 피고 아이언메이스와 최씨는 게임 내 요소들이 넥슨 입사 전부터 생각한 고유의 아이디어임을 강조했다.

양사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은 1월 26일 모두 기각된 바 있다. '다크 앤 다커'가 넥슨 'P3'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볼 여지는 크다고 인정됐다. 다만 시급하게 게임 배포를 금지할 보전 필요성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소송에서 시비를 가리기로 결정한 것.

결국 시작된 본안 소송전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로 '다크 앤 다커' 소스 코드와 프리 프로덕션 과정의 흔적이 꼽혔다. 게임 방식은 우연히 유사할 여지도 있으나 코딩과 최초 기획 자료는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소스 코드는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에 해당해 법적 보호를 받는다. 같은 코드가 발견되거나 'P3' 시기 자료를 의도적으로 가져간 것이 발견될 경우 기밀 유출, 저작권 침해, 무단 사용이 모두 인정될 결정적 단서가 된다.

2024년 1월 법원의 가처분 소송 결정문
2024년 1월 법원의 가처분 소송 결정문

■ "소스 코드를 받고 싶다면, 법적 대응 철회해라"

아이언메이스는 압수수색 당시 "소스코드 및 아트 리소스, 기획서 등의 내용을 수사 당국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공개했고 요구받은 내용도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게임플이 입수한 변론 자료에 따르면, 소송 진행 과정에서 다크 앤 다커 초기 기획 자료와 소스 코드는 제공되지 않았다는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 가처분 사건 당시 아이언메이스 신청서, 3월 입장문과 5월 변론 준비서면을 통해 확인된다. 

"...(넥슨 측) 정보나 자료를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는 진실을 밝힐 수만 있다면 본 절차에서 '다크 앤 다커' 개발과 관련된 로드맵, 마일스톤, 코딩 내역 등 모든 자료를 제출할 의사가 있습니다."
- 아이언메이스 측 가처분 신청서

"신속하고 확실한 문제 해결을 위해 기꺼이 소스 코드, 제작된 에셋, 기획 문서를 양사간 비교를 위해 제공할 의향이 있습니다."
- 아이언메이스 2023년 3월 29일자 입장문

"이른 시일 내에 마일스톤 1부터 7까지 단계별 기획문서를 제출하고, 이를 통해 '다크 앤 다커'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사실을 밝히겠습니다."
- 아이언메이스 2023년 5월 23일자 준비서면

경찰 1차 압수수색은 2022년 1월 20일, 2차 압수수색은 2023년 3월 7일 이뤄졌다. 반면 아이언메이스는 3월 말과 5월까지 소스 코드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로 제출해야 할 자료가 남았는지, 혹은 압수수색에 제공한 것을 그대로 공개한다는 의미인지는 불분명하다. 

아이언메이스가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2023년 6월 2일, 아이언메이스 측 대리인이 넥슨에 발신한 이메일에서 돌연 또다른 조건이 붙는다.

2023년 6월 2일 아이언메이스 대리인이 넥슨에 보낸 메일 일부
2023년 6월 2일 아이언메이스 대리인이 넥슨에 보낸 메일 일부

"만약 넥슨이 위와 같이 스팀에 대한 take down 요청을 철회하고 한국에서의 확정된 가처분 결정이 나올 때까지 추가적인 업무방해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면,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이 DnD(다크 앤 다커) 개발 과정을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기획자료와 1차~5차 테스트 버전 빌드파일을 넥슨에 제공할 것입니다."

사실상 청구 인낙을 조건으로 요구하며, 요구 수용 전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말이 바뀐 것이다. 

■ 넥슨 "모든 방법으로 자료 교환 요청... 매번 트집 잡으며 거절"

게임 제공 분쟁에 대해, 넥슨 측은 변론자료에서 "피고 측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넥슨은 2가지 제공 방법이 모두 가능하다고 알렸으나, 아이언 메이스가 "사소한 문제로 트집을 잡아 수령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첫째는 아이언메이스가 당초 입장대로 다크 앤 다커 초기 자료를 제공하는 동시에 넥슨이 'P3'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것. 둘째는 아이언메이스에게 'P3' 게임이 설치된 노트북을 제공해 플레이 환경을 제공하고, 아이언메이스는 비밀유지서약을 작성하는 것이다.

원고 대리인의 메일에 따르면, 넥슨은 첫 번째 제안에서 무리한 조건이 돌아오자 대안으로 노트북을 제시했다. 다음 심문기일인 6월 21일까지 두 버전의 'P3'이 모두 포함된 노트북 2대를 보내겠다는 것.

2023년 6월 2일, 넥슨 측 대리인이 곧바로 메일을 통해 제시한 대안
2023년 6월 2일, 넥슨 측 대리인이 곧바로 메일을 통해 제시한 대안
6월 14일, 아이언메이스 대리인의 답변 메일
6월 14일, 아이언메이스 대리인의 답변 메일

그러나 아이언메이스는 "왜 기간 제한을 두어야 하는지 넥슨의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없다"는 한편 "기간 제한으로는 사실상 P3 게임을 정상적으로 소송에 활용하기 어렵다"며 게임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넥슨 입장에서는 다크 앤 다커와 P3의 소스 코드를 비교해 유사점을 근거로 삼는 과정이 필요하다. 압수수색 당시 제출한 코드의 실체는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법적 증거를 사법부에서 마음대로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양사간 자료 교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언메이스 측에서 연속 거부를 행사하고 있다는 흔적이 나온 것이다.

■ "게임 뼈대가 한 달 만에 완성됐다"

아이언메이스가 모든 자료를 비공개에 부친 것은 아니다. 초기 개발 자료 중 Git 로그, 마일스톤 P1는 공개됐다. git 로그는 코드 변경 사항을 히스토리 방식으로 기록해 수정 과정 조회와 원하는 시점 되돌리기를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git 로그에서 오히려 의문점이 나온다. 첫 커밋이 2021년 9월 15일로 잡혔는데, 시작부터 기획 과정 없이 한 달 만에 몬스터 추가가 이루어질 정도로 빠른 속도의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P3 팀장이었던 최씨가 자료 무단 유출로 넥슨에서 정리해고된 시점은 같은 해 7월, 아이언메이스 설립은 10월이다.

인디 게임사 창립 후 1년도 되지 않아 높은 완성도로 공개 테스트가 가능한 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업계에서도 의아한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구체적인 초기 기획 과정과 코드 공개가 미뤄지는 한, 법정 검증 의문은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민사부(부장판사 박찬석)는 두 게임의 소스 코드 및 개발 자료를 속히 대조하라고 요청하는 한편, 7월 18일 변론기일을 속행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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