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원과 떠들며 나아가던 'RPG'의 본질... 그마저도 잘 살린 걸작
변수 가득 멀티플레이에 '웃음 계속', 콘텐츠 지속 건의 줄이어
[게임플] CRPG의 멀티플레이 속에는 아직도 TRPG의 낭만이 살아 있다.
'발더스 게이트 3'이 멈추지 않는 고공행진으로 세계 게임계를 휩쓸고 있다. 웹진 리뷰가 60개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만점 평가가 이어지며 메타스코어 96점을 기록 중이다. 정식 출시 20일이 넘었지만, 스팀 동시접속자는 매일 60만을 넘긴다.
정통 RPG 장르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열풍이 평단과 유저 사이에서 모두 불어왔다. 장르 한계를 초월한 방송 열기와 입소문도 뜨겁다. 싱글 플레이 실황은 물론, 방송인들간의 4인 합방 콘텐츠까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CRPG는 테이블-토크 RPG(TRPG)를 비디오 게임화한 전통 장르다. TRPG는 모든 RPG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보통은 여러 플레이어가 한 파티로 뭉쳐 DM이 설계하고 지시하는 캠페인을 따라가며 자유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중 가장 보편적인 세계관이 발더스 게이트가 채택한 던전 앤 드래곤(D&D) 룰이다.
유저간 파티 플레이가 원조라고 할 수 있지만, CRPG는 멀티플레이가 크게 선호받지 않았다. 턴제는 더욱 그랬다.
개발사 라리안 스튜디오는 전작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2'에서도 멀티를 지원했지만, 어디까지나 중심은 싱글 플레이였다. 함께 접속해 끝까지 플레이하기에는 스케일과 볼륨이 지나치게 크고, 유저 개인의 템포도 느려진다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발더스 게이트 3는 그런 거대 볼륨에도 불구하고 파티 플레이를 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든 대화에 3D 컷신과 더빙이 들어가 함께 즐기는 데 어색하지 않다. 쾌적한 이벤트 공유를 위해 다양한 시스템과 옵션을 지원한 점도 호평이다.
스트리머들 역시 처음 싱글 플레이로 게임 재미에 흠뻑 빠진 뒤, 마음 맞는 방송들과 파티를 짜고 함께 처음부터 시작해보는 경향이 나타났다. 싱글 플레이는 본인 캐릭터와 3명의 동료 NPC가 한 파티지만, 각자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직업과 콘셉트를 갖춘 4명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이 멀티의 매력이다.
보통 튜토리얼 지역에서 서로 커스터마이징을 구경할 때부터 웃음이 나오게 된다. 자유도와 분기가 워낙 다채로워 전에 없던 전개를 경험할 수 있고, 게임 상호작용이 워낙 다채롭고 변수가 많아 돌발 장면이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대표적인 돌발 구간은 1장 초반 드루이드 숲이다. 드루이드 원주민들과 티플링 난민 집단이 거주 영역을 두고 갈등을 벌이는데, 말다툼 중에 꼭 파티원 가운데 한 명은 멋모르고 드루이드 영토에 발을 딛으면서 전쟁이 시작되는 모습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매번 등장하는 주사위 체크를 지켜보며 함께 손에 땀을 쥐기도 하고, 터무니없이 낮은 주사위로 실패 분기가 나올 때도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된다. 그밖에 한 명의 '트롤'로 전멸 위기에 처하거나, 반대로 한 명이 영웅이 되는 등 다양한 희노애락이 파티 플레이에서 펼쳐지고 있다.
발더스 게이트 3를 멀티플레이로 엔딩까지 가는 방송은 극히 드물 전망이다. 100시간에 달하는 플레이가 필요하고, 처음 정해진 파티 캐릭터들로 변동 없이 가야 한다. 네 군데 방송에서 그 정도로 오랜 시간 정기적 일정을 맞추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RPG의 고유 낭만이 느껴지는 합동 모험, 각 파티마다 다르게 전개되는 자유도로 인해 합방 지속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다수 나온다. 굳이 끝까지 가지 않아도 모험 자체가 즐겁다는 반응도 많다.
세계적 흥행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 장르가 게임계를 강타하고, 멀티플레이가 힘들다는 시스템을 통해 파티 콘텐츠가 되살아난다. TRPG의 재미, RPG 본연의 깊은 맛이 발더스 게이트 3에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