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재해석 '뉴트로'... 게임 업계에서도 대세로
신작에 비해 적은 부담이 강점, 리마스터·리메이크로 새로운 경험 선사

[게임플] 최근 게임 업계에선 신작 출시 소식만큼 구작들의 리마스터 또는 리메이크 소식이 들려온다. 다 식은 줄 알았던 ‘뉴트로’ 열풍이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간직한 채 게임 시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뉴트로’의 핵심은 고전(retro)의 새로운(new) 재해석이다. 단순히 고전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흐름에 발맞춘 고전의 변화가 핵심으로 과거 발매된 게임의 리메이크와 리마스터 작업이 이에 해당한다.

하나 중요한 점은 얼핏 비슷해 보이는 리메이크와 리마스터 사이엔 명백히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리마스터는 고전 게임의 그래픽이나 사운드 등의 요소를 최신화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 2: 레저렉션’과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다.

반면 리마스터는 고전 게임의 핵심만 유지한 채 그 외의 모든 요소를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전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는 남기고, 오래된 시스템이나 콘텐츠는 과감하게 바꾸는 작업이다. 2008년 발매된 동명의 게임을 리메이크한 ‘데드 스페이스(2023)’나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리메이크 작업이 대표적이다.

이는 비단 패키지 게임에 한정되지 않는다. 라이브 서비스로 제공되는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도 이러한 흐름이 존재한다. 넥슨의 ‘바람의 나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웹젠의 ‘뮤’ 등 PC 온라인 게임이 모바일 시장에 맞게 ‘포팅’되는 과정도 이에 해당하며, 최근에는 과거 피쳐폰 시대를 대표하던 모바일 게임인 ‘제노니아’와 ‘미니게임천국’이 리메이크되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게임사가 고전 게임 IP의 재해석에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IP의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최근 게임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높아진 게임의 퀄리티로 인해 게임의 제작비는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이다.

패키지 게임의 경우 특정 시기에 특정 기종에서 유행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1997년 닌텐도 64로 출시한 ‘골든아이 007’은 당시 게임을 했던 이들에겐 지금까지도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시기를 놓친 이들에겐 낯선 게임일 뿐이다. 이를 최신 게임기에 맞게 수정하고 이식하는 작업은 새로운 신작을 만드는 작업보다 훨씬 간단하다.

그뿐만 아니라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쌓아온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꾸준히 게임을 개발하면서 쌓인 노하우는 구작의 리메이크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데드 스페이스’다. 주인공 ‘아이작 클라크’는 원작에선 대사가 일절 없었지만 개발진은 후속작을 제작하면서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2023년 리메이크 버전에선 아이작의 내러티브가 자연스럽게 게임에 녹여냈고, 이는 유저들에게 전작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여기까지 게임사가 고전 게임 IP를 재해석하는 이유였다면, 이제부터 살펴봐야 할 것은 유저들이 이들을 소비하는 이유다. 수요는 없고 공급만 있었다면 이런 뉴트로 열풍이 불진 않았을 것이다.

고전 게임 IP의 재해석은 그것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추억을 선사한다. 인간의 뇌는 12세에서 22세 사이 많은 양의 호르몬을 배출하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시기에 접한 경험은 우리에게 엄청난 자극을 남기는데, 이때 느낀 쾌감이 우리에게 잊히지 않는 추억이 되어 우리 곁을 평생 맴돈다. 어릴 때 했던 게임이 유독 좋게 추억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고전의 명성이 일종의 마케팅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자연히 고전 작품은 고전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즉 ‘고전’이라는 수식어엔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신뢰가 내포된다는 것이다. ‘파이널 판타지 7’이나 ‘바이오하자드’처럼 리메이크된 유명 IP의 경우, 수작이라 평가받았던 당시의 명성이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이어져 게임을 소비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모든 리메이크와 리마스터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GTA 트릴로지’ 리마스터는 전혀 현대적이지 않은 그래픽 개선에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버그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리마스터는 대부분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3편의 리마스터는 원작에 비해 개연성이 떨어지고 개성마저 잃어버렸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고전 게임의 부활이 비교적 안전하고 확실한 흥행 수표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과거의 추억은 달콤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이 맛을 좇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흥행은 시대에 맞는 재해석이 제대로 이뤄졌을 때 가능한 것이다.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과거에 머무른 게임은 껍데기만 바꾼 자기 복제일 뿐이며, 이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게이머들의 눈은 낮지 않다.

올해도 여러 고전 IP가 재출시 소식을 밝혔다. 2003년 출시된 ‘페르시아의 왕자’나 2001년 ‘사일런트 힐 2’ 같은 명작 역시 리메이크되어 출시될 예정이다. 이들이 제공할 새로운 경험에 유저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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