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단순 마케팅 대상... 천만 관중 시대에 '인게임 테마' 최대 활용
한국-일본 겨냥한 게임들에게 핵심 블루 칩으로
"가을야구 윤곽 보이는 9월, 더 많은 게임 테마 나올 것"
게임사에서 야구 테마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반려가 일상일 때도 있었다. 시대는 뒤집혔다. 이제는 너도나도 야구와 손을 잡으려는 현상이 보인다.
한국프로야구(KBO)가 역대 최대 흥행을 통해 국민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2024년 사상 최초 1천만 관중을 돌파했고, 올해는 더욱 빠른 속도로 천만 관중에 다다랐다. 가족 단위는 물론 여성층을 비롯한 젊은 팬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앞으로 전망도 밝다.
문화생활 물가 상승으로 야구 입장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졌고, 굿즈와 응원 문화 등 팬 콘텐츠의 발전도 핵심 이유로 꼽힌다. '최강야구' 등 미디어 콘텐츠 수요도 갈수록 우상향이다. 게임사들의 눈빛 역시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게임계에서 야구는 오랜 기간 게임을 바깥에 알리려는 마케팅 영역에서 활용됐다. 엔씨소프트는 KBO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를 운영하고 있고, 2020년 창단 최초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 직후 마운드 위에서 '리니지'의 상징인 진명황의 집행검을 들어올리는 세리머니가 대중들에게 크게 각인되기도 했다.
다른 게임사들도 자사 라이브 게임과 신작 마케팅을 구단 행사와 연계하며 효과를 봤다. 구단과의 제휴를 통해 광고 및 팬서비스 상품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그때까지도 야구 소재를 게임 내에 콘텐츠로 개발하는 것은 도박이었다. 게임과 향유층이 다르다는 인식이 강했고, 게임 분위기와 맞춰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KBO 흥행 돌풍에 가장 웃음짓는 기업은 국내 야구 게임 자체를 점령한 컴투스다. 과거 야구를 두고 다양한 경쟁작들이 붙었지만 결국 매해 생존에 성공한 게임사다. 미국 메이저리그를 다루는 'MLB 라이벌'과 'MLB 9이닝스',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 'OOTP'까지 보유하며 자리를 굳혔다.
컴투스는 2025년 1분기 매출 1,680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상승을 기록했다. 다른 게임들의 매출 하락에도 불구하고 오직 스포츠 장르가 21.3% 급등하면서 나온 실적이다. 올해 야구 게임으로만 1,500억 원 이상 매출 전망도 나왔다.
야구와 전혀 연이 없었던 게임들도 테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한국 대표 리듬게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는 이달 17일 업데이트한 신규 16시즌 테마를 '야구'로 잡았다. 기존 캐릭터들의 야구 경기 콘셉트, 야구공으로 디자인한 노트 스킨이 특히 많은 관심을 모았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KBO와 공식 콜라보를 실시하는 강수를 뒀다. KBO 리그 10개 구단 중 8곳이 참여해 홈 어웨이 유니폼 의상을 제공했다.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만 빠졌다. 게임 속에서 캐릭터 성별에 상관 없이 원하는 의상을 구매해 착용이 가능하고, 응원팀 유니폼과 함께 모험과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야구 열풍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또다른 분야는 서브컬처다. 서브컬처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은 초기 서비스가 가능한 최대 시장 일본, 그리고 자국인 한국이다. 일본은 언제나 야구 호응이 매우 높고, 여기에 한국까지 관심이 커지며 매력적인 카드로 급부상한 것이다.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서버에서 지난 3월 'Pray-Ball! ~노려라! 만루 홈런~' 이벤트를 업데이트했다. 야구 경기를 무대로 신규 및 이격 캐릭터가 추가됐고, 야구팬들의 애환을 담은 한국과 일본의 각종 밈 패러디가 들어가면서 큰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 및 글로벌 서버는 8월경 추가 예정이다.
'승리의 여신 니케'는 미국 MLB 경기에 공식 콜라보로 참여하는 파격적 퍼포먼스를 보였다. 지난 6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홈 구장에서 LA 다저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체험 행사를 열었으며, 인게임에 야구 미니게임과 스킨을 탑재해 새로운 즐길 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야구 콘텐츠에 장벽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도 게임사들의 발걸음을 바쁘게 만든다. 20~30대 여성층은 물론, 10대 유저들에게도 야구가 더욱 친숙해지면서 '문외한' 계층이 극히 줄어들었다.
뉴미디어로도 관심이 옮겨붙으며 더욱 큰 잠재력이 기대된다. 야구에 처음 입문하며 그 매력과 마력에 빠지는 스트리머들 방송이 큰 인기를 끌고, 뉴비 스트리머에게 야구를 쉽게 알려주는 야구 유치원 콘텐츠도 열린다. 게임과 스트리머가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가는 지금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가을야구 시즌이 다가오면서부터 게임사들의 기획과 미팅이 더욱 활발해졌다는 후문도 있다. 2025 KBO는 현재 하반기에 접어들었고, 팀별로 약 50경기가 남아 있다. 막판 순위싸움이 치열해지고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가 이어지는 가을이 화제의 정점이다.
복수의 게임사 관계자들은 "겨울 전 비수기를 채우고, 올 추석 황금연휴를 노리기 위한 다수 게임사들의 계획이 가을야구에 집중되어 있다"면서 "9월부터 더 많은 게임에서 야구 테마 콘텐츠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