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동안 모두 바뀐 메이플스토리, '기대'에 부응한다는 것

넥슨코리아 메이플스토리 정현정, 김재유, 구유리 기획자(왼쪽부터)
넥슨코리아 메이플스토리 정현정, 김재유, 구유리 기획자(왼쪽부터)

"유저들의 비판은 이 게임에 기대가 있다는,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기대가 있는 한 계속 살아 있을 겁니다."

'메이플스토리'는 22년 동안 멈추지 않고 변화한 MMORPG다. 때로는 잘못된 변화로 게임이 흔들리기도 했고, 늘 다양한 유저 논쟁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제 '테세우스의 배'처럼 출시 초기 게임과 공통점을 찾기도 어렵다. 같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운영진의 답은 명쾌했다.

26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마지막 세션에서 메이플스토리의 라이브 서비스 경험담이 공유됐다. 넥슨코리아 메이플스토리 기획자인 정현정, 구유리, 김재유 3인이 번갈아 무대에 올라 그동안 이 게임이 유저들의 '기대'에 어떻게 맞춰왔는지 설명했다.

일반적 예술과 놀이에서 재미있는 순간은 기대가 충족되거나 반전되면서 생긴다. 하지만 라이브 서비스 게임 기대는 점차 달라진다. 어떤 기대는 빠르게 새로 등장하거나 사라지는 한편,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변치 않는 기대도 존재한다. 강연은 전투와 강화를 통한 기대 부응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 늘 변해온 기대에 부응하기, '전투'의 끊임없는 변화

메이플스토리에서 사냥은 전투 경험과 성장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그 모습과 기대가 많이 달라졌다. 과거 사냥은 전략적 위치 선정과 스킬 활용, 직업 역할 분배가 필요했다. 밀도 높은 전투경험이었다. 

갈수록 맵 전체를 혼자 장악해 젠 타임 안에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과거 유저들은 사냥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사냥이 쉽고 편안해지길 기대한다. 젠 타임 안에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는 '원젠컷', 그리고 그 상태를 편안하게 유지해야 사냥을 편하게 잘 한다는 말이 나왔다.

운영진들은 젠 타임을 늘리거나 맵을 좁게 수정하는 것도 고민했다. 그중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밈이 눈에 띄었다고 소개했다. 블독과 블래스터의 격차를 다룬 것이었다.

두 직업은 실제 전투에서 차이가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블래스터의 사냥은 굉장히 바쁘고, 불독의 사냥은 매우 한가했다. 유저는 피로도가 완전히 사라진 제자리 사냥을 원했다. 전투야말로 학습을 통해 재미를 느끼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유저 바람은 기획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고민한 결과, 우리는 유저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원칙보다 먼저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구유리 기획자는 회고했다. 그 결과 솔 아누스를 도입한 이후 유저 반응은 뜨거웠고, 우리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보스 전투도 바뀌었다. 과거는 코어 전투 경험이 기대되지 않았지만, 현재 메이플은 보스 콘텐츠가 성장 중심이 되며 스펙 외에도 컨트롤 실력이 요구된다. 이에 합리적인 평가에 대한 기대가 발생하게 됐다.

전투 합리성을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고도화된 보스는 유저 생존력을 시험한다. 잘 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메이플 구조상 유저가 통제하는 것은 스킬 운용뿐이었다. 이것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유저는 불합리를 느끼게 된다.

예시로 나온 직업은 '신궁'이다. 과거 거리가 멀수록 대미지가 증가하는 패시브가 있었지만, 유저는 거리 유지를 불합리하다고 느꼈다. 보스 위치는 바꿀 수 없고, 최적 거리에 위험 패턴이 발생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 그래서 신궁 거리 제한을 완전히 삭제한 뒤 인핸스 애로우 시스템으로 재탄생했다.

스킬 시퀀스도 기대 부응을 위한 결과다. 운영이 오래되면서 스킬이 쌓이자 정해진 순서대로 많은 스킬을 이어 써야 하게 됐다. 하지만 문득 복잡한 준비 과정이 전투를 합리적으로 만드는지 고민하게 됐다는 것. 

유저들은 본 스킬 사용 중 패턴에 맞는 것은 컨트롤 문제로 해석해도, 준비 버프 중에는 불합리한 경험이라고 느꼈다. 준비 과정을 삭제하고 자동 발동 스킬 시퀀스를 도입한 이유다. 그 결과 유저는 준비 과정을 간략화하고 터트리는 경험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라이브에서 유저 기대는 게속 바뀝니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우리 역시 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때로 기대를 늦게 읽거나 만족시키지 못한 순간도 있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기대를 나침반 삼아 계속 고민하고 변화해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 메이플스토리의 변하지 않는 기대, '가치 보존'

김재유 기획자는 유저들의 또 다른 종류의 기대, 바로 '변하지 않는 기대'를 설명했다. 메이플스토리는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플레이 가치 보존에 대한 기대는 변하지 않았다.

플레이 가치는 누적된 데이터의 가치를 뜻한다. 경험치와 레벨, 메소 같은 재화, 장비 아이템 등은 유저 노력과 비용에 따라 각자 가치를 가진다. 특히 메이플스토리는 매우 오랜 시간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가치 보존이 중요하다. 출시 12년이 지난 장비도 현역 수준의 성능을 가지고 생명력을 가지는 게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그동안의 시도는 두 가지 사례로 설명이 됐다. 하나는 스타포스 강화 개편, 하나는 데스티니 무기 업데이트다. 

메소의 가치 보존은 유저 가치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하지만 업데이트를 통해 진입 장벽도 완화해야 해서 메소 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한 메소 소모처를 게속 고민해야 했다. 스타포스는 그런 면에서 중요한 시스템이었다. 전체 메소 소모의 25%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 강화다.

개편 전에는 23성부터 기대 비용이 갑자기 15배 증가하는 구조였고, 22성의 한계를 둔 형태였다. 전체 대비 23성 이상 아이템은 매우 적었다. 역시 고민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면 22성에 도달이 맣아지고, 더 이상 메소 소모처로 동작하지 않을 것이었다.

단기적인 해결은 신규 장비 세트 추가지만, 그보다 장기적으로 23성 이상 강화 테이블을 개편해 더 매력적인 강화가 되도록 했다. 이 경우도 기존 23성 이상이었던 1천여 개 아이템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아이템들의 케어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완만하게 30성까지 기대 비용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스타포스가 메소 소모처로 수명이 증가하면서, 강화 단계 보정을 통한 기존 고강화 아이템도 단기적 가치 손실을 막았다.

항상 처음부터 정답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2018년 검은 마법사 업데이트로 추가된 제네시스 무기가 있었다. 최종 무기 역할을 했지만 6차 전직 등으로 해방 난이도가 쉬워졌고,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엔드 콘텐츠 무기가 요구됐다.

데스티니 무기가 바로 제네시스 무기를 게승할 엔드 콘텐츠였다. 하지만 기존 제네시스 무기의 가치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필요했다. 단순히 상향 전승하기엔 메소 소모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은, 강화 수치를 그대로 일반 전승하되 메소 소모로 강화가 가능한 방식을 채택했다.

쇼케이스 발표 결과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치열한 고민 결과 2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일반 전승시 데스티니 무기 해방 전까지 최종 강화를 할 필요가 없었고, 플레이 가치 보존을 기대하던 유저들이 불신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획 방향을 완전히 전환했다. 메소 소비처 기능은 과감히 포기하고, 온전히 엔드 콘텐츠 의도만 남기도록 상향 전승으로 변경했다. 이때 신뢰를 확보했기 때문에 지금도 유저들이 즐겁게 데스티니 무기를 향한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을 것이다.

"스타포스가 한 번에 정답을 찾았다면, 데스티니는 시행착오를 거쳐 정답을 찾아나간 사례죠. 과정이 어떠했든, 모두 플레이 가치 보존을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기획자는 변하지 않는 기대를 잘 이해하고 지켜내야 하며, 그것이 메이플스토리가 '원 앤 온리' 게임으로 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테세우스의 배, 그것 역시 메이플스토리

라이브 서비스는 유저 기대 부응을 위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과정이 순탄하지 않고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태초의 메이플과 상당히 다른 게임이 됐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대표 예시는 '테세우스의 배'였다. 출항할 때에 비해 나무 판자가 모두 바뀌었어도 원래와 같은 배인지 묻는 철학적 사고 실험이다. 하지만 누군가 그 질문을 한다면, 그것은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임을 믿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렇게 바뀐 게임이 여전히 '메이플스토리'인지 질문하곤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질문에 여전히 메이플스토리다, 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게임이야말로 라이브 서비스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현정 기획자는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메이플스토리이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라이브 서비스의 종료는 이 게임에 기대하는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이라는 것. 아무도 이 배가 테세우스의 배인지 궁금해하지 않는다면 명제 자체가 설립하지 않는 것과 같다.

"여러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힘들고, 때로 우리 가치관을 바꿔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판 역시 기대하고 신뢰한다는 의미고, 그런 기대를 받는 게임은 살아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기대가 있는 한, 우리는 계속 살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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