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WOL전에서 기이한 부진으로 2연속 역전패... 폼 회복 실패
11:4에서 9연속 패배 탈락 비극, 드라마 같은 승부의 희생양으로
명승부가 연달아 터졌다. 그러나 연속으로 희생양 역할을 맡아야 했다. 6일 개막한 발로란트 마스터스 토론토에서, 한국 팀 중 유일하게 출전한 젠지가 4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젠지는 18일 오전 열린 플레이오프 하위조 2라운드 매치에서, 아메리카 지역 1시드 팀 G2를 상대한 끝에 맵스코어 1:2로 패배했다. 17일 상위조 경기에 이어 총 2패를 기록하면서 마스터스 탈락이 확정됐다.
특히 팬들의 아쉬움과 비판이 큰 이유는 너무나 극적으로 패했기 때문이다. 젠지는 첫 맵 로터스에서 'JAWGEMO' 알렉산더 모어의 요루를 앞세운 2연막 2척후 조합에 무기력하게 밀리며 패했다. 하지만 2세트 헤이븐을 접전 끝에 13:11로 잡으며 기세를 회복했고, 최종 맵 아이스박스에서 11:4까지 차이를 벌리며 승리까지 단 두 걸음 남겼다.
그러나, 젠지는 거짓말처럼 그 후로 한 라운드도 따내지 못했다. 라운드 9연패를 한 끝에 11:13으로 극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현장 북미 팬들은 드라마 같은 G2의 생존에 환호성을 질렀고, 반대로 한국 발로란드 팬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결과였다.
젠지는 최대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혔다. 퍼시픽 2시드로 진출했지만, 마스터스 토론토 초반부에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냈기 때문. MIBR, PRX에 이어 또다른 우승 후보인 유럽 맹주 프나틱마저 파죽지세로 꺾을 때만 해도 결승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17일 중국 3시드 울브즈(WOL)와의 상위조 매치에서 기이할 정도의 폼 하락이 나타나며 0:2로 패했다. 전 세계에서 절대 다수가 젠지의 낙승을 예상했기에 더욱 충격적인 결과였다.
경기 내용도 팀과 팬들의 멘탈을 모두 흔들리게 할 만했다. 젠지는 두 세트 모두 초반을 압승하면서 각각 9:2, 8:4까지 앞서나갔다. 그러나 후반 들어서면서 거짓말처럼 경기력이 떨어졌고, 전부 역전패를 당하며 이번 대회 가장 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바로 하루 만에 G2와 대결하면서 결국 회복에 실패했다. 상대팀의 좋은 폼과 맞물려 샷 에임이 크게 떨어진 동시에 의아한 판단이 계속 겹쳤고, 후반전 전술 변화에서 경직된 모습이 발목을 잡았다.
'텍스쳐' 김나라의 활약이 눈부셨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맵마다 홀로 절정의 전투력을 선보이면서 퍼시픽을 넘어 전 세계 최고급의 타격대임을 재차 입증했다. 그러나 팀의 전체적인 폼 하락을 극복하지 못하고 외로운 분투에서 그쳐야 했다.
한국 발로란트 팬들은 지난 마스터스 방콕에서 사이버 야구의 '희망편'을 즐긴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절망편'을 맞닥뜨리게 됐다. 퍼시픽 리그 입장에서도 1시드 RRQ의 빠른 탈락에 이어 가장 든든한 팀으로 꼽혔던 젠지가 제외됐고, 3시드 PRX에 모든 기대를 걸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국내 팬 아쉬움과 별개로, 마스터스 토론토는 이변과 역전이 난무하며 흥미로운 구도를 그리고 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부터 4개 지역 1시드 팀이 일제히 패자조로 떨어졌고, 센티널 등 전통의 명문팀도 함께 탈락하면서 우승컵의 주인이 안개 속으로 빠졌다.
이제 4개 팀이 남았다. 퍼시픽의 희망 PRX와 돌풍의 중국팀 WOL이 상위조 결승 직행전에서, 각각 아메리카와 유럽의 자존심인 G2와 프나틱이 하위조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이들의 대결은 휴식을 거친 뒤 21일 열리며, 최종 결승전은 23일 새벽(한국시간) 전 세계에 송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