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해결 불가능한 문제, 게임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부담감
그 속에서 바꿀 수 있는 최대한을 제시... 바통은 '로아온 썸머'로

"일단 '원 코인'은 지켰다."

20일 저녁 '로스트아크' 라이브 후 유저들이 보인 전반적 반응이다. 모든 우려가 해소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현 시점 최선의 발표다. 그리고 6월 21일 '로아온 썸머'까지 기다릴 이유가 충분해졌다는 의미로 나온 말이다.

'로스트아크'는 최근 '메던로' MMORPG 3대장 중 가장 부정적인 방향으로 뜨거웠던 게임이다. 콘텐츠와 성장 구조 문제로 인한 골드 인플레이션 현상이 격화되면서 참고 있던 유저 불만이 터졌기 때문. 이번 라이브 역시 로아온 예고와 동시에 이런 논란을 수습하기 위한 의도에서 만들어진 소통이다. 

문제는 아이템 레벨 1640 이후 지금까지 쌓여온 구조였다. 성장은 점점 까다로워졌고, 동시에 콘텐츠는 어려워졌다. 이에 많은 유저가 다계정 다캐릭으로 골드를 축적하고, 패키지 효율도 상승하면서 기존 재화 가치가 급하락했다. 이 오래된 숙제가 당장 풀릴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 문제의 핵심을 짚었다

전재학 디렉터가 감성적인 언변을 구사하는 인물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엄청난 부담이 걸렸을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에 호소하거나 감정을 크게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대신에 현실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현실적으로 최선의 대책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 방식은 지금 시점에서 가장 적절했다. 시즌3 개시 시점부터 지금까지 어떤 의도로 경제가 운영됐고, 골드 인플레는 어떻게 시작됐고 유저가 이탈했으며, 결과적으로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를 풀어냈다. 실제 지표와 함께 게임 현황을 솔직하게 알린 점도 이해를 도왔다. 

현재 불만의 근본 문제도 침착하게 짚고 있었다. 로스트아크 유저 요구는 단순하게 돈 쓸 일을 없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내 플레이 노력에 따른 성취감을 되돌려야 했고, 한 번에 풀린 성장 요소와 고난도 수직 콘텐츠의 결합이 문제였다. 전재학 디렉트는 이 점을 다시 짚어가면서 강조했다.

■ '현실적인 선에서' 현재 대처 가능한 최선을 모색

여기까지는 잘못하면 변명 일색으로 들릴 수도 있었다. 불만을 받는 쪽에서 그간 업데이트의 의도를 설명한다는 것은 좋은 그림이 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라이브 초반 반응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대처 발표에서도 냉정함은 유지되고 있었다. 

게임 구조와 현황 속에서 현실적으로 무엇이 불가능하고, 대신 최대한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구분했다. 즉, 공수표가 없었다. 

보석 조율 기간 연장과 추가 공격력 삭제가 대표적으로 놀란 사례다. 발표 순간에는 "여기서 '나이스단'이 이기는 게 맞나" 생각도 들었지만, 방송 후 차분히 생각할수록 지금 시점에서 그나마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선택지였다. 최선일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더 마땅한 대안은 떠오르지 않는다.

딜 미터기 적용 논쟁도 정밀한 타협책을 제시하고 있다. 직접 미터기를 넣진 않되 '전투 분석기'를 제공해 레이드 실패 요인을 알 수 있게 하고, 이와 함께 레이드 난도를 낮춰 전투 분석기로 발생할 스트레스도 동시에 완화한다. 이 둘은 같은 시기 적용해야 부작용을 없애는 것이 가능하다. 

■ 근본적으로 나아갈 길은 멀어... "로아온, 제대로 보여주길"

'콘텐츠는 더 가볍게, 성장은 더 편하게'. 전재학 디렉터의 이번 발표 방향 요약이다. 어느새 로스트아크는 무거운 콘텐츠가 지나치게 쌓여 있었고, 이것이 성장 정체로 이어졌다. 이 방향 자체를 바꾼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매출 감소는 "감수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부분유료화 MMORPG면서 스펙 리셋이 거의 없는데 엔드 콘텐츠는 협동 레이드. '로스트아크'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포지션이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숙제이기도 하다. 레이드는 당연히 콘텐츠 중 무거운 편이다. 그리고 리셋 없이 쌓인다면 결국 구조적인 개편은 쉬지 않고 필요하다. 과금도 마찬가지다.

MMORPG 경제 문제는 밸런스 이상으로 어려운 과제다. 장기간 철저한 고민을 거쳐도 완전 해결한다는 보장이 없다. 미래에 무심코 추가한 시스템 하나가 모든 톱니바퀴를 어긋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더 정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로아온에서 반드시 제시해야 할 비전은 '장기적 개편'이다. 다음 로아온 윈터는 늦다. 앞으로 1년, 혹은 2~3년 이후 게임 구조가 어떻게 정비되어 있을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로스트아크가 언제나 그렇듯이 위기 속에서 다시 박수를 받을 수 있을까. 6월 21일에 호기심과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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