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스토리 기본 더빙의 시대
미디어 서브컬처 노출 경쟁 속 한국 유저 위한 합리적 투자
"더빙을 많이 했더니 목이 아프네요. 좀 나아지면 이어서 할게요."
'블루 아카이브' 방송을 종종 지켜보는 유저라면 스트리머의 이런 멘트를 한 번쯤 들었을 것이다. 스토리로 명성이 높다 보니 서브컬처 게임 방송 다수가 즐기기 위해 찾아왔고, 숨막히는 양의 대사를 직접 읽다 보니 목에 부담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저 말을 남긴 스트리머 중 상당수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 11일 실시한 블루 아카이브 한국 3.5주년 방송은 큰 파급력을 낳고 있다. 라멘과 카드 등 독특한 콜라보와 오케스트라 전국 투어 등 한국 유저를 위한 즐길 거리가 호응을 얻었다. 무엇보다 방송 말미에 PC 클라이언트 스팀 출시, 한국어 풀더빙 실시 소식 연속 발표는 한국 및 글로벌 팬덤의 분위기를 들썩이게 했다.
블루 아카이브가 일본 서브컬처 시장에 한 획을 그은 원동력은 캐릭터와 스토리의 힘이다. 다만 메인 스토리는 더빙이 없었다. 스토리 중 중요 장면과 캐릭터별 메모리얼 로비 대사, 전투 대사 정도가 한 캐릭터에서 들을 수 있는 성우 더빙이었다.
현재 경쟁 중인 인기 서브컬처 게임 중 메인 스토리 더빙이 없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페이트/그랜드 오더' 정도가 예외지만, 약 10년 전 출시됐기 때문에 시대상이 다르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더빙 연기를 통해 스토리에 몰입하고 싶다는 의견이 커진 이유다.
이해되는 일면은 있다. 블루 아카이브 메인 스토리는 매편 대사량이 특히 많다. 그리고 일본 지역에 먼저 출시하면서 최고급 성우들을 기용했다. 또한 첫 출시 당시 개발 규모가 크지 않았고, 지금 거둔 엄청난 성과도 미리 예상하기 어려웠다.
필요한 부분만 더빙하고 다양한 캐릭터와 많은 이야기를 선보이는 데 집중한 것은 합리적 판단이었다.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서브컬처 문화를 뒤집었다. 2차 창작의 모든 역사를 경신하는 기록을 썼고, 4년간 누적 매출 6억 5천만 달러를 거두며 실적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남겼다.
다만 장기적인 시대 적응은 필요했다. 서브컬처 게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어도 메인 스토리의 풀 더빙은 필수 요소가 됐다. 이야기와 몰입의 힘이 가장 중요한 분야다. 거세게 치고올라오는 경쟁작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더욱 큰 몰입이 중요하다.
그중 하나가 최근 급부상한 서브컬처 미디어 시장이다. 스트리밍도 중요하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스토리 반응과 평가가 꾸준히 올라오는 것은 이제 서브컬처에서 장기적으로 매우 큰 노출 효과를 가진다.
일본은 게임 바깥에서 콜라보가 쉬지 않고 릴레이 진행된다. 압도적인 유저 저변과 내수 시장이 있기에 가능한 순환이다. 반면 한국은 현실적으로 그런 프로모션을 전개하기 어렵다. 게임을 통해 미디어 노출을 이끌 필요가 있었다. 풀더빙이 큰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줄곧 이야기가 나온 이유다.
일반 유저도 마찬가지다. 중국발 대규모 자본 게임들이 들어오면서, 1020세대 서브컬처 유저층은 한국어 더빙으로 스토리 보기가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국내에서 꾸준히 유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도 필요했던 과제다.
넥슨과 넥슨게임즈 역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듯했다. 지난해 발표하고 실행한 한국어 음성 더빙은 국내 접근성 확대를 위한 밑그림이라고 할 만했다. 서브컬처에서 일본어는 가장 무난한 선택이지만, 자국어를 선호하는 계층도 항상 존재한다.
이제 한국어 풀더빙이 확정되고 초반 스토리부터 작업에 들어가면서, 국내 유저들도 자국 게임에서 당연하게 가질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 최근 증가한 한국 전용 콘텐츠들과 맞물리면서 선순환을 이끌 동력이 만들어진 것이다.
PC 클라이언트도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최근 서브컬처 신작 중 PC 버전이 없는 게임은 손에 꼽는다. 앱플레이어 구동은 상대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이에 불편을 느껴 게임과 멀어지는 스트리머나 일반 유저도 적지 않았다.
블루 아카이브는 지난해 조직 재정비를 마친 후 콘텐츠 개발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1부 이후 잠잠했던 메인 스토리 전개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향후 PC 스팀과 스토리 더빙으로 유저층을 확대할 가능성은 크다. 다가오는 5월, 한국 3.5주년이 비로소 축제로 피어날 준비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