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 일본 논란으로 신사 훼손 불가능 패치
자유롭게 선택하는 상호작용일 뿐 vs 무단 사용과 훼손은 존중 없어

유비소프트 신작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에서 일본 신사를 훼손하지 못하게 됐다. 논란이 일본 총리 발언까지 번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섀도우스'는 지난 20일 PC와 콘솔로 출시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신작이다. 일본 전국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하면서 시리즈 사상 최초 동아시아 세계관을 사용했으며, 남성 주인공을 흑인 사무라이 '야스케'로 선택하면서 팬들의 논쟁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출시 후 평가는 시리즈 중 무난한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으나,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주인공 야스케가 실존 모티브의 실사를 배경으로 날뛰면서 주변 기물을 파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그 대상이 된 효고현 소재의 이타테효주 신사 측은 인게임 무허가 사용과 훼손에 분노하며 장소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급기야 일본 정치권도 나섰다. 19일 국회에서 자민당 소속 카타 히로유키 참의원은 신사 훼손 장면을 언급하며 제재 필요성을 질의했다. 이에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신사 훼손은 국가 자체를 향한 모독이며, 국가 문화와 존중을 무시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유비소프트는 결국 출시일 데이원 패치를 통해 신사 내부 선반, 탁자 등 대부분 오브젝트를 파괴하거나 움직일 수 없도록 했다. 민간인을 공격할 경우 유혈 표현도 줄어들었다. 그동안의 고증 오류 논란에 문화 훼손까지 더해지면서 일본 내 분위기는 악화일로를 달린다.

다만 타국에서는 지나친 제재라는 의견도 나온다. 신사 훼손이나 민간인 공격을 게임에서 강제하지 않으며, 물리 상호작용을 통한 높은 자유도 속에서 유저 스스로 선택해 하는 행동이기 때문. 또한 신사 전체 파괴가 아니며 일부 기물의 파손일 뿐이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암살과 전투를 중심으로 자유도를 넓힌 오픈월드 게임이다. 이전 타이틀에서도 해당 지역의 종교적, 문화적 주요 건물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경우는 많았다. '오디세이'는 그리스 신전에 놓인 것들을 흐트러뜨릴 수 있었고, '발할라'는 교회를 탈하고 불을 지르는 미션도 존재했다. 

게임에서 유저 의지에 따라 행동할 수도 있도록 열어둔 콘텐츠를 제한하는 선례가 생긴 만큼, 앞으로도 각종 항의에 따라 자유도가 제약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또한 실제 기반 인물을 납치하고 암살하는 등 행위가 괜찮다면 명확한 기준선이 어디까지인지도 의문이 나온다.

단순한 신사 훼손보다는 실제 장소의 무단 사용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쌔신 크리드는 실제 건물 모티브를 자주 사용하지만, 특별히 사용 허가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알려졌다. 만일 훼손당할 우려가 있다면 사전에 양해를 받고 개발하는 것이 옳다는 의미다.

기준이 어떻든, 대상이 되는 곳이 폭력적인 행위에 사용되길 원하지 않는다면 그 가치관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비소프트가 '섀도우스'를 준비하며 가장 소홀한 부분이기도 하다. 일본 문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인공 선정, 철저하게 서구권 관점의 다양성 과잉으로 비판을 받은 현상의 연장선이다.

게임에서 어떤 행위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지금까지 원론적 답변은 '무엇이든'이었다. 하지만 서구권에도 암묵적 금기는 존재한다. 문화 갈등에 따라 더 많은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도 생겼다. '섀도우스'는 단기적 논란 외에도, 근본적으로 더 고민해야 할 물음을 게이머들에게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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