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의 음성 대화 듣고 반응하는 게임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

오픈월드 게임의 NPC들이 인공지능으로 유저 행동에 반응한다면, 심지어 유저가 말하는 대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게임은 어떻게 진화할까.

최근 한 게임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다. 장수 오픈월드 게임 '엘더스크롤: 스카이림'에 챗GPT를 탑재해 인공지능 대화를 구현한 모드가 등장한 것.

관련 모드를 시연한 영상에서는 유저가 한국어 육성으로 말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번역하고 이해한 뒤 그 캐릭터의 목소리와 성격을 반영한 채로 대답해준다. 간단한 수학 문제를 풀어주기도 하며, 무리한 연애 신청을 해도 현재 처한 설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받아넘기는 모습이 나온다.

아직 구동 조건이 무겁고 AI 비용도 추가로 들지만, 가능성을 입증한 것만으로 유저들의 기대는 크다. 엄청난 모드 자유도로 지금도 활발히 이용되는 '스카이림'에 자유로운 대화까지 등장하자 "이게 게임의 미래"라며 뜨거운 반응이 나타난다.

'Smart NPC Demo' (영상: 유튜브 채널 'TmarTn2')
'Smart NPC Demo' (영상: 유튜브 채널 'TmarTn2')

NPC에게 AI로 자아를 부여하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레플리카 스튜디오에서 시험 개발한 'Smart NPC Demo'는 프로그램 공간을 지능형 AI를 갖춘 캐릭터들로 구성했다. 한 유튜버가 그들에게 "너희는 AI로 만들어진 NPC야"라고 설명하자 자아 성찰에 빠지는 모습을 담은 영상 조회수는 최대 900만 회를 넘어가며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아를 가지고 대화하며 움직이는 NPC는 게임 업계에서도 꿈과 같은 목표다. 유저 선택에 따라 무한하게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물리적으로 따라갈 수 없는 콘텐츠 소모에서도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AI 연구에 장기 투자하는 게임사들은 NPC 행동 양식에 대한 연구도 주요 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AI 자유 대화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AI 자유 대화

그렇다면 실제로 유저의 음성을 통해 그 세계 사람들과 대화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오픈월드 게임도 나올 수 있을까. 

AI 개발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아직은 게임 볼륨이 커질수록 난이도가 치솟을 것"이라는 답변을 얻었다. "대화와 기본적 행동은 얼마든 가능하지만, 결국 게임 내 구동되는 콘텐츠는 하나하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유다. 

예를 들어, 평생 마을에서 살아온 NPC에게 동료로 함께 모험을 떠나자는 대화를 할 수는 있다. NPC의 배경 서사에 따라 설득을 잘 해서 승낙을 받기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동료로 함께 싸우기 위해서는 전투 능력 설정과 다양한 관련 에셋이 필요하다. 그것들은 아직 모두 수동으로 개발해야 한다.

"그것을 모두 커버할 정도로 막대한 인력과 자본이 들어가거나, AI가 더욱 발전해 인게임에서 실시간으로 코드를 짜고 아트를 디자인하는 경지가 된다면 엄청난 격변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들었다. 단 AI뿐 아니라 연산 하드웨어와 용량 저장공간 등 연계 산업에서 모두 대규모 발전을 진행해야 가능한 조건이다.

오픈월드 규모가 아닐 경우 캐릭터들의 AI 대화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개발 시도는 무수히 이어지고 있다. 장르나 기획 아이디어에 따라 뜻밖의 소규모 인력으로도 상업적 게임 완성이 가능하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완성된 게임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크래프톤 산하 렐루게임즈가 개발한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추리 게임으로 인공지능 NPC를 활용했다. 사건 수사를 비롯해 다양한 화제를 던지면 각자 특성을 반영해 생각하고 답변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큰 볼륨은 아니지만 AI 대화를 통한 수사 해결 완성도가 뛰어나 긍정률 96%로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기술 기반도 궤도에 올랐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GDC 2024에서 인월드AI와 협업해 챗봇 기반 캐릭터를 쉽게 생성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NPC에게 배경 설정과 기본 성격 및 가치관만 입력하면 인간처럼 음성을 마련하고 대화하며 갈등을 빚기도 하는 형태다.

내가 생각한 말에 따라 캐릭터가 반응하는 것, 게이머들이 오랜 기간 꿈꿔온 미래 게임이다. AI NPC는 가능성의 기반을 이미 열었고, 이제 실제 완성작으로 향하고 있다. 이것은 유저에게는 물론, 개발자들에게도 큰 기회이자 시험의 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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