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게이머 반응에서 나오는 당시의 향수, '순수 게임'의 가치
시프트업의 성장과 시장 확대가 해외에서 화제다. '승리의 여신: 니케'에 이어 깊은 인상을 남긴 '스텔라 블레이드'가 PC 플랫폼 확장을 선언했다. 여기에 시프트업이 역대 최대 연간 실적을 거듭하면서 외신 보도가 이어졌다.
영어권 최대 커뮤니티 레딧에서도 스텔라 블레이드 소식은 많은 토론을 낳았다. 한 유저는 "사람들이 종종 스텔라 블레이드가 PS2 게임 같다고 말한다"면서 "기존 업계가 요즘 거의 만들지 않던 신규 IP 중비용 액션 게임으로 승부수를 건 사례"라고 평가하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시작은 지난해 한 외신에서 스텔라 블레이드를 호평하며 나온 표현이다. 낡았다는 뜻이 아니다. 전반적 느낌이 당시 '데빌 메이 크라이'나 '귀무자' 같은 게임을 떠올리게 하고, 순수 재미에 열광하던 그리운 감정을 느꼈다는 것.
6월 PC판 소식이 들리면서 그 말은 다시 회자되고 있다. 'PS2'라는 키워드는 이제 감성을 넘어 더욱 큰 의미를 담는다. 지금 게임이 잃어버린 것을 가지고 있는 상징과도 같기 때문이다.
■ 시작부터 완성품 제공, DLC 쪼개 팔기 없어
스텔라 블레이드는 PS5 출시와 함께 기승전결이 완성되어 있었다. 사이트 스토리나 시즌 패스 같은 콘텐츠를 따로 팔지 않았다. 주인공 '이브'의 수많은 의상과 헤어는 모두 본편 구매 한 번으로 지원됐다. 얼핏 당연해야 하지만, 최근 대작에서 보기 힘든 구성이다.
DLC 판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니어 오토마타'와의 콜라보레이션 DLC만 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했을 뿐이다. 그 역시 특별한 콘텐츠나 스토리를 따로 팔진 않았다. 새로운 모드를 개발할 경우 모두 무료 업데이트로 해결했다.
싱글 게임의 수익을 보완한다는 이유로 출시 초기부터 DLC를 연달아 출시하는 게임이 점차 늘고, 반대급부로 본편의 볼륨이 부실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에 대한 게이머들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사후 지원까지 무료로 신경 쓰는 게임 평가는 더욱 오르고 있다.
■ 게임 재미 자체를 1순위로
최근 게임계에 강조되는 또다른 조건은 '순수 재미'다. 영화 같은 연출과 진중한 메시지도 좋은 게임 민들기에 일조할 수 있지만, 거기에 지나치게 집중한 게임이 나타나면서 정작 게임의 재미와 성취감을 등한시하는 일이 잦다는 지적이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순수하게 액션 재미를 극대화하는 데에 게임 기획을 집중했고, 이브 코스튬이나 화려한 연출을 그 위에 얹었다. 그 과정에서 성인 게임을 표방하며 과감한 표현을 망설이지 않고 선보이기도 했다. 게임 몰입을 배가시키는 내러티브를 선보이되, 유저를 불편하게 만드는 메시지는 줄였다.
PS2 게임 같다는 말을 본격적으로 듣게 된 요인이기도 하다. 그것은 플랫폼을 넘어 그 시대를 향한 향수다. 높은 퀄리티 속에 순수 액션을 적극적으로 담는다는 점에서 닌텐도 플랫폼의 '베요네타' 시리즈와 비교되기도 한다.
■ 가장 중요하지만 잊고 있었던 것
서구권의 많은 유저들은 아시아 게임의 약진이 글로벌 게임계에 경종을 울린다고 말한다. 최근 서구권 신작 가운데 흥행과 게이머 평가를 모두 잡지 못한 타이틀이 늘어나고, 게임을 즐기는 본연의 가치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소니의 최근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SoP)'에서 재기 넘치는 서구권 게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전히 일본 게임이 주류 라인업을 형성하고, 새로운 중국 대형 신작들이 퀄리티에서 충격을 줬다. '스텔라 블레이드', '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 등 최근 한국 게임들의 새로운 소식도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차지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6월 PC판을 출시한다. 자사 또다른 대표작 '니케'와의 콜라보레이션도 같은 시기 실시한다. 과감한 성적 표현에 거부감을 느끼는 게이머도 존재한다. 다만 이들의 성공 기본 요인이 단순 노출이 아니라 "게임을 잘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게임은 분명 수많은 의미와 메시지를 표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저 게임으로 즐기도록 하는 가치도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많은 메시지와 철학을 표현하다가, 계산적 수익에 집중하다가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잃어버릴 수는 없다. 해외 게이머들이 스텔라 블레이드에서 '향수'를 이야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