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여성 대신 '바디 타입' A, B 선택 보편화
'로드 오브 폴른' 개발사 대표 설문조사, '성별 표현' 선택에 88%
"내 캐릭터 성별 정의할 선택권도 달라" 목소리 커져

최근 글로벌 게임계에 사소하지만 크게 나타난 변화가 있다. 캐릭터 성별 표현이다. 성별 표기가 아닌 '타입'으로 분류하는 움직임에 큰 반발도 함께 나타난다.

소울라이크 액션 '로드 오브 폴른' 개발사 CI게임즈 CEO 마렉 티민스키는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서 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중세 판타지 액션 RPG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더 선호하는가"가 주제다. 최종 의견을 따라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체형(Body Type) A와 B 등으로 나누는 현재 방식, 그리고 남성 혹은 여성으로 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투표는 게임의 한 유저가 성별 선택으로 바꿔달라는 건의를 들은 뒤 실시한 것이다. 

설문은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많은 유저가 참여했고,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약 5만 명에 달하는 투표 중 남성 및 여성 선택을 원하는 비중이 88.4%에 달했다. 신체 타입 선택 선호는 8.4%에 그쳤다. 대부분 실제 게임을 즐긴 유저가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존 선택지에 불만을 가진 것이다. 

성별 대신 타입 표현은 게임 속 'PC' 표현이 큰 바람을 일으키면서 생긴 변화다. 성별을 고르면 각각 정해진 신체가 출력되는 것이, 여성상과 남성상에 걸맞는 체형을 각각 정형화하는 젠더 스테레오 타입이라고 의견이 나오면서다.

서구권 게임은 현재 당연한 듯 타입 AB 선택이 정석으로 자리잡았으며, PC 수용도가 비교적 낮은 일본 개발 게임들도 글로벌 시장을 노릴 경우 같은 방식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프롬 소프트웨어는 과거 '다크 소울' 시리즈에서 보편적 성별 선택을 제공했지만, '엘든 링'은 한국어 기준 '체형'을 타입 A 등으로 고르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세부 체형 조정 대신 몇 가지 프리셋이 제공되는 방식의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앞으로 이 방식이 기본 법칙으로 굳어질 전망이다.

이번 CI게임즈 CEO의 투표는 이런 변화에 잠재적 불만을 가진 유저층을 드러내고 있다. 투표 멘션 속 한 유저는 "난 내 캐릭터를 남성 혹은 여성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싶은데, 오히려 이런 자유는 빼앗긴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했다.

또다른 유저는 "요즘 스테레오 타입 여성 신체를 바디 타입 A라고 부르는 것이 더 비인간적으로 보인다"면서,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부를 수 있도록 옵션을 주거나 편집해서 말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어떤 표현이든 상관 없다는 무관심층도 일부 있다. "실제 게임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캐릭터를 만들 때 3초 동안만 보이는 타입 선택 화면에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라거나, "너희는 이걸 고민하고 고칠 시간에 움브랄 시스템을 더 개선해야 한다"는 인게임 질책을 적은 유저도 있었다.

일명 'PC 게임'과 '언PC 게임'이 번갈아 화제가 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게이머 사이 성 관념을 둘러싼 신경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투표 결과를 확인한 티민스키 CEO는 "우리는 플레이어 의견을 중심으로 하는 스튜디오로서, 로드 오브 폴른과 이후 타이틀을 그에 따라 업데이트할 것"이라며 기존 보편적 성별 관념으로 선택지를 바꿀 계획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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