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에 사용하는 카드가 포커일 뿐인데 도박이라며 '청불'
현금 뽑기 유도하는 확률형 아이템 'FC 25'는 전체이용가
실제로 유저 보호하지 못하는 기계적 검열 꼬집어

‘발라트로’는 포커 카드를 기반으로 한 로그라이크 덱 빌딩 게임이다. 단순한 카드 게임이 아닌, 정교한 전략 게임이라는 게임성 덕분에 출시 되자마자 좋은 반응을 얻었다.

모든 플랫폼에서 메타크리틱 90점 이상을 기록했으며, 스팀에서도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흥행도 대성공했다. 출시 3일 만에 25만 장을, 10일 만에는 50만 장을 팔아치웠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게임 업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 2024’에서는 ‘올해의 게임(GOTY)’을 포함한 5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됐다. 그 중 ‘최고의 신작 인디 게임상’과 ‘최고의 인디 게임상’, ‘최고의 모바일 게임상’을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다.

그런데 이렇게 잘 만들어진 게임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내는 물론 유럽에서도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받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물론 평가가 좋은 게임이라서 해서 ‘청불’ 등급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용 등급 판정이 납득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출처: 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출처: 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

하지만 ‘발라트로’의 이용 등급에 대해서는 납득하지 못하는 유저들이 많다. 우선 발라트로는 덱 빌딩에 활용하는 카드가 포커일 뿐, 실제로는 도박성이 전혀 없다. 다른 유저를 상대로 플레이하지도 않고, 현금이나 기타 재화를 걸지도 않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청불, 유럽에서도 ‘PEGI(범유럽 게임 정보) 18+’ 등급을 받았다. 단지 포커 카드를 사용하여 도박이 연상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출시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전체이용가 수준인 3+ 등급이었으나, 일주일 만에 18 등급으로 재판정을 받아서 일부 국가의 상점에서 구매가 불가능해지기도 했다. 이에 개발자 LocalThunk가 직접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도박을 반대한다. 이 게임에는 실제 도박 요소가 전혀 없다. 물론 포커를 사용하긴 하지만, 차라리 원카드같은 보드게임에 더 가깝다. RNG(난수 발생)와 리스크를 감수하면 보상을 얻는 구조는 애초에 로그라이크 덱 빌딩 장르 자체의 메커니즘”이라며 “나는 도박을 싫어하고 발라트로에는 도박이 없다고 믿는다”는 의견을 매체 인터뷰와 자신의 X를 통해 여러 차례 밝혔던 바 있다.

출처: 'LocalThunk' X 캡쳐
출처: 'LocalThunk' X 캡쳐

LocallThunk의 항의는 이번에도 이어졌다. 그는 15일 자신의 X에 “PEGI가 (발라트로에게) 악마같은 포커 카드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18+ 등급을 줬기 때문에 ‘EA 스포츠 FC’처럼 소액 결제/슬롯 박스/실제 도박 요소를 추가하면 3+로 등급이 내려가겠군"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올렸다. 그러고는 곧바로 두 게임의 PEGI 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 링크를 첨부하며 "이건 코미디야"라고 꼬집었다. 

16일에는 “나는 발라트로의 18+ 등급보다도, 어린이들에게 실제 도박성 메커니즘을 플레이하도록 하는 게임이 3+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더 화난다”면서 “만약 다른 게임들에도 정확한 판정이 내려졌다면 나는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 사실 빨간색 로고 좀 멋지거든”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LocalThunk' X 캡쳐
출처: 'LocalThunk' X 캡쳐

많은 유저들이 발라트로 개발자의 ‘뼈있는 농담’에 공감했다. “사실 현금 결제 유도하는 가챠게임이야말로 진짜 도박이긴 하지”, “확실히 이용 등급 판정 기준이 이상하긴 하다”거나 “특정 게임 저격한 게 조금 마이너스긴 한데, 기관 상대로 들이받았다는 점에서 응원하고 싶다”와 같은 반응을 주로 보였다.

한편 그의 취지와 별개로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반응도 있었다. 몇몇 유저는 “오히려 PEGI 기준이야말로 일관적”이라면서 “도박을 장려하지 않아도 관련 규칙의 일부를 가르치는 정도로만 간주돼도 자동적으로 18 등급을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출처: PEGI(범유럽 게임 정보) 홈페이지
출처: PEGI(범유럽 게임 정보) 홈페이지

실제로 발라트로에 대한 PEGI의 판정 내용을 보면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게 되는 포커 핸드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실제 현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사유를 설명하고 있다. 

다만 LoaclThunk가 이번에 지적한 부분은 발라트로의 등급보다도 실제로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확률성 요소가 포함된 게임들의 등급 지정에 대한 공론화가 핵심이다. 과도한 기계적 검열이 아닌, 진정으로 유저를 보호할 수 있는 등급 판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느 게임보다 유료 뽑기 강도가 세다고 비판 받지만,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는 'FC 25'
여느 게임보다 유료 뽑기 강도가 세다고 비판 받지만,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는 'FC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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