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정국으로 게이머 알고리즘도 '정치'로... 커뮤니티 화제도 경쟁↑
신작, 행사, 업데이트 성수기 완전 겹쳐 "흐름 예의 주시 중"

"게이머들 알고리즘도 정치 뉴스가 차지한다는 점이 제일 걱정이에요."

지난 주말, AGF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와 대화 중 들은 말이다. 연간 최대 성수기를 맞이한 게임 업계가 뜻밖의 국민적 비상 시국에 고심이 더욱 깊어진다.

지난 3일 밤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 대통령 탄핵안마저 부결되면서 국가적 혼란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한국의 전반적인 경제 역시 혼란에 빠졌다. 9일 오전 현재도 게임은 물론 대부분 산업에서 주가가 폭락하는 등 

그중 게임계가 이 시국을 애타게 관망하는 이유는 업계의 두 가지 특징에서 나온다. 공교롭게도 수많은 기대작 출시와 업데이트, 팬 행사가 쏟아지는 시기다. 그리고 커뮤니티 이슈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여가 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열린 'AGF 2024' 현장
지난 주말 열린 'AGF 2024' 현장

국내 게임 행사 폭풍은 지스타 2024가 끝난 11월 중순부터 현재진행형으로 몰아치고 있다. 대부분 팬 페스티벌과 함께 겨울 핵심 업데이트를 함께 발표하는 자리로 구성됐으며, 실제 게임 업데이트는 12월 중순부터 시동을 걸게 된다. 바로 현재 시점이다.

지난달 22-23일 '던파' 페스티벌, 30일 '마비노기' 20주년 겨울 쇼케이스, 그리고 지난 주말 '메이플 콘' 및 '메이플스토리' 쇼케이스와 서브컬처 최대 축제 AGF 2024가 이어졌다. AGF 참여 게임사는 국내외 통틀어 20곳이 넘었다. 

여기에 다음 주말(14-15일)은 '검은사막 페스타'와 로스트아크 '로아온 윈터'가 대기 중이다. 한 주도 쉬지 않고 대형 행사가 찾아오고 있으며, 모두 반년 혹은 1년 동안 철저한 준비를 통해 기다려온 행사와 발표다. 

모두 오프라인 팬들의 참여는 뜨거우나, 행사의 2차 목표는 온라인을 통한 정보 파급력이다. 게임 간 경쟁만 해도 치열한데, 탄핵 및 집회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화제성 확보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점이 업체들의 '곡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게이머들의 시선이 여의도에 몰린 가운데 국내 출시한 '소녀전선2'
게이머들의 시선이 여의도에 몰린 가운데 국내 출시한 '소녀전선2'

대형 신작 출시도 한껏 몰렸다. 중국발 서브컬처 기대작 '소녀전선2: 망명', 엔씨소프트 신작 '저니 오브 모나크'가 5일 동시에 국내 출시했으나 화제성 확보에 고전을 겪고 있다. 7일 카카오게임즈가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패스 오브 엑자일2' 정도만 기존 압도적 인지도에 힘입어 선방하는 수준이다.

'파이널판타지14' 신규 확장팩 '황금의 유산' 역시 무려 2년 7개월 만에 내놓은 비장의 카드다. 그러나 3일 출시하자마자 같은 날 계엄이 발령되는 불운을 겪었고, 가장 중요한 확장팩 1일차에 관심 지분을 상당수 빼앗겼다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해외 대작들도 국내 인지도 확보에 애를 먹는다. 9일 출시한 베데스다 신작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은 한국어를 지원하며, 높은 IP 인지도와 준수한 평가를 함께 받았다. 그러나 9일 기준 스팀 리뷰 1,700여개 가운데 한국어 평가는 30개에 불과하다. 다른 글로벌 신작들에 비해 극히 적은 비중이다.

홍보 자본이 빈약한 소규모 게임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국내 인디게임 최대 기대작이던 '크로노소드'는 오랜 개발 기간 끝에 12월 6일 얼리액세스 출시했으나, 현재 스팀 평가 9개에 그치고 있다. 온라인 언급량 자체도 극히 희소하다. 게임 문제점을 떠나 평가를 받을 기회부터 잡기 어려운 셈이다.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게임계 타격이 유독 크게 체감되는 이유는, 다른 문화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의 시선에 여유가 생길수록 호재가 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대 성수기까지 겹친 것이 시름을 더 깊게 만든다.

게임을 주 화제로 다루는 커뮤니티들마저 탄핵 및 집회 상황이 메인을 점령하고 있다. 국가 비상 사태에 준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화제는 더욱 밀릴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6년 탄핵 정국에서도 실제 유의미한 전년 대비 접속자 감소가 게임들에 나타난 바 있다.

온라인 영향력이 더욱 커진 시기에, 뉴스 노출 및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상대적으로 게임이 밀려나는 점도 걱정거리 중 하나다. 구로 소재 한 개발자는 "평소에 정치 관련 유튜브를 안 보고 살았는데도 지금 유튜브 메인 절반이 뉴스로 찼다"면서 "라이트 게이머들 상황은 어떻겠느냐"며 우려를 전했다.

향후 시국 전망이 안개 속을 걷는 가운데, 대형 출시와 업데이트를 진행 중인 게임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본연의 재미와 퀄리티를 통해 입소문을 퍼트리는 게임이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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