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 스튜디오 3곳, 총 4개 자회사 물적 분할
본사 몸집 줄이기 전면 돌입... 의사결정 효율화, 창의성 향상 주목
"개발 효율성 끌어올리고, 새로운 기회 창출하겠다."
엔씨소프트가 21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4개 자회사 신설을 결정했다. 게임 개발 스튜디오 3개, AI 기술 전문 기업 1개를 물적 분할한다. 6월 창사 최초로 실시한 2개사 물적 분할에 이어 연이은 본사 몸집 줄이기 행보다.
조직개편도 함께 실시한다. 일부 개발 프로젝트와 지원 기능을 종료 및 축소하며, 이후 인력 재배치와 12년 만의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엔씨 측은 회사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고 밝혔다.
개발 스튜디오로 독립되는 게임은 '쓰론 앤 리버티(TL)', 그리고 개발 중인 신작 'LLL'과 '택탄'이다. 각각 스튜디오엑스, 스튜디오와이, 스튜디오지 법인이 된다. 장르 역시 MMORPG를 비롯해 SF 슈터와 MMORTS로 각자 특화된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TL'의 서비스 효율이 관심 대상이다. 첫 주 글로벌 유저 300만 명 유치 등 초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1순위 과제이기 때문. 해외 퍼블리셔인 아마존게임즈와의 연계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변할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지난해 말 박병무 공동대표 선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업계에서 나온다. 박 공동대표는 VIG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투자사 대표직을 장기간 수행했으며, 투자 및 조직 정비에 특출난 역량을 보여왔다.
박 대표 취임 이후 엔씨는 올해 1월 경영진 리더십 개편을 먼저 단행했으며, 빅게임스튜디오의 서브컬처 기대작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에 370억 규모 지분 및 판권 투자를 단행하는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본사에 모든 의사결정과 실행이 집중된 구조는 꾸준한 지적이 있었다. 2023년까지 엔씨 본사 직원 수는 5천 명 이상으로, 국내 단일 게임기업 중 독보적 1위였다. 국내 개발 전문 자회사는 올해 폐업한 엔트리브가 유일했다.
모든 프로젝트의 개발 내용 승인이 단일 경영진에 몰릴 수밖에 없고, 시장과 트렌드에 유연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필연적으로 따라왔다는 분석이다. 엔씨의 최근 실적 부진 역시 이미지 관리 실패, 늦은 장르 다양화 등 시장에 늦게 대응한 행보가 이유로 꼽힌다.
엔씨의 본사 몸집 줄이기가 성공적으로 시행될 경우, 각 스튜디오가 일선 개발진의 의견을 빠르고 유연하게 반영해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각자 높은 게임 이해도와 창의성을 존중하는, 일종의 '의사결정 다이어트'다.
앞으로 숙제는 본사와 자회사간 조율이다. 자의와 달리 이동되는 인력의 경우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엔씨 노조 '우주정복'은 분사의 고용안정 보장 및 폐업 시 복귀 보장을 촉구하는 단체행동을 지난 8월 벌이기도 했다.
판교 소재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계열사 개발자들 사이에서 본사와의 처우 문제와 상대적 고용불안에 대한 불만이 종종 나온다"면서 "가장 본사 덩치가 컸던 엔씨가 앞으로 본사와 자회사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가느냐에 따라 다른 게임사들의 구조 개선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씨의 4개 회사 분할 및 설립은 11월 2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분할 기일은 2025년 2월 1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