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0일 파리 아디다스 아레나 개최, LCK와 LPL 정면 승부
반갑거나, 절실하거나, 지독한 인연들이 서로 엇갈린다.
라이엇게임즈가 주관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2024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가 10월 17일부터 8강 녹아웃 스테이지에 접어든다. LNG e스포츠와 웨이보 게이밍(WBG)의 대결로 시작되며, 하루에 한 매치씩 5전 3선승제 승부를 펼친다.
LCK는 디플러스 기아가 탈락한 가운데 젠지가 3전 전승으로 8강에 선착했으며, 한화생명 e스포츠와 T1이 3승 1패로 뒤를 따랐다. LPL은 4팀 모두 살아남아 여전히 우승 후보로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8강은 프랑스 파리 아디다스 아레나에서 열리며, 싱글 토너먼트 구조다. 한 번 패배하는 순간 시즌이 종료된다. 모두가 마지막 무대까지 달려야 할 이유를 가졌다. 여기에 상대팀과의 서사도 끈끈하게 얽히면서 화제성을 더한다.
■ LNG vs WBG : '정배' LNG의 복수, 혹은 '양대인 매직' 되풀이
17일 8강 시작을 알릴 승부는 LPL 내전이다. 3시드와 4시드의 대결이지만 현재 눈에 보이는 전력차는 크다. LNG는 스위스 3전 전승을 따내며 파죽지세로 8강에 선착했고, 웨이보 게이밍은 천신만고 끝에 탑승했다.
하지만 최근 얽힌 스토리가 승부를 단정할 수 없게 만든다. 2024년 내내 악연이었다. LNG는 올해 스프링과 서머 모두 웨이보에게 막혀 스플릿을 끝내야 했다. 놀랍게도 전부 LNG의 우세가 점쳐지던 대결이다. 선발전은 LNG가 압승했지만, 결국 두 팀 모두 월즈에 올랐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었다.
이번에도 예상을 뒤엎고 웨이보가 승리한다면, LNG는 같은 팀에게 1년 3회 업셋으로 탈락하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반대로 가장 큰 무대에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디플러스 기아와 외나무다리 대결에서 절묘한 밴픽으로 찬사를 받은 WBG 양대인 감독이 또다시 변수를 창출할 수 있을까.
■ HLE vs BLG : 한중 1시드 대장전 "우리도 리벤지 필요해"
LCK와 LPL 서머를 재패한 1번 시드가 8강에서 자존심을 걸고 붙는다. 다만 조금씩 상처도 입었다. 한화생명 e스포츠는 젠지에게 패배한 다음 북미 FLY와 접전을 치뤘고, BLG는 우승 후보답지 않게 LNG와 T1에 무기력하게 연패한 뒤 탈락 위기까지 겪었다.
두 팀은 첫 대결이다. 다만 HLE 선수 세 명은 갚아줘야 할 원한을 가졌다는 점도 흥미롭다. '도란', '피넛', '딜라이트'는 지난해 젠지 시절 BLG를 만나 충격의 8강 탈락을 당했다. 올해 젠지는 복수에 성공했지만, 이쪽에 더 많은 선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동기부여가 되기 충분하다.
그밖에도 HLE에게는 이겨야 할 이유가 가득하다. '월즈의 제카'는 누구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재차 증명할 수 있으며, 팀 인수 이후 가장 우승 확률이 높게 점쳐지는 해다. BLG 역시 이번만큼은 국제전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을 만하다.
■ TES vs T1 : 미지의 전력, 서로에게 '긁히는' 사이
디펜딩 챔피언으로 2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T1이 비등한 강적 TES를 만났다. LCK 대 LPL 2차전이자, 전력 최고점을 짐작하기 어려운 팀간 대결이다. 나란히 3승 1패를 기록했고, 승리할 때 경기 내용에서 큰 호평을 받은 점이 비슷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일격을 날린 사이다. T1은 EWC 2024 결승에서, TES는 바로 이번 스위스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승리를 따냈다. EWC는 비록 이벤트였다고 하나 대규모 국제전의 5전제였고, TES의 승리는 비록 단판이지만 가장 큰 월즈이자 최근 경기였기 때문에 기묘하게 밸런스도 맞는다.
T1과 '페이커' 이상혁은 월즈 5전제에서 LPL에게 단 한번도 지지 않은 기록을 이어가고 싶을 것이다. TES는 리그 강팀으로 평가받다가도 월즈만 오면 주저앉은 아픔을 씻고 싶을 만하다. HLE와 BLG가 '꼭 이겨야 하는' 이들의 대결이라면, 이 둘은 '절대 질 수 없는' 팀들간의 만남이다.
■ GEN vs FLY : 전 동료이자 친구, 녹아웃에서 만나다
마지막 매치는 20일 LCK 젠지와 LCS의 플라이퀘스트가 장식한다. 8강에서 가장 크게 밸런스가 무너진 대결로 불린다. 젠지는 메이저 강팀만을 만나 3전 전승으로 우승 후보 1순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FLY는 북미 내전을 통해 2:1 신승으로 8강 막차를 탔다.
경기력 차이가 큰 만큼 선수간의 인연에 더 관심이 쏠린다. '쵸비' 정지훈과 '쿼드' 송수형은 2020년 DRX 시절 주전과 서브로 한솥밥을 먹은 동료이자 한 살 터울의 친구다. 팀이 갈라진 뒤로도 꾸준히 교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과 북미 대륙을 건너 돌아온 끝에 월즈 미드 라인에서 다전제 승부를 펼치게 됐다.
젠지는 재작년과 작년의 연속 충격이 있었던 이상, 방심 없이 최대 전력으로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LEC가 8강에서 전멸한 가운데, 서구권 최후의 희망으로 남은 플라이퀘스트가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