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즈컨 2023, '세계혼 연대기'와 확장팩 '내부 전쟁' 정보 공개
"필요한 건 화제성과 현지화 마케팅"...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이 관건

[게임플] 얼마 전 유튜브를 달궜던 질문이 있다.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는 왜 한국 게이머들의 구조선이 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지난 3일과 4일엔 블리자드의 최대 오프라인 쇼케이스 ‘블리즈컨 2023’이 개최됐다. 올해 블리즈컨에선 WoW의 아버지 ‘크리스 맷젠’의 복귀와 함께 WoW의 미래를 함께할 3개의 확장팩이 공개됐다.

여기서 되묻고 싶었다. 정말 WoW는 한국 게이머들의 구조선이 될 수 없을까?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기자는 ‘김귀태’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스트리머이자, 현재는 ‘포션(POTION)’에서 WoW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 중인 김동효 기획팀장을 만났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김귀태: 현재 포션에서 기획팀장직을 맡고 있는 스트리머 김귀태, 본명은 김동효다.

포션은 원래 WoW를 좋아하는 방송인들이 모여 만든 회사로, 처음에는 WoW와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현재는 WoW 외에도 다양한 게임들의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라이브 스트리밍 이벤트나 유튜브 영상 등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여러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하고 있다.

 

Q. WoW와 관련해선 어떤 작업을 맡았나?

김귀태: 가장 대표적인 건 라이브 스트리밍 이벤트다. 최근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신 WoW 클래식 하드코어의 결투 이벤트 ‘막고라:16’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쐐기돌 이벤트 ‘쇼미더키스톤’ 등의 진행을 맡았다. 이 외에도 WoW 공식 유튜브 채널의 직업 가이드 영상이나 매주 업데이트를 살펴보는 ‘이번 주의 와우’도 포션의 작품이다.

작은 회사지만 구성원들이 모두 WoW를 정말 열심히 한다. 게임에 대한 애정으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기면서 콘텐츠를 만들었더니 다들 좋아해 주셨다.

 

Q. WoW 관련 업무를 어떻게 맡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귀태: 4년 전 ‘영업토끼’ 현(現) 대표님과 스트리머 ‘귀마개’, ‘태상이’, ‘곰캐스트’와 함께 쇼미더키스톤 시즌 1을 처음 기획하고 제작했다. 이후에도 반응이 좋아서 제대로 해보자고 만든 것이 지금의 포션이다.

원래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대학원을 다녔다. 낮에는 랩실에서 공부하고, 저녁에 심심해서 방송을 켜고 게임을 하던 게 어찌저찌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이 일 덕분에 결국 석사 졸업을 못 했다.

 

Q. 어려운 일도 많았을 것 같다.

김귀태: 어려운 일도 많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당시에 이벤트나 영상 기획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재밌어 보이면 일단 해보고, 그러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예를 들어서 쇼미터키스톤 시즌 1을 준비할 때 구성원끼리 회의를 거쳐서 쐐기돌 단수를 15단으로 하는 쪽으로 결정했었다. 이벤트를 끝내고 참가자분들과 시청자분들께 피드백을 받았는데, 그때 받은 50통의 메일이 정확히 반반으로 나뉘었다. 절반은 15단이 너무 쉬워서 재미없었다고, 절반은 15단이 너무 어려워서 준비하기 힘들었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게임에 유저층이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고, 이후에는 단수를 점점 올리는 방식으로 바꾸게 됐다. 다들 WoW를 열심히 하고 있다 보니, 신규 유저들이 느끼는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최대한 신경 쓰고 있다.

이 외에도 이벤트 방송에서 캐스터를 종종 맡는데, 발음이 안 좋은 것을 해결하기 위해 학원을 다닌 적도 있다. 정말 이 일 덕분에 정말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Q. 언제 WoW를 처음 시작했나? 개인적으로 뽑는 최고의 확장팩은?

김귀태: WoW를 오픈 베타 때부터 시작했다. 오픈 베타 시작 날이 고등학교 소풍날이었다. 그래서 소풍 끝나자마자 피시방 가서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긴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오리지날 때는 학생 때라 열심히 하진 못했고, 이후 대학생이 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최고의 확장팩을 두 개 뽑자면 하나는 대학생 때 즐겼던 ‘리치왕의 분노'다. 당시 즐겼던 던전과 레이드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또 하나만 더 뽑을 수 있다면 현재 확장팩인 ‘용군단’을 뽑고 싶다. 개인적으로 강요되는 숙제에 대한 반감이 큰데, 용군단은 숙제 부담이 거의 없어서 정말 좋다.

 

Q. “내가 WoW를 이만큼 했다!”라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김귀태: 업적이나 수집 같은 것에 욕심이 없어서 딱히 자랑할 만한 게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찾아보자면 애드온이나 로그 가이드를 제작해 유저분들에게 도움을 줬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WoW에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 것도 자랑스럽다. 또 정말 좋아하는 WoW로 이렇게 먹고 살고 있다는 것도 자랑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WoW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된 포션의 라이브 이벤트 '막고라:16'
WoW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된 포션의 라이브 이벤트 '막고라:16'

Q. 얼마 전 블리즈컨 2023이 진행됐다.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김귀태: 방송에서 시청분들과 함께 라이브를 지켜봤다. 요약해 보자면 WoW 2 같은 소식을 기다렸던 분들에겐 실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WoW 유저 입장에선 굉장히 알차고 알맹이도 큰 행사였다. 솔직히 평소처럼 확장팩 하나 정도만 가볍게 공개할 줄 알았는데, ‘세계혼 연대기’라는 향후 확장팩의 로드맵과 함께 다음 확장팩에 대한 풍성한 정보도 제공했다. 준비를 많이 한 알찬 블리즈컨이었다고 생각한다.

 

Q. WoW 클래식에 ‘대격변’ 확장팩 출시가 예고됐다.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격변 업데이트 WoW 클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김귀태: 사실 대격변 클래식의 출시는 필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클래식을 즐기는 유저가 많은데, 회사 입장에선 리치왕의 분노에서 끝내면 손해다. 대격변 클래식이 흥할지 망할지는 나와봐야 아는 것이니 회사는 다음 확장팩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았지만 대격변 현재 리치왕의 분노 클래식을 즐기는 유저들도 다들 바라고 예상했던 부분이다.

주목할 점은 WoW 클래식에 대한 개발진의 태도다. 리치왕의 분노 클래식 초기만 해도 유저나 개발진 모두 클래식은 기존 확장팩과 동일하게 진행하는 기조였지만 이후에는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하자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아마 대격변 클래식에서도 레벨링 등 여러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질 거라 기대한다.

또한 새롭게 발표된 마스터리 서버에도 유저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이번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시즌 오브 디스커버리’가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최대 레벨이 25로 고정되는 점과 함께 새로운 룬 시스템으로 전혀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 유저들이 느끼는 부담은 줄면서 전혀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Q. 이번 블리즈컨에서 무려 확장팩 3개가 공개됐다. 마블 스튜디오처럼 일종의 ‘사가(연대기)’로 로드맵을 만들어 이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귀태: 블리즈컨 라이브를 지켜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먼저 나쁘게 말하자면 “겉만 번지르르하게 확장팩 이름만 공개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관점으로 보면, WoW가 확장팩 단위로 나눠지면서 게임의 흐름이나 전개가 끊기는 느낌이 종종 발생했는데, 이번엔 아예 연대기라는 이름으로 긴 호흡을 가져가면서 게임의 흐름을 하나로 이었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여기에 워크래프트 연대기의 창시자 ‘크리스 맷젠’ 복귀도 있으니,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연대기로 확장팩이 하나로 이어지면,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 확장팩의 이야기가 끝나도 그 이야기가 다음 확장팩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유저들이 이어질 이야기의 단서를 수집하고 예측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세계혼 연대기에선 마치 ‘반지의 제왕’ 연대기 같은 전개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내부 전쟁’에선 ‘반지 원정대’처럼 공허 세력에 맞설 세력을 규합하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한밤’에선 ‘두 개의 탑’처럼 에선 공허 세력과의 국소전을, ‘마지막 티탄’에선 ‘왕의 귀환’처럼 총력전이 펼쳐질 것 같다.

 

다음 확장팩 '내부 전쟁'에서 출시가 예고된 '전투 부대' 콘텐츠
다음 확장팩 '내부 전쟁'에서 출시가 예고된 '전투 부대' 콘텐츠

Q. 다음 확장팩에서 ‘전투 부대’, ‘영웅 특성’ 등의 신규 콘텐츠와 함께 신규 필드 이벤트 ‘구렁’ 등 다양한 콘텐츠가 소개됐다. 이에 대해 기대하는 게 있다면?

김귀태: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다음 확장팩의 콘텐츠가 생각 이상으로 알찼다. 제일 기대되는 것은 ‘전투 부대’ 콘텐츠다.

작년에 이언 해지코스타스 디렉터와 홀리 롱데일 총괄 프로듀서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여기서 홀리 롱데일 프로듀서는 “부캐릭터 육성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최근 트렌드에 발맞춰 이를 위한 업데이트를 고려 중”이라 밝혔다. 그래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바로 다음 확장팩에서 추가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웠다.

많은 WoW 유저들이 확장팩 출시 초기에 게임을 시작했다가 얼추 콘텐츠를 즐기면 게임을 떠나곤 하는데, 전투 부대 콘텐츠가 추가되면 이러한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Q. 곧 열리는 용군단의 ‘꿈의 수호자’ 업데이트 내용도 계속해서 공개하고 있다. 특히 기다리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귀태: 일단 먼저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올해 초 블리자드가 용군단 확장팩의 로드맵을 공개했다. 로드맵이 상당히 빽빽하게 차 있어서 ‘로드맵대로 정말 업데이트가 될까?’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로드맵대로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개발진에게 박수쳐 주고 싶다. 덕분에 정말 만족스러운 확장팩이 됐다.

다가오는 3시즌에 대한 기대도 크다. 특히 신규 레이드 ‘꿈의 희망 아미드랏실’이 정말 기대된다. 마지막 네임드로 등장할 ‘피락’과의 전투가 어떻게 연출될지 궁금하다.

 

Q. 얼마 전 유튜브에서 ‘WoW는 왜 한국 게이머들의 구조선이 되지 못했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WoW를 오래 즐겨온 유저로서 이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

김귀태: 질문에 대한 여러 관점 있고, 문제가 단순히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를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게임은 현지화가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마케팅 역시 현지화가 중요하다. 분명히 다른 MMORPG와 비교했을 때 WoW가 가진 특징과 매력은 충분하다. 그런데 한국에선 게임이 흥행하려면 이슈가 되어야 하는데, WoW는 화제가 잘 안된다. 다른 게임은 이벤트도 많이 진행하고 쇼케이스도 자주 여는데 WoW는 그런 게 없다. 구조선이 되려면 사람들한테 여기 구조선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하는데 정작 구조선이 있다고 말을 하질 않으니 아무리 튼튼한 동아줄을 준비해도 소용이 없다.

두 번째는 WoW의 정액제다. 이미 WoW를 즐기고 있는 유저들은 이것이 부담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게임을 안 해본 유저들에겐 일단 한 달에 2만 원을 내고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WoW에 대한 인식이다. 이미 사람들에게 WoW는 그냥 어려운 게임, 늙은 게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게 큰 작용을 한다고 생각한다. “로그 때문에 접근이 어렵다,” “애드온 때문에 시작하기 힘들다,” “공대에서 실수하면 혼난다” 같은 인식들이 자꾸 진입을 막는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게임들하고 똑같다. 다른 게임을 해봤는데 오히려 다른 게임에 어렵고 힘든 게 더 많았다. 결국 다들 똑같다.

결국 필요한 건 화제성이다. 다른 게임들처럼 방학이나 명절 시즌을 겨냥해 신규 및 복귀 유저들에게 부스팅(캐릭터 레벨 업그레이드)도 제공하고 무료 이벤트도 진행하면서 화제성을 모으는 현지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한국 WoW의 미래에 대해서 점쳐본다면? 한국 시장은 더욱 커질까, 혹은 작아질까?

김귀태: 그 부분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블리즈컨에서도 필 스펜서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 CEO가 인사를 전했다. 외국에서도 게임 패스에 블리자드 게임이 들어갈 것이라는 루머가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가 WoW의 향후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된다. 만약 그런 게 없다면 한국 WoW의 미래는 어둡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 계속 간다면 여기 구조선이 있다는 걸 밖에서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게임 안에서 유저들이 콘텐츠나 업데이트에 대해 칭찬하고 만족해도 결국 MMORPG는 신규 또는 복귀 유저가 계속 있어야 한다.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로 게임 패스 편입이나 BM 체계 개편이 이뤄진다면 긍정적인 미래도 기대할 수 있다. 게임 패스 같은 새로운 접근 수단의 등장이 미칠 영향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이런 부분이 어떻게 나올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Q. 인터뷰를 함께 한 소감과, 한국의 WoW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귀태: 인터뷰가 처음이라 답변을 제대로 못 한 것 같다. 그래도 WoW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또 블리즈컨 얘기를 많이 했는데, 굉장히 기대되고 희망적인 내용들이 많이 발표됐다. 그래서 앞으로도 WoW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기사를 보고 계신 WoW 유저분들에게 말씀을 드리자면, 지금 유저분들은 아마 다들 공감하실 것 같다. 현재 WoW의 개발 방향성이나 업데이트가 너무 재미있게 이뤄지고 있으니 포션도 그에 발맞춰서 유저분들이 더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는 콘텐츠들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라이브 이벤트 같은 다양한 콘텐츠도 많이 준비할 테니 계속 함께 해주시고 많은 피드백도 전달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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