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포션 유승현 대표, 11월 9일 출시 직전 '산나비'를 말하다

[게임플] "얼리액세스 이후 받은 응원, 마지막까지 달리게 만든 힘이 됐습니다."

개발 초짜들이 모인 인디 개발팀, 한없이 연기되는 출시 일정. 그런 게임이 높은 기대를 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원더포션의 '산나비'는 달랐습니다.

초기부터 모여 있던 시점은 지난해 얼리액세스와 콘텐츠 추가로 갈수록 더욱 뜨거웠습니다. 스팀 3천여 개 리뷰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96%)'. 짜릿한 플랫포머 액션과 함께 매력적인 도트 아트, 유저를 숨막히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어서 완성본을 내달라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그 산나비가 마침내 완성됐습니다. 11월 9일, 작은 곳에서 출발한 조선 사이버펑크 사슬 액션이 PC 스팀과 닌텐도 스위치로 정식 출시됩니다. 개발 초기부터 지원과 유통을 담당한 네오위즈가 함께 합니다. 개발사에게도, 퍼블리셔에게도 오래 고생해온 결실이 이제 찾아오는 셈입니다.

물어보고 싶은 질문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산나비가 어떤 게임인지, 무엇이 매력인지는 이미 수많은 인터뷰가 있죠. 출시를 눈앞에 둔 지금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네오위즈 사옥에서 원더포션 유승현 대표를 만났습니다. 

 


■ "개발 연기 주범은 엄청나게 많아진 이벤트 씬, 그리고 3D 결합 작업"

'산나비' 원더포션 유승현 대표
'산나비' 원더포션 유승현 대표

Q. 초기에 대학생 5명이 모인 인디게임 팀으로 알려졌죠. 지금 팀원도 그대로인가요? 출시 후 인력 변동이나 증가 계획도 궁금하네요.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일은 많아졌지만 각각 더 많이 일하는 중입니다. 지금은 너무 힘들어서 다들 기진맥진해 있어요. 출시 뒤에도 대응할 일이 많을 테니, 나중에 차기작을 여유롭게 의논하면서 인원 계획도 생각하려고 합니다.


Q. 사이버펑크, 한국적 배경, 사슬 액션 등 여러 키워드 중에 게임 초기 기획에서 가장 먼저 확정지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끝까지 안 바뀐 핵심 키워드는 사슬 액션이었어요. '웜즈' 기반으로 플랫포머를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시작이었죠. 그 다음 정해진 게 사이버펑크, 그리고 조선 후기쯤 설정을 섞으면 잘 어울리겠다 싶어서 조선 사이버펑크가 탄생하게 됐고요.


Q. 정식 출시까지 당초 예정보다 참 오래 걸렸죠. 개발이 길어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는 무엇일까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 첫째는 이벤트 씬이 초기 기획보다 많아졌어요. 대사로 대충 때우는 게 아니라 모든 곳에 애니메이션이 들어가게 돼서, 하나하나 스프라이트를 만들다 보니 2~3만 개까지 되더라고요.

둘째는 챕터3 감독관 보스가 예상 이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2D 그래픽에 3D를 결합하는 작업 경험이 없으니 정말 오래 걸렸거든요. 3D를 처음부터 배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2D 기반 엔진에 적용하는 일도 어려웠고, 처음에 너무 퀄리티가 안 좋아서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맞도록 계속 바꾸다 보니 몇 개월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Q. 베타를 계속 플레이하면서 텍스트 연출과 광원, 그중에서도 광원 효과 디테일이 굉장하다고 느꼈는데요. 지금의 퀄리티를 갖추게 된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텍스트 연출은 '카타나 제로', '나이트 인 더 우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게임 화면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니 연출에 몰입도 안 깨지고 게임과 이어지는 느낌이 좋았거든요. 말풍선으로 진행하는 스토리텔링 기법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광원 효과는 너무나 다양한 게임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중 대표적으로 '라스트 나이트'라는 트레일러만 공개하고 사라진 게임이 있는데, 도트지만 3D를 쓰고 빛을 잘 활용하는 특성이 굉장히 인상 깊어서 큰 영감을 받았죠.

6년 전 트레일러를 끝으로 소식이 끊긴 게임 '라스트 나이트'
6년 전 트레일러를 끝으로 소식이 끊긴 게임 '라스트 나이트'

Q. 최초 키워드라는 사슬 액션도 출시까지 참 많은 변화를 거친 기억이 나는데요. 처음에 길이가 고정되어 있다가 조절이 가능해졌고, 최근 사슬 위로 한 번에 달라붙는 방식으로 다시 바뀌었죠. 지금까지 정착된 과정에 대해 듣고 싶네요.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적절한 사슬 액션 래퍼런스가 없었어요. 본격적으로 활용한 게임이 전혀 없었죠. 피드백을 받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이러면 괜찮겠지' 싶은 부분도 유저분들에게 끔찍하게 다가올 수도 있었어요. 더 좋게 고칠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이 계속됐어요.

처음에 조절을 넣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넣었더니, 빠르게 날아갈 수 있는 있었던 지형들을 거리 조절을 활용할 수 있게 새로 만들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속도감이 확 줄었죠. 잡은 곳으로 확 이동할 수 있는 와인딩 기능을 그때 넣게 된 거죠.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추가했습니다.


Q. 암시장으로 가면 사슬 개량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부분도 초창기에 있었죠. 원래 업그레이드 시스템을 넣을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스토리 면에서 나중에 나오는 암시장 씬을 암시한 것이었는지도 궁금했거든요.

초기는 업그레이드 시스템을 넣으려고 했던 게 맞아요. 처음에 만들 때쯤엔 메트로배니아 장르가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개발을 하다보니 메트로배니아는 우리가 할 역량이 도저히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후 추가된 암시장 씬은 초기의 그 '떡밥'을 회수하고, 겸사겸사 스토리도 더 풀어나가려는 의도가 있었어요. 물론 지금은 업그레이드 선택이 따로 없이 선형적인 구조로 결정됐습니다.

 


■ "유저 지적 많았던 챕터3 공장 파트, 싹 개선했습니다"

트레일러 첫 등장부터 유저들을 공포에 빠뜨린 감독관
트레일러 첫 등장부터 유저들을 공포에 빠뜨린 감독관

Q. 3챕터 감독관 파트에서 긴장감을 치솟게 만드는 사운드도 인상적인데요. 어떻게 아이디어를 냈는지, 전체적 사운드 작업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공포 영화 연출과 같은 긴박감을 주고 싶었어요. 카자흐스탄인 작곡가분에게 그런 의도를 이야기하니, 음악 레이어를 나누고 죽음에 가까울수록 레이어를 쌓아올리면서 공포스러운 사운드를 넣자고 제안해주셨어요. 결과가 아주 좋았습니다.

사운드 작업 초중반은 사운드 팩을 사이트에서 구매해 넣었는데, 후반 이벤트 양이 많아지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지인에게 부탁해 남은 사운드 작업이 가능했어요. 앞서 말한 작곡가분이 BGM은 다 작업하셨는데, 메일을 보내 설명하면 장면에 어울리는 BGM을 만들어 제공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Q. 인디 개발에서 카자흐스탄 작곡가 참여는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어떻게 연락이 닿은 건가요?

그분이 데모를 플레이하고 꼭 이 게임에 작업을 해보고 싶다며 먼저 연락을 해주셨어요. 경력이 많은 분은 아닌데, 기존 작업 음악을 들어보니 우리와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정말 열정적으로 해주시고 결과물도 잘 나와서, 처음에 5개 곡 예정이었지만 40곡까지 늘리게 됐죠.


Q. 챕터마다 완전히 색다른 느낌의 배경도 특징 중 하나인데, 작업하기 가장 힘든 파트는 어디였나요?

가장 처음인 챕터1 같아요.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도시 느낌과 주인공이 처음 들어온 느낌을 줘야 했죠. 배경을 그리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는 등 환경, 효과를 통해 넓은 공간을 보여줘야 해서 정말 힘들었어요. 시간 자체가 오래 걸린 건 배경이 엄청나게 많은 챕터2 상업지구였고요.

챕터2 상업지구의 아름다운 배경
챕터2 상업지구의 아름다운 배경

Q. 반대로 다 만들고 나니 가장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연출을 꼽는다면?

챕터3 보스전에서 감독관이 변신할 때를 고르고 싶네요. 공장은 가장 인조적인 공간이잖아요. 클래식 음악(에그몬트 서곡)이 거기서 나오면 역설적인 느낌을 줄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잘 구현된 것 같아요.


Q. 파이널 베타까지 공개된 분량 가운데서, 정식 출시에 더 바꾸고 개선한 점도 있나요?

내용 면에서는 피드백이 많았던 챕터3 공장 파트 개선에 많이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닌텐도 스위치로 함께 나오다 보니 게임 패드에서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뜯어고친 것들이 있고요. 조이콘으로도 친절한 게임이 되려고 했습니다.


Q. 금마리가 암시장을 뒤져서 닌텐도 스위치를 찾고 즐거워하는 씬이 갑자기 생각나는데, 그것도 닌텐도 스위치 출시 결정되고 추가된 거겠네요?

그건 아니고 그냥 가지고 싶어서... 팀에 스위치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우리도 '야숨'을 하고 싶었어요.


Q. 가슴 아픈 사연이었군요... 공장 파트는 확실히 기믹 하나만 사용하는 구간이 너무 길고 어렵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정식 출시 버전에서 어떤 식으로 바뀌나요?

단조로운 파트를 엄청나게 많이 줄였어요. 예전처럼 지루한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레벨 디자이너를 외주로 잠깐 썼는데, 그때 만들어진 것들을 검수할 시간이 없어 크게 손 보지 않고 넣다 보니까 양이 지나치게 많아졌던 것이 원인입니다.

특히 챕터 3~4는 우리가 직접 만든 것까지 합쳐 넣다 보니 1.5배 가까이 길어졌는데, 전투도 없다 보니 노골적으로 지루함이 체감된 거죠. 고칠 수 없는 부분은 완전히 덜어내고, 정적인 부분은 더 시원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전체적으로 많이 뜯어고쳤습니다.

 


■ "산나비 스토리에서 담은 것은, 결국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죠"

Q. 파이널 베타에서 2개 엔딩 중 하나가 공개되고 '충격을 받았다'는 유저 반응도 많은데, 또다른 엔딩 루트는 콘텐츠 경험이나 플레이타임 차이가 크게 날까요?

그 이후로 하나의 챕터가 더 남아 있고요. 베타에 잠겨 있던 챕터5가 또다른 엔딩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내용 자체는 직접 플레이를 부탁드린다는 말밖에 못 하겠네요.


Q. 직접 스토리를 썼는데, 스스로가 보기엔 만족스러운 결말이 완성됐나요?

사실, 4년 동안 쓰다 보니 이제는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항상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부디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Q. 처음 스토리를 구상할 때, '산나비'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나요?

가장 영향을 받은 작품이 '공각기동대'와 '인터스텔라'였어요. 특히 공각기동대는 사이버펑크를 지금까지 끌어온 아버지 같은 존재인데, 인간성이 없는 기술화된 미래에서 기가 막히게 인간성을 확보하는 지점이 항상 있어요. 그런 메시지를 담고 싶었죠.

인터스텔라도 마찬가지로, 몇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결국 주인공을 구원해준 건 인간성이 아닌가 생각하거든요. 인간에게서 멀리 떨어지자 오히려 인간에게 구원을 받는 역설이 있어요. 산나비 역시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텀블벅 후원부터 약속했던  출시 뒤 추가 스토리 콘텐츠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출시되고 버그나 치명적 문제가 해결되면 약속드린 DLC 등 추가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르면 내년 초, 늦어도 중순까지는 해보려고 합니다. DLC는 유료 판매 없이 완전 무료 업데이트고, 인물들의 과거에 대해 재미있고 짧은 단편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단순히 이야기만이 아니라 플레이 가능한 콘텐츠가 들어가야 해서 복합적으로 생각 중이에요. 일단 주인공과 금마리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 각자 따로 나뉜 두 개의 이야기가 되겠죠.

Q. 네오위즈에서 개발 지원과 퍼블리싱을 오랜 기간 맡았는데요. 도움이 가장 크게 체감된 부분을 꼽는다면?

개발 외 부분을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개발 초기와는 다르게, 출시가 다가올수록 해야 할 일이 정말 많거든요. 마케팅, 커뮤니티, 유통, 심의 등 분야를 전부 도맡아주시니 개발 집중에 큰 도움이 됐죠.


Q. 수많은 일이 쌓인 만큼, 앞으로 인디 개발을 꿈꾸는 분들에게 '이것만은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여러분이 생각하는 개발 기간에서 적어도 1.5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서라도 반드시 늦어지게 됩니다. 발표할 때도 유의하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정말 오랜 개발 끝에 정식 출시가 다가왔습니다. 지금의 심경을 듣고 싶네요.

아무런 생각이 안 듭니다. 너무 고생해서 감정이 다 죽어버린 것 같아요. 기대나 떨림보다는, 드디어 할 것을 다 했다 싶은 느낌이네요.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잠시 쉬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텀블벅 후원부터 기다려온 팬 여러분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정말 오래 기다리셨고, 일정 연기가 많아 죄송스러웠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있어서 산나비라는 게임을 완성시킬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너무 힘들었는데, 얼리액세스 이후 받은 많은 응원이 우리가 스퍼트를 하게 만든 힘이 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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