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도, 담양, 십리대숲, 범바위골... 전국의 풍경과 문화가 녹아들다
[게임플] "우리가 알던,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담다."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한 게임은 많다. 동양 문화를 접목한 세계관도 많다. 하지만 전체 지역 하나에 실제 한국 역사의 고증을 넣고, 이야기와 아트워크까지 조선 시대의 풍미를 담는 게임은 드물다. 그것이 대형 게임사의 오픈월드 게임이라면 더욱 그렇다.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 업데이트는 조선 시대를 모티브로 만들어지는 가상의 국가를 다룬다. 한국 판타지 속 존재들과 전래동화 이야기 등 모험 요소를 다루면서 우리의 전통미를 발산하는 데 집중했다.
펄어비스가 공개한 개발자 코멘터리는 한국의 실제 전통 문화를 아름답게 구현하기 위해 들인 노력을 이야기한다. 100여년 전, 독일의 노르베르트 베버 선교사가 한국을 찾아와 묘사한 기억을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지가 최초의 고민이었다.
마고리아를 넘어 유저들의 눈에 처음 들어올 아침의 나라 대륙의 첫인상은, 전라남도 고흥군에 있는 거금도의 모습을 참조해 기초 지형을 다듬었다.
또한 담양 대나무 숲, 십리대숲, 진달래숲, 범바위골, 벽계섬 등 우리 색감이 담긴 자연 지형들을 활용해 전체적 지형 작업을 진행했다. 도자기류 디자인의 고증을 살리기 위해 문화재청의 도움을 직접 받아 제작하기도 했다.
아침의 나라 안에서는 우리가 어려서 잠들기 전에 듣곤 했던 전래동화를 모험으로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흥부와 놀부, 구미호, 도깨비 등 우리 고유의 정서를 공간에 바르듯이 여러 형태의 지형을 따로 제작했다.
관청과 같은 곳에서는 옥에 갇혀 있거나 곤장을 맞는 등, 다양한 콘셉트를 차용해 마치 민속촌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려 했다. 설마 계속 지켜보면 영원히 맞고 있는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은사막 세계를 모험하며 스크린샷을 찍는 유저들의 즐거움을 위해 곳곳에 포인트도 추가했다. 관상가의 고운마루나 범바위골, 달벌마을 길 주변 매화나무와 철쭉동산, 무궁화, 귤나무, 동백나무 등 우리 고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미경이 존재한다.
아침의 나라에 등장하는 우두머리들은 한국의 무속적인 요소와 설화를 여럿 참고했다. 처녀 귀신, 바리공주 이야기, 제주 진국태 설화, 금돼지 설화 등이 주요 기반이다. 일반 사냥터 없이 우두머리 러시 위주로 콘텐츠가 편성되므로 전통적 설화들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두억시니를 포함한 도깨비들은 사람의 생김새와 다를 바 없었다는 한국의 전통적 형태를 표현하려 노력했다. 동시에 도깨비가 사물에 깃든다는 점에 착안해 키, 솥뚜껑 등 생활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을 몸에 지니도록 디자인했다.
기존 검은사막에 있던 요소를 한국적으로 변형하면 어떤 모습일까. 이런 물음에서 시작한 작업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파푸와 크리오의 한국 버전인 별주부전, 핵세 마리의 한국 버전인 무당령이 소개됐다.
별주부전 이야기대로라면 원래 거북이가 아닌 자라여야 했지만, 자라가 조금 무섭게 생긴 만큼 거북이로 전환해 디자인했다. 우두머리인 산군은 한국 호랑이를 표현하고자 민화에 나오는 호랑이를 베이스로 했다. 여러 이야기의 보조 역할을 하는 삽화는 붓과 먹으로 그린 듯한 화풍으로 작업해 옛 전래동화책의 삽화를 보는 느낌을 주려 했다.
평민 의상을 더욱 특이하고 재미있게 표현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색감이 풍부한 전통 조각보에 생각이 미쳤다는 뒷이야기도 전했다. 그 느낌을 착용해 평민들의 기워진 옷에 적용시켰다.
NPC들은 자연스러운 동작에 신경 써서 당시 생활상을 묘사했다. 저잣거리에서 곰방대를 피워대는 노인들, 갈대를 엮고 있는 일꾼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과 소금을 받는 오줌싸개 아이들, 제기를 차거나 투호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예시로 소개됐다.
우두머리는 민담과 설화 속 존재들이 실제로 현실에 나타나 움직인다면 어떨지 상상하며 제작했다. 특히 많은 고민을 거친 것은 무당령이었다. 의논 끝에 마치 신내림을 받은 듯한 동작으로 환영술을 쓰도록 구성해 그동안 검은사막에 없던 독특한 형태를 완성시켰다.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 메인 트레일러는 지난해 12월, LA에서 개최한 칼페온 연회를 통해 공개됐다. 미국 한복판에서 펼쳐진 한국형 세계관이 상징적 의미를 가졌고, 현지 유저들의 열성적인 반응도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아침의 나라 업데이트는 3월 29일 실시된다. 검은사막은 국내와 해외 모두 고른 성적을 거두고 있다. 국내 유저들에게는 우리 전통 문화를 향한 반가움을, 해외에서는 신선한 문화를 향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지금까지 드러난 정성이라면, 경험할 가치는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