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순간 다가오는 성취감, 스킬 응용까지 낮은 진입장벽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판단력이 가져오는 반전과 변수에 놀라

[게임플] 게임의 최고 덕목은 재미다. 하지만 재미를 평가하는 일은 모호하고 위험하다.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각자 성향에 따라 다르다. 어느 지점이 재미있느냐에 따라서도 흥행 변수가 갈린다. 그래서 개인 감상으로서 재미를 말할 수는 있지만, 확신을 가지고 '재미있으니 흥행할 것'이라고 미리 속단하는 것은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파이널스'는 재미에 반절 이상 확신이 생긴 게임이다.

더 파이널스는 넥슨의 스웨덴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한 팀 기반 FPS 신작이다. 3인 팀을 기본으로 다른 팀들과 경쟁을 치르며, 맵에 존재하는 금고를 가져와 ATM에 집어넣고 입금이 완료될 때까지 지켜 더 많은 점수를 얻는 것이 목표다. 7일부터 글로벌 베타 테스트를 통해 출시 전 평가와 피드백을 받을 계획이다.

테스트 실시 전, 넥슨 사옥에서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시연회가 열렸다. 기대 속에 참여하면서도 걱정 또한 많았다. 트레일러에서 나타난 숨 막히는 속도감과 짜릿한 연출이 실제 플레이에서 쉽게 구현될 수 있을까. 거대한 글로벌 FPS 게임들과 경쟁할 만한 새로운 재미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다'는 답은 상상 이상으로 쉽게 나왔다.

'금고'를 둘러싸고 승리를 가리는 후반부 사투
'금고'를 둘러싸고 승리를 가리는 후반부 사투

슈팅 게임에서 대중적으로 재미있을 만한 대결 형식(모드)은 이미 여럿 있다. 최다 킬이 목표인 데스매치, '카운터 스트라이크'로 대표되는 폭파 공방전, '배틀그라운드'로 전성기가 시작된 배틀로얄, 그밖에 거점전과 호송전, 디펜스와 깃발 뺏기 등.

더 파이널스가 내세운 '캐시아웃' 모드는 그 중에서도 특이했다.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일은 쉽지만, 그것을 재미있게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더 파이널스는 그것을 성공에 가깝게 만들어냈다. 

금고를 둘러싼 캐시아웃 규칙은 깃발 뺏기의 진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깃발이 피아 진영이 아니라 중립 맵 속에 무작위로 있고, 또다른 무작위 목적지에 가져간 뒤 일정 시간 거점전이 융합되는 형태다. 

게임 규칙의 구도부터 신선하고, 플레이에서 쉴 틈이 없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탈취해야 할 금고 위치가 표시되고, 최대한 빨리 공략할 금고를 정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달려가야 한다. 자연스럽게 금고로 향하는 길이나 금고 근처에서 적 팀과의 교전이 발생하게 된다.

금고를 들고 달리는 팀원은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 캐시아웃을 위해 ATM기로 달리는 동안은 자연스럽게 추격전의 흐름이 전개된다. 적들의 추격을 피해 금고를 캐시아웃에 넣어도 안심할 수 없다. 입금이 완료되기까지 시간이 있고, 그동안 ATM 사수에 실패하면 금액 소유권을 고스란히 다른 팀에게 빼앗기기 때문이다. 

FPS이기 때문에 총기 사용 능력이나 캐릭터별 스킬 활용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승패를 결정적으로 가르는 요소는 판단력이었다. 

교전에서 패해도 리스폰 뒤에 다른 금고를 노릴지, 아니면 적의 입금을 뒤에서 기습해 탈취할지 등 다양한 선택지가 제공된다. 또 게임 후반부에 생성되는 금고 액수가 더 크기 때문에 역전도 흔하게 나온다. 마지막 1초까지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재미다.

시연 토너먼트 과정에서 명장면을 연출한 적도 있다. 마지막 거금이 담긴 금고를 가져가다가 팀원이 전멸한 채 홀로 남았는데, 메테오 타임이 시작되면서 주변 지형이 난장판이 됐다. 혼란을 틈타 내린 선택은, 원래 가려던 목표를 포기하고 적들의 허를 찔러 가장 먼 ATM으로 달려가 입금하는 것이었다.

입금이 시작되고 적 팀이 추격해오자, 라이트 캐릭터의 특수 스킬인 은신을 활용해 최대한 시간을 끌며 도망다녔다. 결국 게임 시간이 끝나는 순간 입금이 완료됐고, 이 '버저비터'로 인해 극적인 역전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럭비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터치다운에 성공할 때의 쾌감이 바로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였다. 이벤트전 우승보다 강렬한 것은 이 게임에서 이겼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짜릿한 성취감이었다. 소위 '흥겜'이 갖춰야 할 최대 덕목을 갖춘 것이다.

적팀 유저들을 최대한 화나게 만들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도 풍부하다
적팀 유저들을 최대한 화나게 만들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도 풍부하다

더 파이널스의 또다른 특징은 지형과 건물 파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구건(Goo-Gun)을 활용한 지형 생성으로 인해 방어막을 펼치거나 공중 다리를 연결해 길을 잇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사실, 요즘 시대에 이런 것이 획기적 시스템은 아니다. 엠바크 스튜디오 개발진들이 몸 담았던 '배틀필드' 시리즈에서도 이미 구현한 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지형 파괴와 생성이 캐시아웃 게임 규칙과 만나면서 놀라운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금고를 들고 도망치는 팀원을 도와주기 위해 공중에 다리를 놔주거나, 캐시아웃을 앞두고 '우주 방어'를 펼치는 적을 몰아내기 위해 로켓 런처로 건물 전체를 날려버리기도 한다. 돈가방을 둘러싸고 지형을 만드는 쪽, 그리고 파괴하는 쪽의 치열한 머리 싸움과 심리전이 매우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이런 지형 컨트롤을 초심자도 금방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리를 놓기 위해서는 그저 구건을 들고 일반 총기처럼 좌클릭하면 끝이다. 파괴 및 생성 무기는 게임 시작 전 선택해 들고 갈 수 있다. 

플레이가 제대로 돌아가면 미친 듯이 뛰어오르는 성취감, 그리고 거기까지 적응하기 위한 진입장벽이 절대 높지 않다는 점.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을 틈이 없는 템포까지. 여기에 한 판당 시간이 길지 않아 피로도 문제도 해결된다. 모든 면에서 게임 설계가 영리하다.

게임의 룰을 통한 재미, 이것이 더 파이널스가 가진 최대 매력이다. 또 이것은 쉽게 사그라질 재미가 아니다. '배틀그라운드'나 '오버워치'를 처음 했을 때와 견줄 만한 순수 재미를 더 파이널스에서 느꼈다.

슈팅 장르는 비슷한 게임 방식으로 후발주자가 기존 대세 게임을 따라잡기 매우 어렵다. 반면 더 파이널스는 게임의 승리 규칙, 중간 흐름과 전략 형태에서 크게 유사한 현역 흥행작이 없다. 트레일러나 스크린샷만으로는 여러 게임에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플레이 체감은 완벽하게 새로웠다. 

변수는 있다. 기술과 서버의 안정화는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또 3인 팀이 강제되는 만큼 매칭 관련 시스템과 소통 편의성도 흥행을 위해 필수 요소다. 글로벌 시장이 거대한 만큼 효과적인 마케팅과 출시 시기의 운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서 워낙 강렬한 인상을 받았기에, 이대로 탈 없이 완성되어 출시되었으면 하는 소망만 가지게 된다. 테스트 단계부터 자신 있게 '재미있다'고 추천할 만한 게임은 정말 오랜만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