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년 현장에서 만난 에피드게임즈 한정현 대표, 심정선 부대표
생존에 목 매던 개발사가 8배 커진 운동회를 열기까지
"주택담보대출, 글로벌 서비스 안정되면 정말 상환 가능할 것 같아요."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이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 뛰어드는 가운데, 이 지옥과도 같은 곳에서 맨몸으로 우뚝 선 게임사가 있다. 에피드게임즈의 '트릭컬'은 가장 귀여운 비주얼을 가졌으면서도 가장 '광기' 넘치는 게임으로 꼽힌다.
그 독특한 매력이 유저를 사로잡았고, 2주년에 현재진행형 전성기를 달성하는 성과를 낳았다. 초기 생존 자체가 위험했던 상황과 비교할 때 기적 같은 스토리다. 26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 스튜디오에서 개최한 '트릭컬 2주년 명랑 운동회'는 이런 기쁨을 개발진과 유저가 함께 나누는 자리였다.
에피드게임즈 한정현 대표, 심정선 부대표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단체 미디어 행사가 많지 않아 처음은 어색했다. 하지만 수영장 입수, 코스프레, 마빡이 퍼포먼스 등 방송에서 보여준 광기는 곧 대화에서 되살아났다.
Q. 우여곡절 끝에 2주년까지 왔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한정현: 행사 규모가 작년 대비 대여섯 배 커졌다. 처음은 살아남는 것만 생각했는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심정선: 정확히는 8배 커졌다. 예산은 3배 정도 늘었다.
Q. 한 대표의 주택 담보 대출 상황은 어떤가.
한정현: 아직 남아 있다. 글로벌 오픈한 뒤 안정화되면 내년에 꼭 상환하려고 한다.
Q. 게임 규모가 커지면서 업무 과중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질적 하락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심정선: 보상이나 인센티브를 챙기면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2주년을 맞아 직원들에게 닌텐도스위치2를 지급하기도 했고, 휴가도 근속 연차에 따라 최대한 늘리고 있다.
한정현: 인원을 많이 뽑은 이유도 로테이션으로 쉬기 위해서다. 현재 평균적으로 연간 4.5주, 최대 8주 정도 쉰다. 여행 계획이나 리플래시 계획을 도와주는 제도도 있다.
Q. 2주년 점검이 끝나고 서버가 오픈하자마자 터지는 경우도 있었다.
한정현: 서버를 증설했는데도 터지는 것은 '갓겜'의 증거기도 하다. 그래서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슬펐다. 이번에 최고 동시접속자에 근접하게 되어 감사하다.
Q. 다른 대기업 게임에서 볼따구 늘리기를 도입해 화제가 됐는데, 내부에서 오히려 좋아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한정현: 블루 아카이브 볼따구 연출을 보고 정말 많이 기뻤다. 우리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게임이고, 이번에 '철도가키'도 둘다 뽑아서 자랑하기도 했다.
심정선: 여러 게임 사이에서 배우는 게 워낙 많고 참고하면서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다른 게임 플레이는 오히려 장려하는 편이다.
Q. 서브컬처가 특히 게임들 사이 유저들이 친밀하게 주고받는 분위기다. 이유가 무엇일까?
심정선: 여러 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아 유저가 많이 겹친다.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같은 편이기 때문에 서로 적대시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닐까.
Q. 게임 롱런과 IP 다각화를 위해 고민하는 점이 있다면?
심정선: 원작 소설이 지금까지 1만 2천 부 예약됐는데,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임 깊이감이 아직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 인정하고 있다. 다각화를 위해 계속 나아가고 있고, 글로벌 서비스도 퍼블리셔와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Q. 매번 방송마다 엄청난 재미가 나오고, 2주년도 '마빡이' 같은 기발한 예능을 선보였다. 어떻게 준비했나?
한정현: 항상 미리 알려줄 수 없느냐고 말하곤 하는데, 또 방송 직전에 당했다.
심정선: 대부분 다 내가 총괄하고 있다. 연기자들이 아니니 미리 줘봤자 어색하기만 하고 연습할 것도 없다. 끝나고 나서 PD는 3일 정도 후유증이 심해 걷지를 못했고, 우리는 팔이 안 올라갔다. 다들 늙어서 힘들었다.
Q. 대표를 비롯한 브랜딩 작업은 다른 게임에서 보기 드물다. 스스로도 즐기나?
한정현: 사건의 발단은 트릭컬이 한 번 망하고 나서였다. 새로 만들어보자고 이 친구(부대표)를 설득했는데, 집 가는 길에 '이 게임을 살리려면 너를 팔아야겠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승낙했는데, 그것이 인생에서 후회하는 3가지 중 하나다. 이렇게까지 갈 줄은 몰랐다.
심정선: 다른 게임사에서 하지 않는 것 위주로 한다.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없어서다. 라이브 커머스도 보통은 팀장급 이상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우리는 라이브 방송에 나가고 코스프레까지 하면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 방향성이다. 대표를 내세우는 것도 그것의 일환이다. 1주년 때 유튜브 알고리즘이 제대로 터졌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Q. 운동회를 둘러본 소감은?
한정현: 1주년은 행사는 유저 수에 비해 규모가 아쉬웠는데, 훨씬 커져서 감개무량하다. 비좁던 점을 해결해서 다행이다.
Q. 트릭컬은 특이하고 귀여운 굿즈가 많다.
심정선: 굿즈를 대부분 담당하는데 예약 굿즈가 특이한 것이 많다. 대표 얼굴을 쳐서 할리갈리를 하는 게임도 있다. 한 대 때리고 싶은 우리 마음을 반영했다. 대표도 좋아하더라.
굿즈는 완판을 해도 떨어지는 것이 거의 없이 팬서비스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 입장에서는 애착이 더 크다. 2군데 업체에서 경쟁이 붙어서 퀄리티가 한없이 올라간 경우도 있다. 단가도 같이 올라서 팔수록 손해지만, 그래도 좋아해주시니 제작했다.
Q. 고블린 무녀를 실장해달라는 의견이 계속 있다.
한정현: 파맛첵스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원하는 사람이 많아도 정작 내면 불호 의견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
심정선: 지금으로선 계획에 없다.
Q. 에픽게임즈와 저작권 이슈는 어떻게 되고 있나?
심정선: 물밑에서 해결 중이고, 중재하는 쪽이 중간에 있어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한정현: 출시 당시는 다음 달을 생각 못할 정도로 오늘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유저 성원과 관심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꾸준히 재투자하면서 지금까지 한 것처럼 열심히 달려가겠다.
심정선: 매 주년마다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한 것 같다. 1.5주년에 '우리 이제 건강해요'를 보여줬고, 2주년은 '이제 뛰어놀 수 있다'는 뜻을 잠았다. 조금씩 성장하고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온 만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