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진이 직접 밝힌 '2024 롤드컵' 우승 스킨 개발 비화
월즈 우승 스킨은 ‘전 세게에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기회’

T1의 다섯 번째 월드 챔피언십 우승 기념 스킨이 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7일, T1의 2024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기념하는 스킨이 공개됐다. 스킨이 공개된 이후 위압감 있는 외형이 글로벌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면서 이에 얽힌 비화를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다.

이번 스킨의 화려한 외형 뒤에는 선수들이 직접 요청한 디테일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개발진의 치밀한 과정이 담겨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의 세세한 요청 사항과 더불어 스킨 제작 비하인드를 들어볼 수 있었다.

먼저, T1 선수들은 험난했던 여정을 담아내길 원했다. 밝고 낙관적인 분위기였던 지난 스킨과 달리 이번엔 무겁고 진지하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위엄과 최종 보스다운 위협적인 모습 표현하고자 했다. 이는 스킨 전반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출발점이 됐으며, 블랙과 실버의 조화를 통해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세부적인 콘셉트는 세 가지 핵심 요소로 모아졌다. 첫째는 세련되고 위협적인 모습, 둘째는 감동을 지닌 영웅적 서사, 셋째는 개최지 런던에서 얻은 고전 판타지적 영감이다. 이를 바탕으로 라이엇 게임즈는 멈출 수 없는 영웅의 판타지적 면모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런던은 이번 스킨 제작의 중요한 배경이었다. T1 선수단은 대회 기간 박물관과 고전 건축물을 둘러보며 영감을 얻었고, 이를 통해 ‘중세 기사단’, ‘검은 그림자’, ‘붉은 번개’ 같은 초기 비주얼 콘셉트가 정립됐다. 결국 각 챔피언별 스킨은 단순히 개별적 특징에 그치지 않고, 팀 전체의 이야기를 하나의 비전으로 묶어냈다.

이에 더해 각 스킨의 비주얼 아이디어는 선수 개개인의 취향에서 출발했다. 케리아의 파이크는 함선을 타고 항해하는 캡틴의 모습으로, 위협적이고 과감한 느낌을 살렸다. 제우스의 나르는 시그니처인 안경과 번개를 반영한 밝고 귀여운 이미지를 반영했다.

오너의 바이는 자신에게 상징적인 호랑이 목걸이를 디자인에 반영했고, 유럽풍 미술 작품과 조각상 등에서 영감을 얻은 구마유시의 바루스는 특유의 헤어스타일이 스킨에 반영됐다.

페이커의 요네는 최대한 어두운 톤의 색감을 통해 힘든 여정을 극복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이는 상대와의 싸움이 아니라 압박감, 자신의 그림자, 스스로에 대한 의심 등 자신과의 싸움을 표현한 것으로, 단순한 우승을 넘어 전 세계 유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무엇보다 페이커의 MVP 스킨인 프레스티지 사일러스는 어두운 테마를 더욱 강하게 반영하며, 강인한 전사이자 살아있는 그림자의 느낌을 살렸다. 비대칭적이면서 날 것이며, 해방과 어둠 그 자체인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라이엇은 이 스킨을 통해 다른 어떤 서사보다도 어두우면서도 강렬한, ‘불사대마왕’ 이미지의 사일러스를 완성했다.

이러한 방향성과 선수들의 구체적 요청이 어떻게 게임 속에 구현됐는지 등 우승 기념 스킨에 대한 추가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장식요소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사라 카모디' 선임 매니저와 아트 디렉션 '토마스 랜드비' 매니저를 통해 들어볼 수 있었다.

왼쪽부터 '사라 카모디' 선임 매니저, '토마스 랜드비' 매니저
왼쪽부터 '사라 카모디' 선임 매니저, '토마스 랜드비' 매니저

Q. T1과 페이커의 다섯 번째 우승 스킨이다. 다섯 개의 우승 스킨을 제작하면서 각각의 차별점을 두기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이전의 우승 스킨은 어떤 특징이 있었고, 이번에는 어떤 차별점을 두려했나.

토마스 랜드비: T1이 개최지인 런던에서 받은 영감이 개발진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다. 2023 T1 월즈 우승 스킨은 티원의 유산뿐만 아니라 한국의 풍부한 문화나 신화적 요소들, 밝은 영웅 등을 담아내려 했다. 반면, 2024 T1 월즈 우승 스킨은 더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주길 기대하고 있다.

색상이나 ‘힘의 원천’ 등 디자인 요소 역시 스킨의 느낌을 다르게 가져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스킨의 경우 블랙과 실버에 포인트를 줬다. 과거 T1 우승 스킨에 이런 색감을 써본 적이 없기에 확실히 새롭지만 한편으로는 도전이다. 따라서 방향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는 걸 아마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주어지는 스킨은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의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승 스킨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프로게이머들에게 어떤 동기부여가 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토마스 랜드비: 선수들과 우승 스킨을 논의하다보면 ‘지금까지의 여정’을 스킨에 담고 싶어 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물론, 선수들이 우리를 믿고 스킨 디자인을 맡겨주는 점도 진심으로 감사하다.

월즈 우승 스킨은 단순한 챔피언 스킨을 넘어 우승을 향한 여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감정 등 깊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월즈 우승 스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선수들이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전 세계의 열정적인 플레이어들에게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즉, 월즈 우승 스킨을 단순히 ‘내가 플레이한 챔피언’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전 세계에 나의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Q. 월드 챔피언십 와드 스킨은 흔히 우승컵으로 디자인되는데, T1은 작년 ‘ZOFGK 와드’부터 훨씬 이전에는 ‘꼬마 와드’ 등 독특한 스킨이 많았다. 2024년 와드 스킨도 이러한 독특한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지?

사라 카모디: 이번에는 'HEAVY IS THE CROWN'에 맞게 왕관 모양이 담긴 와드 스킨이 될 것 같다. 제우스의 나르 우승 스킨에 등장하는 왕관을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다.

토마스 랜드비: 2년 연속으로 같은 선수들과 스킨을 작업하다보니 선수들 스스로 챔피언과 와드 등에 대해 명확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개발진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마치 하나의 보상처럼 느껴졌다.

 

Q. 우승 스킨 제작에 있어서 가장 의견을 적극적으로 낸 선수는?

토마스 랜드비: 페이커는 스킨 관련 작업을 많이 경험해본 선수다 보니, 함께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좋았다. 특히 다른 선수들의 아이디어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돕는 맏형 역할을 잘 해줬다. 구마유시는 건축물과 조각상 등 런던에서 경험한 고전적인 예술 요소를 가장 먼저 제안한 선수다. 개발진 역시 해당 아이디어를 듣고 우승 스킨에 대한 비전을 수립할 수 있었다.

Q. 개발 작업이 가장 어려웠던 스킨은?

사라 카모디: 개발 과정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스킨은 결승전 MVP 프레스티지 사일러스였다. 서사급 스킨을 바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단독 스킨이었기 때문에 독창적으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한 가지 운이 좋았던 건 페이커는 다른 선수들보다 비교적 어두운 느낌을 원했는데, 본 스킨을 통해 그러한 부분을 잘 살릴 수 있지 않았나 싶다.

 

Q. 우승 스킨을 처음 봤을 때 '악의 여단' 스킨 시리즈가 떠올랐다. 실제 색감이나 인게임 이미지를 구상할 때 참고를 했는지 궁금하다.

토마스 랜드비: 어둡고 세련된 이미지인 만큼, 톤은 겹칠 수 있다. 다만 ‘악의 여단’이나 ‘고대 신’ 스킨 시리즈의 경우 자연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지녔으나, T1 우승 스킨은 그보다 더 세련된 느낌을 구현하고자 했다. 깃털과 뼈 등으로 인해 부족같은 느낌을 지닌 악의 여단 스킨 대비 현대적인 모습을 목표로 개발했다.

사라 카모디: T1 우승 스킨에는 각 요소별로 보조적 핵심 요소들이 있으며, 그것들이 스킨의 디테일한 뉘앙스를 살려준다고 생각한다. 악의 여단뿐만 아니라 다른 스킨과의 차별화를 위해서 마법적인 느낌보다는 현실감을 주고자 노력했다.

 

Q. 우승 스킨 출시일이 꾸준히 늦춰지며 선수들이 자국 리그에서 자신의 우승 스킨을 사용하는 모습을 점점 더 보기 어려워진다는 의견도 있다. 향후 출시 일정을 조금 더 앞당길 계획은 없는지?

사라 카모디: 스킨 출시 일정은 우승팀과 개발진의 의견 조율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따라 정해진다. 모두의 의견을 만족스럽게 합칠 수 있는 시점이 정해지면 이를 바탕으로 개발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서둘러 출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선수들이 원하는 바를 반영한 결과물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만 한다. 따라서 우승 스킨 개발 시에는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출시 일정을 앞당기고 싶은 마음은 항상 지니고 있다..

Q. 선수 요청사항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사라 카모디: 케리아가 요청한 함선 귀환 모션이 재밌는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일반적인 귀환 모션의 작업 범위를 넘어섰지만, 팀 입장에서 너무 좋은 아이디어였기에 어떻게든 구현하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가 생겼다.

토마스 랜드비: 제우스 선수가 트로피에 머리를 부딪히는 걸 구현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승의 기쁨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개발진이 결승전 종료 직후 선수들과 스킨 관련 대화를 나누는 이유는 그 순간의 기쁨과 에너지를 담아내기 위함이 크다. 부딪힌 머리를 치료하느라 조금 늦게 들어온 제우스를 크게 반겼던 기억도 생생하다.

 

Q. 우승 스킨은 우승 팀 뿐만 아니라 개최지에 관한 테마도 담고 있다고 본다. 2023년과 2024년은 각 개최지의 어떤 부분을 담았고, 중국에서 열릴 이번 LoL 월드 챔피언십은 해당 지역의 어떤 테마를 담고 싶은지 궁금하다.

토마스 랜드비: 과거에는 해당 연도의 ‘LoL 월드 챔피언십’ 스킨이 따로 존재해, 개최지와 해당 도시의 느낌을 담아냈다. 반면, 월즈 우승 기념 스킨은 선수들의 요청사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이번 우승 스킨 역시 선수들이 개최지인 ‘런던’이라는 요소를 담아내고 싶어 했기에 반영했을 뿐, 의무적으로 개최지 요소를 넣은 것은 아니다.

 

Q. 일각에선 최근 우승 스킨이 과거에 비해 해당 챔피언과 선수가 가진 서사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비친다. 수익성을 고려해 흥행할만한 챔피언을 고르게 된다는 지적인데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사라 카모디: 사실 챔피언을 선택해야하는 시점에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까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개발진은 선수들의 요청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진행한다. 물론, 제안한 시점에 따라 특정 챔피언의 스킨을 내부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경우엔 작업이 조금 까다로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진은 선수들이 원하는 걸 최대한 들어주기 위한 방향을 늘 고민하고 있다. 선수들이 간혹 인기 있는 챔피언을 고를 때도 있다. 이럴 경우 인기가 없더라도 독보적인 스킨을 만들 수 있는 챔피언을 원하는지 등 여러 방향을 제안하기도 한다.

토마스 랜드비: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하나의 스킨이 다른 스킨의 판매량을 과하게 잠식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모든 스킨이 최선의 결과물로 나오게 하는 방향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Q. T1 우승 스킨을 기다려온 한국 플레이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라 카모디: 한국 플레이어분들의 꾸준한 관심과 열정이 개발진에게 큰 영감과 작업할 힘을 불어넣어 줬다. 특히, 이번 T1 우승 스킨은 개인적으로도 정말 뜻깊고 영광스러운 작업이었다. 결과물을 보여드릴 날이 무척 기대된다.

토마스 랜드비: T1과 함께 우승 스킨을 개발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이번 스킨을 통해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뿐만 아니라 한국 플레이어분들께도 경의를 표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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