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는 아니지만 정상적인 기법, 완성도로 회복된 시나리오
유즈하-앨리스 서사와 매력도 만족... 다음 버전 지속 여부 핵심
오랜만에, 스토리의 '정상화'가 느껴진다.
호요버스 '젠레스 존 제로'가 16일 업데이트한 2.1 버전 '서서히 밀려드는 파도'가 호평을 받고 있다. 전반부 픽업으로 '우키나미 유즈하'가 먼저 찾아왔고, '앨리스 타임필드'가 후반부 합류한다. 메인 스토리 시즌2 제2자에서 둘 모두 강렬한 서사와 개성을 보였고, 전체 스토리 재미 역시 만족감을 줬다.
젠레스 존 제로에서 시나리오는 오랫동안 약점이었다. 1.2 '불지옥 라이딩'까지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으나, 갈수록 갈등이나 해소의 깊이가 얕고 인물들의 언행에도 몰입이 어려웠다. 특히 아스트라와 이블린의 이야기를 풀어낸 1.5 버전은 이야기의 기본기가 다 빠져버린 느낌으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반등을 기대한 2.0도 마찬가지였다. 지나치게 눈에 보이는 음모와 악역 패턴이 연속으로 이어졌고, 핵심 캐릭터 의현의 과거와 행동도 전체 줄기에서 밀접하게 연결되지 못했다. 화려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몰입을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다.
서브컬처 게임에서 스토리 중요성은 무시하고 넘어가기 어렵다. 시즌2 업데이트로 유저는 대거 몰렸지만 이를 붙잡을 동력 확보가 시급했다. 2.1은 그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그리고, 우려를 씻어낼 만큼 몰입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메인 스토리 시즌2 제2장은 가장 핵심인 기본기부터 탄탄하게 갖춰져 있다. 그동안의 악평을 거름 삼아 절치부심한 듯, 버전 간판 캐릭터인 유즈하와 앨리스의 개인 이야기부터 시작해 단계별로 엮어나가며 세계관 전체 구도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완성도를 갖췄다.
앨리스의 의뢰에서 시작해 유령 의혹 조사와 유즈하와의 만남, 괴담방 모임 등 작고 소소한 이야기부터 재미를 갖춘다. 유즈하는 그저 장난스러운 듯한 첫인상과 다르게 깊은 과거를 지닌 소녀다. 이것은 앨리스가 지닌 기억에 특정 상징물을 통해 연결되고, 서로가 반드시 필요했던 이유를 부여하면서 연출로 감성을 전할 수 있게 됐다.
시나리오 중심이 되는 상징물의 사용, 대사 복선 회수와 배경적 긴장감 부여까지 빈틈없이 모범적인 구도를 따라간다. 핵심 집단이 될 포르셀루맥스,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던 칭송회의 존재감 보강까지 제대로 인과 관계를 갖추며 다음 장 기대도 남긴다.
단순히 품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미가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바로 다음 한 발짝이 궁금해지도록 쉬지 않고 유도하는 것은 게임 시나리오에서 필수다. 충분히 예상 가능하면서도 디테일이 궁금해지는 단서를 꼼꼼하게 던졌고, 이는 즐거운 마음으로 스토리를 끝까지 따라가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사실상 NPC 수준으로 떨어졌던 이들의 존재감도 살아났다. TV 삭제와 함께 실직이 우려된 AI 페어리는 적극적으로 탐험 내비게이션에 관여하고, 방부 이아스는 다시 공동에서 로프꾼을 도울 수 있는 당위적이 부여됐다. 로프꾼 주인공 남매 역시 미아즈마 탐색을 무기 삼아 전체적인 스토리 진행에 위화감 없이 기여한다.
추후 업데이트에 추가가 기대되는 '오피' 같은 캐릭터도 짧지만 인상적인 매력을 보였고, 시즌1에서 잠시 빌드업을 깔아둔 오블로스 소대도 부드럽게 메인 서사와 엮였다. 어딘가 조금씩 어긋나고 비었던 서사들을 상당 부분 제 궤도로 되돌려놓은, 그야말로 '정상화'라고 표현하기 충분하다.
젠레스 존 제로가 완전히 스토리 추천 게임으로 거듭난 것은 아니다. 이번 버전을 통해 겨우 기본을 회복한 셈이고, 안정적으로 깔린 세계관 구도를 이제 어떻게 쌓아가느냐가 중요하다. 여전히 붕 뜬 감이 있는 의현과 운규산의 서사를 수습하는 것도 과제다.
그럼에도 기대가 커지는 이유는, 최근 "스토리만 괜찮으면 되는 게임"이라는 평가가 더욱 진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캐릭터 디자인은 장기간 호평이 끊기지 않았고, 편의성은 시즌2부터 더 고칠 점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말끔해졌다. 최근 캐릭터들의 액션 스타일 역시 바랄 것이 없다.
2.1에 추가된 미드 서머 판타지 이벤트도 부담 없는 플레이와 재미 및 볼륨을 선사한다. 향후 더 풀리는 콘텐츠를 봐야 알 수 있지만, 2.0 그냥관에 비해서는 게임 디자인이 안정적으로 구성된 느낌을 준다. 물론 유즈하와 앨리스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효과도 쏠쏠하다.
이제 2.2 버전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듯하다. 시즌2에 접어들어 준수하게 쌓은 이야기에 제대로 불을 붙일 만큼의 밀도를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다시 아쉬운 뒷만을 남길 것인지. 이 갈림길에서 앞으로 1년간의 평가가 결정될 수도 있다. 적어도 현재 방향성을 보면, 기대할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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