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부담스럽지는 않은 BM
원작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을 버린 것이 문제
사이게임즈의 CCG '섀도우 버스 월즈 비욘드'의 2탄 카드 팩 '진화하는 무한'이 17일 출시됐다. 이와 함께 스팀에서 다시 한번 부정적 평가가 대폭 증가했다.
섀버 월즈 비욘드는 전작의 게임 방식을 긍정적으로 수정했고, 장점인 카드 일러스트와 캐릭터성은 그대로 가져왔다. 전작 유저는 물론 다른 카드 게임 팬들에게도 주목 대상이었다. 기자도 전작에서 승리 수 1만이 넘고 플레이 타임 약 3천 시간이 될 정도로 열심히 즐겨왔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가지고 기다린 게임이다.
하지만 출시와 동시에 부정적 평가를 대량으로 받으며 스팀 '대체로 부정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구글에서도 평균 이하의 점수인 3점대를 기록했다.
■ 게임을 못 만든 것은 아니다.
전작인 섀도우버스는 명작이라고 하긴 힘들다. 그래도 '하스스톤'을 기반으로 하면서 자신만의 시스템을 넣은 게임성은 나쁘지 않았다. 모바일 게임답게 한판을 최대한 빠르게 끝내도록 한 설계도 취향이 맞는다면 좋았다.
섀버 월즈 비욘드는 전작을 극적으로 발전시켰다. 엑스트라 PP를 활용해 선후공 밸런스를 극적으로 메웠고 초진화를 통해 게임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어 긴장감을 더했다. 당연히 그래픽과 이팩트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여기에 더해 사이게임즈의 최고 장점인 아트 또한 전작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을 보여줘 유저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비판이 쏟아질까. 우선 많은 유저는 BM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 전작의 BM은?
전작은 이 장르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싸게 즐길 수 있는'게임이었다.
유료 재화로 뽑기를 할 때는 다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인게임 재화와 무료 카드팩을 많이 제공 했다. 그리고 게임을 꾸준히 할 경우 카드를 제작하는 데 사용하는 자원 또한 넘쳐나기 때문에 필요한 모든 카드를 입수해도 남을 정도였다.
■ 월즈 비욘드의 BM은 진짜 악독한가?
섀버 월즈 비욘드는 전작보다 조금 더 비싼 게임이다. 재화를 얻는 법은 전작과 거의 같다. 일퀘를 하고 가끔 열리는 이벤트를 통해 골드와 카드 팩을 입수하는 것이다. 제공되는 양도 전작에 비해서 조금 더 많아졌다. 단, 게임을 시작한 전작 팬들이 처음으로 놀라는 것은 5배가 올라간 물가다. 무료 재화로 구매하는 카드 팩 가격이 5배로 올랐다.
여기에 더해 카드를 제작하는 데 사용하는 자원의 입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워진 것이 치명적이다. 이는 게임을 즐기는 데 사용할 덱을 만들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유저들은 약한 덱을 어떻게든 사용해 무료 재화를 벌어서 덱을 강화하거나 많은 현금을 사용해서 뽑기를 해야 한다. 그밖에도 전작에 비해 유저에게 불리하게 바뀐 부분이 많다.
이런 점들이 모여 출시 초기 기존 유저들에게 큰 비판을 받았다. 물가라는 것은 조금만 올라도 큰 변화를 가져오는데 이 게임은 한 번에 5배가 올랐으니 어쩔 수 없는 결과다. 하루에 한 번 무료 뽑기를 제공하지만 부족하다.
하지만, 게임을 차분하게 해보면 덱 한 개는 금방 구축할 수 있다. 2탄 기준으로 게임 밸런스도 좋아져서 어떤 덱을 구축해도 해볼 만하다. 그리고 덱 한두 개만 만들면 그다음부터는 조금씩 재화가 모인다. 또한, 유료 재화를 구매해 카드를 입수하면 더 빠르게 놀 수 있다. 놀랍게도 게임을 오래 할수록 이번 BM은 적절한 수준이다. 전작이 너무 싸게 놀수 있어 비교적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특히 2탄 확장팩이 출시한 직후 스팀 전체 판매 순위에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더해 일본 앱스토어에서는 1위를 달성했다. 진짜 BM 효율이 나쁘고 게임을 못 만들었다면 이런 반응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전작에 비해서 BM이 부담스러워진 것은 확실하지만, 객관적으로는 어떻게든 할 만하다는 증거다.
■ 그럼 무엇이 문제?
기자도 5배 물가를 봤을 때 조금 화가 났지만, 금방 덱을 구축하고 게임을 즐기면서 "전작이 너무 싸긴 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두 번째 확장팩 출시 이후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카드 게임에서 즐기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카드 배틀이다. 이 게임의 목적은 상대방과 카드 덱을 활용해 승부를 벌이고 승리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앞서 전한 대로 분명 발전했다. 정말 재미있어졌다.
문제는 이 두 번째다. 바로 덱 구축이다. 카드 게임에서 덱을 만드는 것은 배틀 이상으로 중요하다. 유저 각자 작전을 세우고 이것이 먹힐지 아닐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를 맛봐야 한다. 대신에 생각한 대로, 혹은 그 이상으로 작전이 잘 먹힐 때가 카드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다.
전작에서는 스킨은 몰라도 카드를 얻기 굉장히 쉬웠기 때문에 적어도 덱을 구축하고 이것저것 해보는 재미만은 다른 게임보다 좋았다. 하지만 섀버 월즈 비욘드는 전작에 비해 이 느낌이 많이 부족하다.
■ 자유로운 시도와 쉬운 접근성이라는 장점을 잃은 섀버
점차 줄어들고 있던 부정적인 평가가 신규 확장팩이 나오면서 급증한 이유는 이 시점에서 유저들에게 재화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수집형 게임에서 신규 캐릭터가 나오고 뽑기권을 제공하지 않은 것과는 게임 장르상 차원이 다른 상황이다.
섀버 월즈 비욘드도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신규 스타터나 미션을 달성하면 카드 팩을 약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재화들은 모두 게임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거나 한 뒤에 받아야 의미있는 요소들이기 때문에 혼란만 가중됐다.
전작보다 자원이 엄청나게 부족해졌기 때문에 함부로 덱 구성을 바꾸기 힘들고 실험하는 것도 부담된다.
여기서 유저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두 가지뿐이었다. 하나는 천천히 자원을 모으면서 다른 유저가 만든 확실히 강한 덱을 따라서 제작하거나 많은 돈을 사용해 카드를 입수하는 것이다. 카드 입수가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유저들이 지갑을 열어 매출을 올랐지만, 대신 소중한 것을 잃은 셈이다. BM이 사소하게 변화한 것만으로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엄청나게 변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 장점을 잃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카드 발매 텀이다. 전작은 세 달에 한 번 확장팩이 나왔고, 그 사이에 유저들은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밸런스가 잘 맞는 시기에는 한 시즌 동안 몇 번이고 메타가 바뀌거나 대세 덱이 끊임없이 수정될 수 있었다.
또한, 이 기간동안 다음 확장팩 출시를 대비해 자원을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카드 팩이 출시되도 아무것도 못하고 손가락만 빨아야 할 수도 있게 됐다.
섀버 월즈 비욘드는 처음 두 확장팩은 한 달 간격, 이후 두 달 간격으로 출시된다. 전작에서 다양한 환경을 경험해 본 유저들을 위해 빠른 서비스를 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첫 대형 업데이트에서 유저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게 된 셈이다. 이것이 지금 스팀에서 보여주고 있는 '민심'이다.
결론을 내리면 섀버의 신규 BM은 전작 비해 유저들에게 부담하는 부분이 늘었다. 엄청나게 가혹하지는 않다. 게임은 분명히 진보했고, 재미도 있는 편이다. 그리고 이에 걸맞게 객관적인 매출 지표도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평가가 나쁜 이유는 '자유로운 덱 구성'과 '쉽게 즐길 수 있는 카드 배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작에 있던 가장 호감 갔던 요소가 사라진 것이다. 이제 와서 이 부분을 수정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는 섀버 월즈 비욘드만의 새로운 매력을 빠르게 유저들에게 보여야 한다. 아직 매출이 나온다는 것은 유저들의 기대가 남아 있다는 증거다. 서둘러 새로운 매력을 유저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급선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