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현 개발력의 상징, 글로벌 도전 선봉장
그가 '빅게임'과 '공격적 도전 방식'을 강조한 이유
"한 발 늦었다. 하지만 끝난 게임은 아니다."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가 6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돌아왔다. 그 시작을 알리는 기조강연에서 넥슨게임즈 박용현 대표가 한국 게임계가 마주한 글로벌 시장의 현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박용현 대표는 현재 넥슨 개발력의 상징이다. 넥슨게임즈 대표직에서 '블루 아카이브'와 '퍼스트 디센던트' 등 해외 시장 화제작을 연달아 개발했고, 2024년부터 넥슨코리아 개발 총괄을 겸임하면서 한국 게임 개발의 방향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강연은 현재 국내외 게임계가 마주한 현실을 짚으며 시작했다.
국내 PC 온라인 게임은 2020년대 게임이 점유율에 거의 없을 만큼 정체에 빠졌고, 모바일 게임도 신작 진입이 어려워지고 있다. AAA 게임 역시 1조 원에 육박하는 개발비와 판매량 압박으로 한 번 실패 위험이 커졌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공격적인 글로벌 진출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한국 게임이 세계 진출에 한 발 늦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끝난 게임은 아니다"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이 가진 강점은 존재한다. 실리콘밸리처럼 개발비가 한없이 비싼 구조가 아니며, 라이브 서비스 경험이 풍부하고, K컬처가 글로벌 유행하고 있고, 빅게임 경험도 예전보다 많이 쌓여 있다.
그러나 몇년 후 이런 장점도 상쇄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개발비는 매년 상승하고 있고, 타국도 이제 라이브 경험을 따라오고 있으며, K컬처 유행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기회의 문은 앞으로 수년 뿐이며, 지금이 바로 거친 바다로 나가야 할 때"다.
박 대표는 '빅게임'의 정의도 다시 갖춰야 함을 강조했다. "우리 기준 대작이 아닌, 낯설 글로벌 시장에서 기존 강자들과 경쟁할 빅게임이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직접 글로벌 게임계에 부딪쳐본 경험을 공유했다. 기존 지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해외로 게임을 판매하는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게임을 만드는 방법 역시 달랐다.
대표적 예시가 마케팅이다. 국내 마케팅은 사전등록, 캐릭터 선점, 론칭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광고를 포함해 출시 전 2달 동안 집중해서 이루어진다. 그전까지는 게임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는 점도 특징이었다.
반면 해외 게임은 몇년 전부터 계획적으로 트레일러를 공개한다. 5~6년 전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흔하며, 화제가 된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 같은 중규모 게임 역시 1년 전부터는 트레일러를 내왔다.
특히 첫 트레일러부터 게임 플레이가 공개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방식은 개발진에게 부담이 가기 때문에 효율을 위해 국내에서 기피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박 대표는 "2개월 마케팅 방식은 땅이 좁은 한국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해외는 뉴욕이 강남보다 유동인구가 적을 정도로 사람이 흩어져 있고, 매력적인 트레일러로 미리 기대감을 높이지 않으면 아예 팔리지 않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방식을 잘 하는 곳이 중국이다. '원신'이나 '검은 신화: 오공' 등 대형 게임은 트레일러를 통해 전 세계에 충격을 주며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게임이 되었고, 실제 게임도 대성공했다. 최근 '팬텀 블레이드 제로'와 '실버 팰리스'도 트레일러로 이목을 끄는 사례다.
그동안 한국 게임들은 스토리 표현을 효율적으로 처리했다. 반면 글로벌 게임들의 스토리텔링은 영화처럼 화려하고 사치스럽다. 모든 대화에 표정 변화와 인물 동작이 함께 한다. AAA 게임의 경우 일회용으로 소모되는 콘텐츠 양도 차원이 다르다.
이를 채우기 위한 방법은 인력이다. 전체 투입 인원은 천명이 넘어도 여러 지사로 나누어 개발 후 이어붙이는 방법이나, 다수 소규모 개발조직이 콘텐츠 단위로 책임지고 개발하는 방법이 해외에서 사용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다.
대규모 조직은 구성부터 난관이다. 만들어본 적 없는 게임은 실게 설명해도 서로 다른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앞서 말한 트레일러는 그런 대규모 조직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영상으로 바로 보여줄 수 있어 비전을 통일하기 쉽고, 사람을 모을 때도 수월하다.
박 대표는 "'알려진 미지'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미지가 있지만, 하나 확실한 점은 많은 경험자들이 그 문제를 먼저 마주했고 이를 돌파해 빅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라면서 "우리는 후발주자로서 더 효율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기회의 문은 아직 열려 있지만, 영원히 열릴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면서, "한국 게임이 남은 숙제를 빨리 풀고 '빅게임'을 통해 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