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문의, 협업 업체 연락에도 베데스다 무응답... MS도 입장 없어
심의 신청 없는 의도적 한국 패싱, 이유 추측도 불가능한 '난제'

베데스다 신작 '엘더스크롤4: 오블리비언 리마스터'의 한국 지역락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이유와 입장을 들을 수 없다.

베데스다는 23일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발표와 함께 글로벌 동시 출시를 단행했다. 오픈월드 RPG의 새로운 세대를 연 명작의 귀환에 전 세계 게이머들의 구매와 플레이가 이어졌다. 당일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스팀 동시접속자는 최대 19만 명에 달했다.
 
그러나 한국은 언어 미지원은 물론, 스팀과 엑스박스 모두 게임 구매 페이지에 지역 접속 차단이 걸리면서 수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스팀 게임 키 등록도 먹히지 않아 정상적인 방법으로 한국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임플은 지역락 소식을 전달한 23일 오전 1시경, 곧바로 베데스다 프레스 메일을 통해 정식으로 이유를 문의했다. 스팀과 게임패스에서 지역 접속 제한이 걸린 이유, 제한이 일시적인지 혹은 영구적인지, 추후 입장 발표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베데스다는 24일 오후 현재까지 응답이 없다. "언론 문의가 접수되었으며, 문의에 감사하다"는 자동 응답 회신이 남은 흔적 전부다. 또한, 베데스다와 협업 경험을 가진 업체들조차 이번 사건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베데스다, MS 모두 무응답... 게임위 "심의 신청 받거나 지역락 건 적 없어"

심의 지연으로 인한 출시 보류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오블리비언 리마스터는 한국 등급분류 신청을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또한 게임위는 관련 게임에 대한해 지역 제한 등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즉 베데스다는 처음부터 한국을 피하려 했으며, 지역락도 자의에 따라 직접 걸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스타필드' 등 한국어 지원 없는 베데스다 전작들도 심의는 모두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보다.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관리하는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 한국 지사, 그리고 본사 역시 문의에 답변하지 않는 상태다. '오블리비언 리마스터'는 게임패스 페이지도 지역락이 걸려 있다.

반면 게임 소개 페이지와 트레일러는 한국어로 구성됐고 구매 링크도 걸려 있다. 단 구매 버튼을 누르면 접속할 수 없다고 출력된다. 페이지를 제작한 곳이 있는데, 그 주체는 물론 국내 퍼블리셔 유무마저 모호하다. 업계 전체가 물음표만 띄울 수밖에 없다.

■ 협업 경험 국내 업체들 "우리도 모르고, 답변도 못 얻었다"

관련 홍보 및 유통 업무를 대행한 적 있는 업체들에도 지속적인 탐문을 거쳤다. 그러나 모두 "MS와 베데스다에게 공유 받은 것이 없으며, 우리 역시 본사에 확인을 위해 여러 차례 직접 문의했으나 아직 답변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퍼블리싱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을 건너뛰는 해외 업체도 많으며, 이 경우 특별한 국내 협업 업체를 두지 않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면서도 "출시가 전혀 어렵지 않은 규모의 글로벌 게임사가 일부러 지역락을 걸면서까지 한국 구매를 틀어막는 일은 처음 보는 것이라 나 역시 이유가 궁금하다"고 답했다.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지역락 조치는 베데스다가 입을 열지 않는 한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구매 허용은 특별한 비용이 들지 않으며, 한 시장의 접근 전체를 제한할 경우 게임사에게도 손해일 뿐 아무 이득이 없다. 

유저들 역시 "순수하게 경영진이 어떤 이유로 한국을 너무 싫어하는 것 아니냐", "스타필드 악평 러시 때문에 스팀 평점을 더 소중히 하려는 것 아닌가" 등 상상에 의한 추측을 쏟아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성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기이한 상황 속에서, 게이머들의 불신과 분노만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지역 락이 걸린 국가는 한국, 그리고 전쟁 범죄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는 러시아뿐이다. 외부 구매 게임 키조차 등록이 불가능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길용찬, 주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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