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사상 독보적 낮은 평가 '문명7', 발매 취소 사태 'FM25'
발전 없는 모습에 팬들 지적... 악마의 게임 재정립 필요성도

'타임머신' 수명이 다 된 것일까. 아니면 일시적인 재정비일까.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가장 독보적인 사랑을 받은 2종 IP의 신작 소식이 뒤숭숭하다. 전략 시뮬 최강자인 '문명7'은 역대 가장 낮은 평가에 고전하고 있다. 스포츠 시뮬레이션의 제왕 '풋볼매니저(FM) 25'는 발매가 취소되는 시리즈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들을 표현해온 대표적인 명칭은 '악마의 게임'이다. 게임을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울 만큼 중독성이 넘쳐 일상 생활을 방해한다는 밈이 붙기 때문. 타이틀 하나만 수천 시간을 플레이한 유저가 다수 나올 정도다. 'FM' 시리즈의 경우 유럽에서 '이혼제조기'라는 별칭이 따로 붙기도 한다.  

잠시 즐긴 것 같은데 엄청난 시간이 삭제되는 경험 때문에 타임머신 게임이라는 별칭도 있다. 본래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HOMM)'과 함께 3대 악마의 게임으로 묶였지만, HOMM 시리즈가 먼저 침몰하면서 보통 나머지 두 게임을 부르는 명칭이 됐다. 

그런데 올해 들어 '악마'들이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연달아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면서, 악마의 게임 목록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현세대 싱글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의 수익성 문제 역시 재차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문명7'은 9년 만에 재등장하는 문명 시리즈 신작으로 출시 전 기대감을 집중시켰다. 현세대에 맞게 진화한 그래픽과 연출, 게임 중 지도자와 문명을 새롭게 조합하는 독특한 시스템이 핵심 특징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메타크리틱 리뷰 스코어는 80점으로 역대 타이틀 중 독보적으로 낮으며, 유저들의 스팀 평가 역시 긍정 51%로 '복합적'에 머물러 있다. 스팀 동시 접속자도 출시 일주일 만에 최대 5만 명 이하로 가라앉아 빨간 불이 켜졌다. 

혹평 이유는 다양하다. 현대 시대가 사라져 뒷맛이 허전하며, UI가 너무 크고 불편하다는 말이 나온다. 자신과 타 세력에서 계속 바뀌는 문명 조합도 재미보다 번거로움이 크다. 지나치게 간략화된 조작에도 후반 최적화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쓴소리가 나온다.

지난 '문명6'도 전작들에 비해 평가가 다소 엇갈렸는데, 악평이 더욱 짙어지면서 문명 시리즈의 금자탑에 위기가 감지된다. 또한 출시 직후부터 고가의 DLC를 연속으로 판매하는 사업 정책도 계속 이어지면서 기존 팬들의 쌓인 불만도 터지고 있다.

'FM25'는 내년 나오는 시리즈의 연장선이었지만, 이번 작은 특히 큰 변화가 기대됐다. 유니티 엔진으로 교체와 함께 더욱 섬세한 포지션 지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다만 신규 엔진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여성 리그가 추가되는 대신 국가대표 감독직이 사라지는 것도 논쟁 대상 중 하나였다.

엔진 교체 어려움을 이유로 개발이 두 차례 연기됐다. 지난해 11월 초에서 연기를 거듭하자 3월 출시까지 예정을 변경했다. 가을에 시작하는 유럽 축구 시즌을 고려할 때 3월도 너무 늦은 시기였다. 급기야 출시 완전 취소가 결정되고 예약구매 환불을 진행했으며, 다음 출시작에 집중한다는 게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시리즈에 큰 발전이 없어 쌓여간 팬들의 불만이 불거졌다. 2025년 플레이 기회가 사라지면서 전작 FM 2024의 로스터 패치도 공식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사후지원 관련 문제도 다시 대두된다. 'FM26'은 신뢰를 다시 되찾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시작하게 됐다.

한때 시대를 호령한 'HOMM' 시리즈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한때 시대를 호령한 'HOMM' 시리즈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게임 시대가 바뀌고 트렌드가 돌면서, '악마의 게임'도 다시 정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고개를 든다. 

차세대 유저들이 밤잠 잊고 몰입한 대표 게임들은 '마인크래프트', 더 최근 세대로 내려가면 '로블록스' 등 샌드박스 장르 및 플랫폼에 더 가깝기 때문. 시뮬레이션 장르에서도 '크루세이더 킹즈' 등 패러독스 인터랙티브의 게임들이 존재감을 발휘하는 추세다.

시뮬레이션 게임 자체에 대한 수익성 문제도 과제다. 마니아층이 탄탄하지만 대중 접근성이 높지 않고, 모바일 플랫폼에 익숙한 어린 세대에게 점차 매력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DLC 판매를 늘리고 있으나 매력 더하기가 아닌 쪼개기 판매 논란이 생긴다. 우선 본편 재미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문명과 FM 시리즈는 개선을 통해 유저 만족도에 힘쓸 것이라는 발표를 나란히 던졌다. 그들이 악마의 모습으로 되돌아올지, 결국 시대 변화의 파도가 새로운 게임들을 그 자리에 올릴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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