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고마움이 모이는 장소~
홍대에 아름답게 새겨진 이별 공간, 3월 3일까지 운영
"장례식이냐고요?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소중하죠."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전시회 '고마움이 모이는 장소'가 DUEX 홍대 2관에서 1월 8일부터 열렸다. 행사는 3월 3일까지 열리고, 예매 후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자유롭게 찾아가 관람이 가능하다.
2011년 처음 출시해 아이돌 마스터 IP 분가 시작점을 알렸고, 일본 모바일 게임 지형을 크게 바꾼 소셜 게임이다. 하지만 시대에 떠밀리면서 차기작 '데레스테'에 바통을 자연스럽게 넘겼고, 결국 2023년 3월 30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한국도 2014년 출시했지만 흥행 부진으로 1년 만에 이별을 겪은 바 있다.
시리즈가 국내에서 완전히 철수한 찰나에 예상치 못한 행사였다. 팬들 사이에서는 '장례식'이나 '추모식' 등 자조 섞인 표현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관람객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심었고, 오래 갈 애정과 추억을 남기는 IP다. 데레스테까지 포함해 가늘고 길게 즐겨온 한 사람의 프로듀서로서 일찌감치 예매한 후 주말 홍대를 찾았다. 앞으로 영영 오지 않을 자리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전시장에 입장하면 신데렐라 걸즈 190명 캐릭터 모습이 모두 담긴 대형 일러스트가 P들을 마중한다. 여기서 자신의 애정 캐릭터가 연관성 깊은 동료들과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찾는 재미부터 쏠쏠하다.
모퉁이를 돌면 게임 속 프로듀서의 책상을 그대로 구현한 전시물과 수없이 마셔온 드링크가 놓여 있다. IP를 대표하는 뉴 제너레이션즈 3인방 판넬, 그 오른쪽으로 모든 캐릭터가 한 번씩 대표 카드 일러스트를 노출하는 전광판이 있다. 신데렐라 걸즈를 대표하는 인기곡들도 꾸준히 들려왔다.
소셜 게임으로서 걸어온 길을 요약한 연대표는 벽 한 면을 가득 채웠다. 2011년 11월 28일 아이돌 84명과 함께 게임을 출시할 때부터 2025년 이번 전시회가 열리기까지 14년간 기록이다. 그중 2023년 이후 공백은 갑자기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몇 걸음 더 걸으면 전시회 메인 공간이 나온다. IP 3속성인 큐트, 쿨, 패션 아이돌 공간이 각각 분리되어 통일된 색감을 이룬다. 크기와 배치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아이돌의 카드 일러스트를 한 장씩 꼼꼼하게 담고 있다.
각 속성별로 기둥 위 장식물도 다르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것 역시 현장에서 느끼는 소소한 재미다. 푸치마스 버전 SD 캐릭터도 190명 모두 속성별로 진열됐다. 모바마스와 데레스테 모두 SD 캐릭터를 특출나게 잘 쓴 게임이라 과거 기억을 곧장 떠올리게 만든다.
옆면에는 이번 전시회를 기념한 특별 영상이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 소셜 게임 서비스 중 특히 중요했던 순간들, 상징적인 아트들이 영상 속에 스쳐갔다. 굳이 사진으로 찍지 않고 감상했지만, 마지막 멘트는 게임을 오래 함께 한 사람일수록 깊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2012년부터 총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역대 '신데렐라 걸' 10명을 모은 전당 코너도 존재감이 컸다. 최근 11회 신데렐라 걸 '이브'만 없었는데, 그 시점에서 모바마스는 이미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뒤이어 역대 라이브 공연 실물 의상 전시, 관람객들이 애정을 담아 게임과 아이돌에게 메시지를 보낸 포스트 잇 전시가 지나갔다. 포스트 잇은 현장에 구비되어 누구나 작성해 붙일 수 있었고, 고수 프로듀서들의 퀄리티 높은 그림도 곳곳에 나타났다.
굿즈샵은 종류가 많진 않았지만 매력적인 상품을 엄선해온 느낌이다. 특히 비교적 메인에서 벗어난 캐릭터 담당이라면, 190명 모든 아이돌 중 선택할 수 있는 아크릴 키링과 애정캐 5명을 담는 디오라마 유혹을 참기 어려울 만하다.
신데렐라 걸즈는 일본에서 '데레마스'로 줄여 부르고, 한국은 '신데마스'라는 명칭도 종종 쓴다. 전성기 시절은 아이돌 마스터 전체를 이끌어갈 정도였지만 지금은 세월의 힘에 어느 정도 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서들의 기억, IP 반등을 바라는 소망은 여전히 강하다.
이 게임과 캐릭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면, 추억이 조금이라도 얽혀 있다면 '고마움이 모이는 장소'는 한 번쯤 가볼 필요가 있는 공간이다. 비록 방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한 IP의 역사와 기억을 어떻게 담는지 알려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빛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