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야스케가 주인공인가?" 동양 문화 차별 목소리도
곳곳에서 발견되는 고증 오류... 어쌔신 크리드 정체성 사라져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어딘가에서는 유비소프트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최신작을 둘러싼 논란으로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 모든 논란은 이번 신작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이하 섀도우스)’의 주인공으로 흑인 사무라이 ‘야스케’가 등장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에 흑인 사무라이가 등장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많고 많은 인물 중 “왜 하필” 야스케가 주인공이냐는 것이다.

전쟁의 화마가 들불처럼 일었던 전국시대를 살아간 낯선 피부색을 가진 사내의 이야기는 이야기꾼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다. 앞서 많은 대중 매체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으니, 어쌔신 크리드가 이를 다루지 못할 이유도 없다.

다만 “일본인이 아닌 우리의 눈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이유로 야스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조나단 뒤몽(Jonathan Dumont)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발언은 심히 부적절했다. 해당 발언은 일본, 더 나아가 동양인에 대한 차별로 보이기 충분했고, 결국 흑인이 아닌 캐릭터를 흑인으로 묘사하는 이른바 ‘블랙워싱’ 논란을 종식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름을 부어버렸다.

고증 오류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야스케가 실존 인물인 것은 사실이나, 사무라이는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혹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기존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선 예수 그리스도가 ‘에덴의 수의’로 기적을 행하고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아돌프 히틀러가 ‘템플 기사단’의 일원으로 등장하는데, 실존 인물인 야스케를 사무라이로 묘사하는 것이 뭐가 그리 대수인가.

일리가 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결국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허구의 이야기일 뿐이고, 그렇기에 어느 정도의 각색이 허용된다. 다만 허구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허구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시리즈의 전통을 깨고 굳이 이번 작품에서 실존 인물, 그것도 굳이 야스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에는 그럴만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사실 주인공의 블랙워싱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섀도우스는 역사적 고증에 대한 개발진의 태도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을 받는다.

공개된 컨셉 아트에선 시대에 맞지 않는 문화 요소들이 교묘하게 짜깁기된 것에 더해 중국의 불상과 일본에 살지 않는 긴꼬리원숭이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일본 ‘세키가하라 총포대’의 깃발을 무단으로 도용한 사실도 밝혀져 사과하기도 했다.

야스케의 갑옷에는 오다 노부나가의 가몬이 새겨진 반면, 후쿠치야마 곳곳에는 아케치 미쓰히데의 가몬이 새겨져 있다.
야스케의 갑옷에는 오다 노부나가의 가몬이 새겨진 반면, 후쿠치야마 곳곳에는 아케치 미쓰히데의 가몬이 새겨져 있다.

컨셉 아트 뿐만 아니라 게임 내에서도 고증 오류가 발견됐다. 지난 6월 공개된 게임플레이 시연 영상에선 사무라이 복장을 한 야스케가 후쿠치야마 지역을 탐험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런데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었던 야스케가 혼노지의 변을 일으킨 아케치 미쓰히데의 가몬으로 장식된 지역을 아무렇지 않게 활보하고, 심지어는 마을 사람들이 그에게 태평히 인사를 전하는 것이 아닌가. 이는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한복판을 지나는 인민군 복장의 군인을 시민들이 환대하는 격이다.

앞서 말했듯 야스케를 사무라이로 묘사한 작품은 많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섀도우스에 고증 오류를 지적하는 것은 섀도우스가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 있어 훌륭한 역사적 고증은 하나의 정체성이다.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바이킹 시대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 이를 체험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 투어’를 별도로 출시할 정도로 이들은 역사 고증에 막대한 노력을 쏟았다. 그랬던 이들이 이번 작품에선 고증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으니, 특정 역사와 문화에 대한 경시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본에서는 섀도우스의 발매를 중단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현재까지 8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동참할 정도로 많은 반발이 일고 있다. 시리즈의 정체성인 역사 고증을 저버리고 흑인 주인공을 내세운 이유가 무엇인지 명백하게 드러내지 않는 이상, 작금의 불만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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