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중 푸에르토리코 출신자 집에 쿠바 국기 걸려... 개발사 실수 인정
중동 검열 피해 성소수자 표현 요소 삭제해 논란
[게임플] 지난 20일 출시 후, 하루 만에 250만 장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흥행에 성공한 ‘마블 스파이더맨 2’가 잇따른 논란에 휩싸였다.
며칠 전, 본지는 마블 스파이더맨 2의 성 중립 언어 사용에 대해 다룬 바 있다.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 등 라틴어를 모어로 한 무수한 언어들처럼 스페인어 역시 문법적 성(性)을 구분한다. 다만 이 성은 단순한 문법적 구분일 뿐, 그것이 남성적 혹은 여성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문법적 성을 구분하지 않는 성 중립 언어를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이러한 움직임이 게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게임 내에서 성 중립 언어가 사용됐다. 이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그런데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자의 집에 쿠바 국기를 거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작품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마일즈 모랄레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게임 내에서 들어갈 수 있는 그의 집엔 푸에르토리코가 아닌 쿠바의 국기가 벽 한 면을 장식하고 있었고 이를 유저들이 발견했다.
쿠바와 푸에르토리코의 국기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실제로 푸에르토리코의 국기는 쿠바의 영향을 받아 푸른색 삼각형에 붉은 줄이 그려졌지만, 쿠바의 국기는 붉은색 삼각형에 푸른 줄이 그어져 있다. 개발사 인섬니악 게임즈는 이를 실수라 해명하며, 조속히 수정할 것이라 밝혔다.
여기에 더해 한 해외 게임 전문 매체는 마블 스파이더맨 2가 중동 시장 진출 과정에서 성소수자를 표현한 요소들을 모두 삭제했음을 확인해 이를 보도했다. 일부 국가에선 적발 시 사형이 선고될 정도로 동성애를 엄격히 금지하는 중동 주요 국가들의 검열을 피하고자 이를 삭제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상기의 논란을 두고 이 주제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인종이나 성별 등에 관한 편견을 지양하는 ‘정치적 올바름(이하 PC)’은 우리 사회의 안녕과 공존을 위해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 중요한 담론이다. 다만 이 기조가 헤게모니에 휘둘리고 특정 집단 혹은 특정 요소에 국한될 때, 담론의 가치는 변질된다.
이번 논란에 대해 국내외 많은 유저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단순히 PC 요소가 포함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올바름을 지향하면서 누군가에겐 민감할 수 있는 국적 문제에서 실수를 범하고, 동시에 게임 출시를 위해 정치적 올바름을 지향하는 태도를 포기하는 이중적인 행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