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티메이트 팀 모드, 판타지는 '비현실'과 다르다
선수와 리그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게이머들의 생각 먼저 들어야

[게임플] EA의 FIFA 시리즈는 오랫동안 축구 게임의 판타지를 이용해 유저의 니즈를 채웠다. FC24에서 선보인 하이퍼모션V 시스템처럼 더 사실적이고 더 정교하게 선수들을 조작할 수 있도록 발전을 거듭했다.

이번 시리즈에도 사실적인 움직임을 프로모션 전반에 앞세우고 있다. ‘축구 같은 움직임’, ‘축구 같은 플레이’, ‘축구 같은 모습’을 강조한다. 유저는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움직임의 선수들을 조작하며 스포츠 게임의 판타지에 몰입한다. 

FC24 얼티메이트 팀 모드에 혼성팀이 등장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들은 대부분 이를 이유로 거부한다. 여성 선수가 남성 선수와 그라운드에서 함께 경쟁하고 비슷한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 사실성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샘 커’가 ‘음바페’와 몸싸움을 벌일 때 이 게임이 곧 사실적이지 않음을 금방 깨닫고 말 것이라고 한다. 움직임은 사실적이지만, 내용은 사실적이지 않은 것이다.

EA는 이에 대해 FC24의 얼티메이트 팀 모드가 ‘판타지 모드’임을 직접 알려줬다. 지난 IGN과의 인터뷰에서 선임 프로듀서 샘 리베라는 “얼티메이트 팀은 이미 유저가 실제로 함께 경기할 수 없는 선수로 구성된 팀을 만들 수 있는 판타지 모드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로 그렇다. 유저들은 게임에서 현실에는 여러 이유로 존재할 가능성이 현저히 적은 자신만의 팀을 만들었다. 얼티메이트 팀 모드는 애초에 두 개의 판타지가 상충하는 셈이었다. 유저들은 두 톱니가 꽤 잘 맞물려 작동하고 있다 생각했지만, 이번 FC24에서 두 판타지는 결별을 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EA는 과감하게 하나를 취하기로 했다. 그들은 더 사실적인 것을 원한다면 ‘킥 오프’ 모드가 준비되어 있다고 말한다. 가끔 현실과 게임을 혼동하는 유저들의 잘못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게임 내에서는 언제나 모든 판타지가 펼쳐질 수 있으니까.

격투 게임 장르에서 남성 캐릭터와 여성 캐릭터가 서로 때리고 제압하더라도 아무도 불만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스포츠 게임 장르에도 이런 문법이 통할 수 있다. 이해 불가능한 영역은 아니다. 그들이 판타지 모드라고 천명했기 때문에 더욱 이해하기 쉽다.

2022 여자 유로 우승팀 잉글랜드
2022 여자 유로 우승팀 잉글랜드

EA는 FC24와 축구를 중심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묶고 싶다는 비전을 내비쳤다. EA의 수석 프로듀서 존 셰퍼드는 동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팬에게 스포츠를 소개함으로써 해당 스포츠의 성장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축구를 중심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묶고 싶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FC24로 기존 시리즈 팬들에게 여자 축구 리그를 소개함으로써 스포츠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비전이다.

여자 축구는 실제로 리그 관심도와 인기가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축구 본고장인 잉글랜드에서 열린 2022 여자 유로 경기 결승전에는 약 8만 7천여 관중이 입장했으며 이는 남자 유로 경기에도 나오지 않은 신기록이다. 남자 유로 2020 결승전 관중이 6만 7천여 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2만 명이나 넘는 관중을 동원한 것이다. 여자 축구는 EA의 도움 없이도 이미 자생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1억 5천만 명의 팬뿐만 아니라 10억 명의 팬을 연결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발언은 EA의 진심을 의심하게 만든다. 할리우드 영화계가 전 세계로 시장을 넓히면서 백인 남성 위주의 시선을 영화에서 점차 거두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시장 외연 확장을 위한 선택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얼티메이트 카드팩에 선수가 함께 등장한다면 유저는 기존보다 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원하는 선수를 뽑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유저들은 이미 때때로 원치 않는 선수를 뽑으면서 불쾌한 경험을 하고 있다. 만약 그게 여성 선수라면 그 선수의 이름이 다른 의미로 각인될 수도 있다.

의도적이고 상업적인 장치로 정치적 올바름을 사용하면서 그렇지 않은 척 대중을 속이는 매체들이 가끔 있었다. 이는 진영 어느 측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일이며 존중하는 태도도 아니다. 물론 FC24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으며 게임성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카드팩 구성 역시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

EA는 FC24 보이콧을 선언한 유저들을 단순한 성차별적인 태도로 바라보고 있다. 배틀필드5 때와 마찬가지로 ‘언에듀케이티드’한 소수의 발언인 셈이다.

만약 개발진이 진지하게 리그와 선수들을 아끼고 있다면 시리즈 팬들과 충분한 설명과 이해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진심으로 축구로 세계를 통합하고 싶다면 시리즈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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