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감성, 국가를 신선하게 초월한 협업... '윈윈' 성장전략 및 문화 코드로
[게임플] 게임 속에 다른 게임이 보인다. 이제는 신기하지 않은 현상이다. '컬래버'는 어느덧 일상이 됐다.
'collaboration'은 우리말로 '협업'이라는 뜻을 가진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컬래버레이션'이 맞는 표기지만, 일본어에서 영향을 받은 '콜라보레이션' 표기도 널리 쓰인다. 게임에서는 서로 다른 기업들이 협력해 상대방의 IP를 자신의 게임에 반영하는 사례로 나타난다.
'콜라보 단골'이라는 칭호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임은 '길티기어' 시리즈다. 길티기어와 협업한 게임은 하나씩 다 적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다. 추산해볼 때 30종은 능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길티기어 콜라보가 없다면 콜라보 자체를 하지 않는 게임"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길티기어는 대전격투 게임 가운데서도 캐릭터 개성이 뚜렷하고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하기로 유명하다. 개발사 아크시스템웍스가 일찌감치 협업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도 했다. 특히 음악에 대한 평이 매우 좋아 어디에 등장해도 좋은 연출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콜라보 선호에 큰 역할을 했다.
하츠네 미쿠 역시 이에 못잖은 단골이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보컬로이드 캐릭터로, '프로젝트 세카이' 시리즈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유저들 사이에서 "미쿠와 콜라보하는 게임은 대부분 침몰한다"며 '사신' 밈이 퍼지기도 했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워낙 많은 게임과 활발히 협업하기 때문에 그중 악재도 다수 발생하는 것에 가깝다.
캐릭터를 향한 강력한 팬덤, 보컬로이드 특성상 활용이 유연하다는 장점에 힘입어 게임을 넘어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스며들었다. 국내 게임사 가운데서는 넥슨이 2013년부터 '마비노기'에 하츠네 미쿠 상품을 출시하면서 시대를 앞선 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서브컬처 분야에서 컬래버레이션은 흔하다. 특히 애니메이션과 연계된 협업 콘텐츠가 활발하다. 다양한 미디어에서 IP를 소비하는 유저층을 겨냥한 전략으로, 실제 비용 대비 효과도 강렬하게 나오고 있어 향후에도 각광받는다. 최근 예시로는 마작 게임 작혼의 '코드기아스' 콜라보 열풍이 대표적이다.
서구권에서 기업 단위로 '컬래버 장인' 반열에 오른 곳은 에픽게임즈다. '포트나이트' 속에 40종이 넘는 외부 컬래버레이션을 실시해 매번 기록적 성과를 냈고, '폴 가이즈' 인수 뒤로 수많은 컬래버 상품을 통해 매출과 유저 만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막강한 자본력과 트렌드를 읽는 역량이 어우러지면서 나온 결과다.
마블 코믹스와 나루토, 갓 오브 워 등 창작 IP 외에도 BTS, DJ 마시멜로, 페라리, 트래비스 스캇, 르브론 제임스, 존 시나, 아리아나 그란데에 이르기까지 협업이 극히 까다로운 실존 브랜드와 인물을 상대로도 콜라보를 성사시켰다. 아티스트의 경우 게임 내에서 가상 콘서트까지 개최하면서 메타버스 문화 콘텐츠 역할을 하기도 했다.
국내 게임사 가운데서는 넥슨 '카트라이더' 시리즈의 컬래버가 활발하다. 진라면, 소닉, 신한은행, 배달의 민족, NCT 127 등 대중적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확장 시너지를 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 이르러서는 포르쉐에 이어 BTS 캐릭터 브랜드인 BT21 상품을 내놓는 등 해외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게임 장르 특성상 컬래버가 필수로 떠오른 분야도 있다. 바로 리듬액션 게임이다. 서로 이득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곡이 곧 콘텐츠인 특성을 가지며, 명곡을 무한히 빠르게 만들어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서로 곡을 주고받으면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패턴을 소화해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 자리잡았다.
타이토의 '그루브 코스터'는 타 게임과 곡 제공이나 곡 영입을 모두 수없이 성사시키며 리듬게임 컬래버의 기본 틀을 만들어냈다. 그밖에도 레이아크의 '사이터스'나 '디모', 페로게임즈의 '뮤즈대시' 등이 대표적인 컬래버 단골로 꼽힌다.
국내 리듬게임 영역 확장의 대표격은 네오위즈의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V'다. 과거 '소녀전선'과의 깜짝 컬래버부터 시작해 넥슨, '츄니즘' 등 뜻밖의 협업을 이뤘다. 특히 과거 국산 리듬게임 경쟁작이었던 '이지투온 리부트: R'과의 협업은 유저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컬래버의 매력은 익숙함 속 신선함에서 나온다. 다른 곳에서 스쳐지나갔던 스토리와 캐릭터가 자신이 즐기는 게임에 등장하고, 이것이 게임에 따라 또다른 모습으로 변화해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
사업적으로도 '윈윈' 관계다. 오랜 시간 게임을 한두 가지만 즐기는 게이머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여러 계기를 통해 새로운 게임을 접하고 함께 플레이하거나 옮기기도 한다. 협업을 통해 양쪽 모두 유저 유입 계기를 만들고 시장을 함께 키워나가는 효과를 볼 수 있어 각광받는 방식이다.
더 나은 성장을 위한 컬래버레이션이 장르, 감성, 국가를 초월해 등장하고 있다. 교환 마케팅에만 치중한다면 콘텐츠는 곧 지루해지겠지만, 새로운 조합은 또다른 영감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하나의 문화 코드가 된 콜라보가 나아갈 다음 길이 벌써부터 궁금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