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세한 전장 속, 자기를 표현할 재기 넘치는 아이템들

[게임플] "이 게임이 최소한의 매출을 보장할 수 있을까?"

도전적인 게임을 볼 때마다 반가우면서도, 한켠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게 된다. 수익에 지나치게 욕심을 내도 유저들이 떠나가지만, 반대로 수익을 내지 않는 게임 역시 아무리 사랑을 받아도 생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넥슨 신작 '워헤이븐'은 과거 '마비노기 영웅전'과 '야생의땅: 듀랑고'를 개발한 '파파랑' 이은석 디렉터의 백병전 PvP 게임이다. 지난해 '프로젝트 HP'라는 가제에서 워헤이븐으로 정식 명칭을 확정지었고, 현재 스팀 글로벌 테스트를 통해 누구에게나 플레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디렉터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선함은 여전히 살아 있다. 백병전 장르는 해외에서 종종 등장했지만 국내 개발은 매우 생소하다. 타격감과 전술에서 특유의 스타일이 느껴지고, 단체 전투의 참맛도 드러나 호평 속 테스트가 이어지고 있다. 

우려는 있었다. 이 장르는 페이투윈 과금을 넣을 수 없다. 그런데 워헤이븐은 무료 플레이 게임이다. 기본 패키지 가격을 지불하는 해외 백병전 게임들과 다르다. 어딘가에서는 수익을 낼 상품이 필요했다. 

구매 욕구를 자극할 만큼 매력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 워헤이븐은 이 '매력적 상품'을 향해 무수한 고민을 거친 흔적이 보인다. 

정석은 성능에 좌우되지 않는 순수 치장이나 시즌패스 관련 상품이다. 하지만 백병전 도중에 남의 아바타나 스킨을 감상할 시간 따위는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통해 구매 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 답은 게임 시스템에서 캐릭터 노출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워헤이븐은 캐릭터 카드 개념이 존재한다. 병종이나 영웅마다 캐릭터 외형을 조정할 수 있고, 이를 각각 카드화해 인게임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밴픽 뒤 로딩 화면에 팀원과 적들의 프로필이 나열되는 개념과 유사하다.

캐릭터 카드는 게임을 시작할 때 자신의 분대에 보이며, 우수 플레이 4인 중 하나로 선정될 때마다 총 32명의 유저에게 자신의 카드가 나타나기도 한다. 캐릭터 카드에 포즈, 배경, 테두리 등을 모두 커스터마이징 가능하다.

의상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된다. 상의, 모자, 무기 등 여러 부위에 각자 아이템이 존재한다. 이런 치장 요소는 인게임 보상으로도 여럿 얻게 되는데, 차후 상점 메뉴에서 구매도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라이트 장면도 꾸미는 재미가 있다. 전투가 끝나면 한 명의 최고 장면이 선정되어 마치 '오버워치'처럼 리플레이가 상영된다. 아직 선정 기준은 패치가 필요하지만, 매력적인 연출을 담고 있어 즐길 가치는 충분하다. 이 장면 역시 자신이 꾸민 대로 나온다.

하이라이트에 선정된 유저는 그 병종에 따른 대사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모두에게 전한다. 전장의 영웅처럼 멋있는 대사를 남길 수도 있고, "당근이 먹고 싶다"는 등 엉뚱한 말을 내뱉는 것도 가능하다. 이 대사도 향후 보상이나 판매로 다양하게 제공이 가능해 보인다.

그밖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감정표현이 가능한 스티커, 시즌 패스에 탐험 요소를 결합한 월드 패스 등 꾸미기와 편의성에서 매력적으로 넣을 만한 상품이 떠오른다. 넥슨이 수많은 IP를 가진 만큼 콜라보 아이템도 생각해낼 수 있다. 이미 테스트 버전부터 토끼 머리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표현을 유도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분석해도 워헤이븐이 막대한 매출을 올릴 게임은 아니다. 다만 유의미한 성과를 가지고 오래 운영할 만한 기초는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스팀 플랫폼에서 그 정도로 자리를 잡는다면, 넥슨의 시장 확대와 IP 연동에 중추 역할이 가능하다.

워헤이븐이 넥슨 PC-콘솔 라인업을 선두에서 이끄는 '가디언'이 될 수 있을까. 게임성도, 사업적 구조도 아이디어와 가능성이 빛난다. 이제 출시 시기까지 다듬고 완성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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