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바크 스튜디오 신작 익스트랙션, 스팀 동접 46만 돌파 '광풍'
'TPS'이기 때문에 가능한 재미 포인트, 시점 단점 보완한 설계
"왜 FPS가 아니라 TPS였을까?"
슈팅 게임에서 시점 차이는 게임계 태동기부터 존재했다. 자기 캐릭터가 보이지 않고 완전히 캐릭터 시점에서 사격하는 1인칭 게임, 한 발 뒤에서 캐릭터의 등을 보며 움직이는 3인칭 게임의 차이였다. 1인칭은 FPS, 3인칭은 TPS로 장르 명칭이 정립됐다.
서구권에서 3인칭이 인기를 끌기 어렵다는 인식은 '포트나이트' 이후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비슷한 게임이면 1인칭을 선호하는 비중이 더 높다. 3인칭은 시야각이 넓고 안전하게 주변 정보를 얻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대 유저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서로 숨어서 버티는 교착 상태가 지루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넥슨 엠바크 스튜디오 신작 '아크 레이더스'는 수많은 익스트랙션 슈팅 신작 가운데 3인칭으로 차별화를 둔 게임이다. 게임 완성도, 최적화, 성취감, 변수에서 나오는 재미 등 여러 부분에서 호평이 이어지며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0일 스팀 기준 동시접속자 46만 명을 넘으면서 신작 중 최고 인기를 증명했다.
다양한 장점 가운데 중요한 것은 3인칭 익스트랙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립했다는 것이다. 아크 레이더스를 계속 즐길수록 느끼게 되는 점이 있다. 3인칭이 더 적합한 것을 넘어, 반드시 3인칭이어야 하는 게임이다.
아크 레이더스는 기계 생명체 '아크'에 점령당한 세계에서 지상 물자를 탐색하러 오가는 레이더들의 삶을 그린다. '타르코프' 등 다른 익스트랙션 장르는 다른 유저와 조우할 때 9할 이상 곧장 전투가 벌어지지만, 이곳은 상황에 따라 손을 잡는 빈도가 매우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인 아크가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유저끼리 싸우다 아크가 난입하면 공멸이다. 낯선 상대를 만났을 때 "쏘지 말자(Don't Shot)"를 외치면서 서로 평화로운 파밍을 추구하는 '돈슛단'은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아크 퇴치를 함께 도우면서 든든한 동료가 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뒤통수를 맞을 위험은 언제든 있다. 요란하게 소음을 내야 하는 탈출구 특성, 하이에나처럼 탈출구 뒤에 매복한 다른 유저 등 여러 환경이 맞물리면서 스페란자로 귀환하기 1초 전 마지막 순간까지 방심하지 못하게 만든다.
다른 익스트랙션에 비해 협력이 유연한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NPC 적들인 아크가 한번 삐끗하면 목숨이 날아갈 정도로 강력하고, 또 하나는 3인칭 시점의 장점 부각이다. 3인칭으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안전한' 지형에서 인식하기 더 편하기 때문이다.
1인칭은 서로 존재를 모르다가 코앞에서 갑자기 마주치는 경우가 있고, 이 경우 협력을 제안하기 쉽지 않다. 반사적으로 공격하게 된다. 반면 3인칭은 총이 닿지 않는 뒤에서 상대를 파악하고 동태까지 관찰할 수 있다. 잠시 마이크를 켜고 대화하거나, 행동 양식만 보고 나서도 협력을 원하는지를 파악 가능하다.
1인칭이면 매우 불쾌했을 장치는 맵 내부에 많다. 예를 들어 '파묻힌 도시' 속 지하철 탈출구는 열차를 불렀을 때 반대쪽 문이 같이 열린다. 서로 어색하게 눈이 마주칠 수 있어서 재미있는 설계인데, 3인칭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준비를 하거나 마지막 협상을 해볼 여지가 존재한다.
각종 드론이나 로켓티어 같은 비행형 아크도 3인칭이기 때문에 밸런스가 맞다. 만약 '헬다이버즈2'가 3인칭이 아닌 1인칭 게임이었다면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상상해보자. 1인칭에서 수평 축을 넘어 모든 공중 방향까지 돌려보며 위협을 체크하려면 피로도가 막중하다. 멀미 유발 우려도 크다. 한 걸음 뒤에서 넓은 시야각을 잡는 3인칭이어야 가능한 아크 설계다.
아크 레이더스가 1인칭이었다면, 강력한 다른 유저에 더해 더 강력한 상위 아크의 감시망에서 살아남기 지나치게 어려웠을 것이다. 순수하게 '운'으로 갈릴 수도 있었다는 것이 문제다. 모서리를 돌다가 소음 없이 기다리던 아크와 눈을 마주치면 답 없이 상황이 꼬여버릴 수 있다.
1인칭으로 설계한 뒤 불합리한 죽음을 막기 위해 아크 위력을 낮출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경우 아크로 인한 긴장감과 변수도 같이 내려갈 수밖에 없고, 차별화 없이 평범한 익스트랙션 슈터 중 하나로 남았을 가능성이 높다.
3인칭은 슈팅 게임에서 약점도 크다. 하지만 아크 레이더스는 그것을 전술적으로 보완한 게임이다. 게임 초기는 자리 '알박기' 후 행패를 부리는 레이더들에게 짜증이 날 수 있지만, 점차 파밍할수록 당장 그 장소에서 뛰쳐나오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롭게 만드는 가젯이 가득하다.
이 게임의 흥행 돌풍 요인은 다각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 가운데 3인칭만의 재미를 주기 위해 개발진이 얼마나 고민했는지, 어떤 설계를 첨가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아크 레이더스는 분명, 올해 신작 중 기획과 슈팅 디자인에서 독보적인 게임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