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페이커 사진과 멘트 따라한 게시물 SNS 공개
"상의도 없이 정치에 써먹지 마라"... 항의에도 멘트 인용 계속돼
대통령 후보가 '페이커' 이상혁 선수 사진을 SNS 홍보에 무단 사용하면서 e스포츠 팬들의 분노와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5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자신의 공식 SNS에 '페이커'와 본인 사진을 나란히 게시했다. 페이커의 상징과도 같은 '쉿' 손가락 포즈를 똑같이 따라한 사진을 공개하는 한편, "내가 책임질께 끝나 끝나"라는 멘트를 함께 적었다.
관련 손동작은 페이커의 시그니처 포즈로 불린다. 수년 전부터 사용해 글로벌 팬들의 큰 호응을 샀으며, 이후 월즈 우승을 두 차례 추가하면서 그의 위업을 상징하는 의미로 자리잡았다. 한국조폐공사에서 월즈 5회 우승 기념으로 제작해 5월 7일 출시하는 페이커 기념 메달 역시 이 포즈를 담고 있다.
"내가 책임일게 끝나 끝나" 역시 페이커의 대표 명대사를 차용한 것이다. 2021년 LCK 스프링에서 소속팀 T1이 부진에 빠져 있을 때, 당시 1위 젠지를 상대로 마지막 교전에서 승리한 뒤 게임을 끝낼 수 있다는 확신으로 팀원들을 이끈 말이다. 이후 T1은 기적적인 반등을 거듭해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사진이 게재된 직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비롯한 e스포츠 전체 팬들의 항의가 댓글을 통해 빗발쳤다. 페이커는 LoL을 넘어 글로벌 프로게이머 최고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인물이다. 이를 상의 없이 정치 행위에 이용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이유다.
함께 올린 사인 사진도 의문을 남긴다. 2022년 9월 페이커 사인이 남겨진 곳 아래에 본인의 사인을 새로 넣어 촬영한 것. 마치 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오해할 수도 있는 구도다.
팬들은 "접점도 없는 페이커 선수를 선거 유세에 사용하지 말아달라", "젊은층을 타겟으로 한 것 같은데 오히려 나락을 가게 생겼다", "타인의 명예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 것 자체가 매우 거북하다" 등의 반응으로 불쾌감을 표하며 글 삭제를 권고했다.
그러나 김 후보 측은 사진을 내리는 일 없이 무응답을 계속하고 있으며, 다음 날인 6일에도 똑같은 멘트를 사용한 SNS를 게재해 팬들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으로 정계 활동을 시작한 뒤 경기도지사를 연임했으며, 윤석열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다. 지난 5월 3일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해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선출됐다.
'페이커' 이상혁이 소속된 T1은 현재 2025 LCK 2라운드 일정을 소화 중이며, 리그 3위에 자리잡은 상태로 치열한 순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자의를 떠나 정치 이슈에 휘말리면서 구단 및 선수의 집중력이 저하되지 않을까 하는 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