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걸렸고, 너무 내용이 없으며, 너무 회피할 뿐인 3줄 입장문

디나미스원의 성의 없는 '3줄 입장문'에 팬들의 마지막 남은 미련마저 사라졌다.

디나미스원은 '블루 아카이브' 핵심 인력 중 일부가 퇴사해 설립해 기대를 모았으나, '프로젝트 KV'의 유사성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린 개발사다. 급기야 넥슨게임즈 비공개 프로젝트 'MX 블레이드' 영업 비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지난 2월 경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18일 오전, 박병림 대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입장문을 통해 "수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우나, 혐의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면서 "조사에 적극 협조해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말이 전부다. 

법인 설립 후 대표 및 관계자 명의로 공식 멘트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프로젝트 KV에 얽힌 논란에서도 책임 지는 사람은 없었다. 첫 입장에서 세세하고 명확한 메시지가 나오지 않을까 희망도 있었다. 그러나 "상상보다 더 아무 의미가 없는 입장문"이라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경찰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시점은 2월 24일이다. 3주 이상,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대응을 논의하고 사정을 밝힐 기간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문은 인사 부분을 제외하면 단 세 줄에 불과했다.

짧은 내용 가운데서도 특별한 내용은 없었고, 문장 역시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사건에 휘말린 상황에서 '사실이 아니다'도 아니고,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는 것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기 때문. 

압수수색은 법원, 검찰, 경찰 모두 의혹에 합당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할 때 실행 가능하다. 사실에 입각한 정황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확실하게 부정해야 억울한 여지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점에서 확답을 미루고 있다. "이러면 경찰 측 조사를 확신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박병림 대표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는 이유로 수사 중인 사안임을 들었다. 하지만 특정 부분을 지정해 '이것은 사실 이렇다'고 명시하는 것 정도는 수사에 영향이 없다. '다크앤다커'의 아이언메이스 역시 압수수색을 당한 뒤에도 핵심 쟁점은 강력히 부정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현재 디나미스원이 법적으로 받는 의혹은 유출에 방점을 찍는다. 넥슨게임즈 재직 시절부터 내부 'MX 블레이드' 핵심 정보를 무단 반출하고, 법인을 신설해 게임 개발에 활용하기로 모의했다는 정황이다. 

"우리는 퇴사 후 창작한 자료만으로 게임을 개발했다"고만 적어도 현재 논란에 대해 하나의 주장이 완성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을 선뜻 꺼내지 못한다는 것은 그 이유에 대해 추론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프로젝트 KV' 발표 당시, 디나미스원은 게임에 대한 모든 소통을 오직 일본어로만 진행했다. 한국 개발사가 한국어를 일체 쓰지 않는 것도 신기한 풍경이었다. 공식 SNS에 처음으로 한국어가 나타난 순간은 프로젝트 개발 중단 공지였다.

반면, 이번 압수수색 입장문은 한국어로만 작성됐다. 또 일본 유저 다수가 사용하는 X(트위터)는 올리지 않아 오직 국내 뉴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처음부터 일본 시장을 집중 공략하던 곳이기 때문에, 아직도 일본에 퍼지는 것은 최대한 꺼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여론은 바닥 아래 지하에 내려섰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정리된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내용이 없다는 점, 그마저도 반박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이 핵심 비판거리다. 필요한 활동은 다 수행하면서 해명이 필요한 일에만 입을 다물고 있던 점 역시 비판을 받는다. 디나미스원은 3월 10일에도 2D 배경 원화가 채용 공고를 올렸다. 

압수수색 뉴스가 이어질 때도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지켜보자는 여론이 극소수 존재했으나, 이제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디나미스원을 비판하는 모양새다. 모든 아군을 잃은 디나미스원이 다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법적 판결 전에 반전을 쓰기 위해서는, 모든 태도와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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