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니컬, 게임쇼 시연에 비해 완전히 달라진 전투 시스템 재미
최적화와 스토리 전달 깔끔, 공장 자동화가 플레이 피로만 없다면
"대체 얼마나 이 악물고 뜯어고치신 거예요", 초반 플레이부터 혼잣말로 튀어나온 한 마디 감상이다.
'명일방주: 엔드필드(이하 엔드필드)'가 17일 한국어 버전 CBT로 국내 유저들을 찾아왔다. 하이퍼그리프의 전작 '명일방주' IP를 기반으로 만든 3D 오픈월드 RPG다. 탐험과 전투 외에도 건설 시뮬레이션 같은 기지 자동 공장화가 있어 관심을 끌었다.
작년 초 테크니컬 테스트, 그리고 TGS와 지스타까지 각국 주요 게임쇼에서 유저를 만나왔다. 당시 플레이와 시연을 따라간 느낌은 간단했다. 확실한 고정 유저층을 붙잡을 수 있는 게임, 다만 폭넓은 유저 확장은 어려운 게임.
그런데 그 평가를 뒤집어야 할 것 같다. 재미있다고 느낄 잠재적 유저 폭이 몇 배는 늘었다. 아쉬웠던 부분의 절대 다수는 더 이상 말도 꺼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얼마나 피드백을 받고 게임 개선에 매달렸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 다른 게임이 된 전투, 이제는 재미가 있다
게임 인상이 바뀐 이유는 한 가지로 요약된다. 전투 대변신이다. 그동안 시연에서는 실시간 액션이 밋밋한 점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오죽하면 당시 "역동적 액션을 기대하는 유저는 이 게임과 맞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명시했을까.
그런데 몇 달 사이 액션의 기본 시스템부터 갈아엎었다. 우선 음향 효과로 타격감을 많이 올렸고, 회피 및 대시가 추가됐다. 이것만으로 전투 템포나 조작감이 확실히 올랐다.
단순히 회피를 추가한 것으로 끝이 아니다. 스킬 방향을 정할 때마다 템포가 느려지던 게임은 더 이상 없다. 회피 직후 카운터 공격이 있고 스킬은 실시간으로 더 직관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연계 공격도 훨씬 끈끈해졌다. 각 캐릭터 특징에 따라 기본 공격 콤보를 끝까지 넣는 등 여러 조건에 따라 연계가 존재하는데, 이를 조합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실시간 콤보가 만들어진다. 이 연계는 예전에 전략 이제 순수하게 실시간 액션 RPG라고
남은 과제라면 다중 전투 매커니즘 정비다. 동료 캐릭터들이 동시에 나와 싸우는 만큼 이들의 AI를 더 다듬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 이 역시 많이 나아진 느낌이지만, 여전히 불필요한 곳에 걸어가 혼자 맞는 경우가 종종 있다. 파티원 움직임만 더 깔끔해진다면 전투는 더 바랄 것이 없다.
■ 전작보다 훨씬 깔끔한 스토리 전달, 이미 건드릴 곳 없는 최적화
스토리 유입도 전작에 비해 매력적으로 변했다. 명일방주가 깊고 풍부한 세계관을 가졌지만, 이를 전달하는 내러티브는 큰 약점이었다. 난해한 고유명사가 너무 많고 당장 전개 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반면 '엔드필드'는 같은 개발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스토리 전달이 깔끔하고 분명하다. 대사를 쉽게 썼고, 번역도 그만큼 깔끔하다는 의미다. 명일방주를 전혀 모르던 유저도 프롤로그 플레이만으로 기본 설정과 현재 상황을 충분히 파악할 것이다.
PC 플랫폼 기준으로 최적화는 이미 완벽에 가깝다. 실행 로딩부터 아주 짧고 프레임 문제도 느껴지지 않는다. 시험 삼아 그래픽을 최저 옵션으로 내려봤는데 그럼에도 그래픽과 모델링 표현은 충분하다. 저사양 유저도 높은 퀄리티를 즐기기 좋을 것으로 보인다.
UI/UX 디자인 센스는 하이퍼그리프가 가지고 있던 최고 무기 중 하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일견 복잡해 보이는 공장 라인 설계도 정보가 직관적으로 나오고 조작도 어렵지 않다.
자동화 공장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게임에 영향을 미칠지는 하루 이틀만에 알기 어렵기 때문에, 추가 플레이를 계속하면서 이 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분명한 점은 현기증 내는 PV의 모습에 비해 의외로 컨트롤과 관리가 쉽다는 것이다.
과금 모델은 정식 출시에서 변화 여지가 많지만, 기본적으로 '원신류'로 불리는 반천장 방식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가볍다. 80뽑기에 반천장인데 65회 정도에서 확률 보정이 시작되고, 완전 천장은 훨씬 낮다.
인게임 콘텐츠만 진행하면 재화를 풍성하게 주는 편이고, 완전히 새로운 기능으로 돌파를 강요하는 모습도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또 무기는 80회 확정에 40회에 반천장 기회가 있어서 순수 플레이만으로 원하는 것들을 얻기 적당한 구조다.
■ '해묘'식 감성과 아이디어, 이제 완성도를 얹었다
기본 포지션은 비슷하다. 모두가 좋아할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독보적인 영역이 취향에 맞는다면 헤어나올 수 없을지도 모를 게임이다.
중국 서브컬처 오픈월드 게임은 꾸준히 퀄리티가 발전했지만 기본 게임성은 '원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향후 신작들도 대부분 그럴 전망이다. 그런데 '엔드필드'는 그저 다르다. BM만 더 가벼운 형태로 차용했을 뿐, 전체 플레이 매커니즘을 완전히 독자적인 모습으로 구성했다.
이제 정말 출시가 기대되는 수준까지 왔다. 만듦새만 보면 내일 당장 정식 출시해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해묘 PD 특성상 본인에게 확실한 느낌이 올 때까지 다듬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래도 올해 출시는 전혀 문제가 없지 않을까.
하이퍼그리프는 중국 게임사 중 호요버스와 함께 전 세계에 통하는 서브컬처 감각을 가진 곳이다. '엔드필드'는 초기 판단이 서지 않았지만, 이제 대변신을 거치면서 그 감각을 다시 확신할 수 있었다. 그저, 빨리 정식으로 즐기는 날이 왔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