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게임 개발자, 실제 게이머들의 목소리가 닿아야 했다
"20년을 기다렸는데, 2분이라도 시간 더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24일 오후, '김성회의 G식백과'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김성회 씨가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 한복판에서 내뱉은 말이다. 김 씨는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인 21만 751명이 청구한 게임 검열 철폐 헌법소원의 청구인 대표로 이 자리에 섰다.
게임 사전검열은 현재 게이머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다. 하지만 갑자기 생긴 문제는 아니다. 긴 시간 응축된 불만이 마침내 터져나온 것에 가깝다.
게임법 제32조 제2항 3호, '3223법'이라고 별명이 붙은 이 법안은 "범죄 폭력 선정성을 지나치게 묘사해 모방 범죄가 우려될 경우 차단될 수 있다"는 모호한 내용으로 게임 검열과 차단 근거가 됐다.
2022년부터 2년 동안 글로벌 최대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뚜렷한 절차 없이 한국에서 차단된 게임은 500여 종이다. 매달 평균으로 따져도 17종이 넘는다. 별 문제 없어 보이는데 차단되는 경우도, 훨씬 자극적인데 아직도 구매 가능한 경우도 있다. 엄연히 창작물인 게임에서 검열과 통제가 특정 몇몇의 취향에 의해 결정된다는 불만이 나온 이유다.
■ 실제 '게임'과 밀접한 사람들의 의견이 필요했다는 것
이번 국정감사에서 나온 발언을 주목한 근본적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에서 게임은 다른 분야의 문화적 작품들과 다른 취급을 해왔다. 2024년 10월 24일 이전까지, 모든 정무부처 현안을 논하는 국정감사 자리에서 게임을 직접 만드는 사람과 직접 이용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
범위를 더 넓혀도 마찬가지다. 과거 셧다운제에서 현재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현안에 이르기까지, 실제 게임 이해도가 높은 이들의 입장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증언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이용 문제가 나올 때마다 게임의 장르별 특징도 구분하지 못하는 의사들이 중독을 진단하고, 학부모 단체를 부르고, 종교 단체가 강단에 선다. 물론 게임에 친화적인 측의 말도 듣는다. 문제는 그 범위가 매우 좁았다는 것이다.
게임 산업이 인정받기 시작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정치인들이 큰 자리에서 부른 대상은 거대 게임사 대표 등 경영인에 한정됐다. 산업 진흥, 혹은 기업 관련 논란만이 국정감사 논의 대상이었다.
각종 미디어 보도에서, 질병코드 등재 반대측의 입장은 "게임산업 위축 우려" 같은 말로 정리된다. 그 이전에 중독 효과를 부정할 수 있는 연구 자료가 충분한데도, 마치 중독을 감추고 산업 이득을 취하려는 것처럼 프레임이 형성된다.
이 역시, 대부분 게임사 경영인 및 협회 입장만을 취해 반대 논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당사자들이 빠져 있었다.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일선 개발자들과 그 산업을 향유하는 게이머 및 전문가들은 말하고 싶지만 할 수 없었던 말이 수십 년간 쌓여 있었다.
김성회가 어떻게든 더 얻으려 한 '2분'이 그만큼 간절해 보였던 이유다.
게임 사전검열 문제도 이런 기반에서 출발한다. 영화, 드라마, 소설, 전시 등 수많은 문화 콘텐츠가 허용하는 수준의 내용이 오직 게임에서만 용납되지 않는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 볼 수 없는 게임 통제가 한국은 지금도 살아 있다. 실제 만드는 사람, 실제 소비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의와 검열, 창작의 자유. 이런 주제는 결국 창작과 소비 경험자들의 의견이 들어가야 한다. 그들 역시 객관적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소비해본 적 없는 사람들보다는 전문적이다.
■ 문화 콘텐츠 발전은 '창작자와의 대화'로 완성된다
1996년, 헌법재판소는 영화와 음반을 대상으로 사전심의가 헌법상 검열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판정을 내렸다. 이는 더욱 자유로운 창작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됐고, 발전하는 창의성을 통해 K-영상물이 글로벌 전역에 명성을 떨치는 결과로 나타났다.
게임은 오히려 역행했다. 불법 도박기기인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일반적인 게임마저 싸잡아 규제 홍수에 말려들었다. 그 과정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이것을 통합 관리하는 주체로 탄생했다. 도박 기기와 게임을 같은 부서에서 다루게 된 것이다.
한국 영상물에서 글로벌 흥행작이 탄생하면 감독이 정부나 국회에 초대받아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게임 디렉터가 정계에 서는 일은 사회적인 운영 논란 때뿐이었다. 게임만이 받는 검열매체로서 시선은 그렇게 지금까지 왔다.
게임 사전검열 철폐를 향한 21만 명의 헌법소원, 그리고 이번 국정감사 스피치는 국내 게임계에서 큰 전환점으로 남을 수 있다. 실제 게이머들의 뜻을 담은 발언이 국회에 기록을 처음 새긴 순간이다. 게임의 표현을 위해 위해 반드시 전해야 하는 말이었으나, 너무 오래 닿지 않았던 말이다.
게임을 둘러싼 인식 차이는 게임과 가장 가까운 이들의 목소리가 바꿀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목소리와 단어가 전해져 게임 창작을 위한 문장을 완성하길 빈다. 수십 년 동안 문을 두드렸고, 마침내 첫 걸음에 들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