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법 제32조 제2항 제3호 겨냥 "무차별 게임 검열 근거 된 악법"
스팀 성인게임 대규모 차단, 심의거부 논란으로 개선 목소리 쌓여
도 넘은 검열에 반대하는 국내 게이머들의 목소리가 대한민국 헌정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유튜브 '김성회의 G식백과' 채널을 운영하는 김성회 씨는 8일 밤 신규 영상을 통해 '게임검열 철폐를 위한 헌법소원' 전자 서명이 14만 4천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 역대 최다 헌법소원 서명이다.
서명은 지난 5일 같은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 시작했다. G식백과는 '우리는 게임검열을 부순다'는 문구와 함께 게재한 영상에서 게임악법을 없애야 하는 취지를 설명하며 헌법소원 링크를 안내했다.
서명은 모두싸인의 전자서명 시스템을 활용했으며, 게임이용자협회장을 역임 중인 이철우 변호사가 개인정보보호 책임자를 맡았다. 개인정보를 입력한 뒤 동의 버튼을 누르면 서명이 완료되며 서명인에게 비용은 청구되지 않는다.
헌법소원 소식이 빠르게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동참자 물결도 거세졌다. 진행 측에 따르면 하루 만에 10만 명 이상의 서명이 확인됐으며, 증가세를 감안할 때 9일 기준 15만 명을 돌파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헌법소원 대상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2항 제3호를 겨냥한다. 게임물 제작 또는 반입에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을 불허한다는 것이 골자다.
해당 조항은 게임 검열 문제와 맞물려 남용 우려가 꾸준히 지적됐다.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는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지나치게 크며, 이런 독소조항 없이도 기본적인 심의는 가능하기 때문. 지난 '단간론파 V3' 사례와 같이 정치적인 판단으로 죄 없는 게임이 심의거부로 희생되는 사태가 실제 나타나기도 했다.
이 부분이 법적 근거로 사용되면서 2022년부터 스팀 성인 게임 차단이 거세지자 게이머 불만은 더욱 커졌다. 2022년 6월 21일 이후, 스팀에서 국내 접속이 차단된 게임수는 월 평균 17.3종에 달한다.
오히려 언제 차단당할지 모르니 일단 게임을 사두자는 '한정 에디션' 효과가 발휘되며 성인 게임들의 인기 순위가 치솟는 기현상까지 나타난다. 또한 음란 게임이 아니라도 언제든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구매 권한이 막힐 수 있기에 불안감도 커진다.
스팀 성인 게임을 뚜렷한 기준 없이 원천 차단하는 국가는 한국, 중국, 베트남 등 극소수에 한정된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인정받은 국가에 한할 경우 한국이 유일하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역시 변화의 움직임은 보인다. 지난 8월 '게임물등급분류 기준 등 개선방안 연구'를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국내 게임물 심의제도 개선을 위해 해외 기준과 차이점을 조사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도출하겠다는 취지다.
같은 시기, 그간 BIC 발전 등 인디게임 육성에 이바지해온 서태건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대화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진다. 단 여전히 가혹한 검열의 법적 근거가 존재하고 게임위가 집행 기관에 지나지 않는 이상, 근본적으로는 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현재 퍼지는 여론이
김성회 씨는 영상을 통해 "게임만 다 풀어주는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게임만 받는 서러운 개취급을 딱 '한국 평균'까지만 올려달라는 것"이라며 "검열로 인해 직접적, 간접적 피해를 받은 업계인 분들의 참여 메일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