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유저 유치와 기존 유저 만족 사이에 선 MMORPG
복잡한 생태계... 어려워지는 밸런스, 해법은 있을까?

MMORPG 장르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경량화', '단순화'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명확한 성장'과 '보상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MMORPG라는 우산 아래 다양한 게임들이 존재하지만, 각 타이틀은 고유의 방대한 세계관과 복잡한 게임플레이, 그리고 독특한 유저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다양성으로 인해 MMORPG 장르를 단일한 이론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MMORPG 시장에서 관찰되는 트렌드는 일정한 방향성을 보여 주목할 만하다.

자료: 픽사베이
자료: 픽사베이

■ MMORPG 장르에서 유저들이 소비하는 자원

대규모 멀티플레이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장르의 핵심 재미는 플레이어 캐릭터의 '파워' 성장에 있다. 이 '파워'는 레벨, 아이템, 스킬 등의 절대적 지표와 PvP, PvE 성과 같은 상대적 지표로 구현된다.

대부분의 경우, 정량화된 수치로 표현되며, 게이머들은 이를 획득하기 위해 시간과 돈이라는 두 가지 자원을 투자한다. 게임의 서비스 모델에 따라 이 두 자원의 가치 비중은 상이하다.

통념상 국내 PC MMORPG는 시간 투자에, 모바일 MMORPG는 돈에 더 비중을 두는 것으로 인식되나, 실제로는 개별 타이틀과 유저의 게임 환경에 따라 경험이 다양하여 일반화하기 어렵다. "무과금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주장과 "과금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상반된 의견이 공존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투자한 자원에 상관없이, 최근 MMORPG 장르 유저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게임을 이탈하는 이유는 게임이 유저들이 자원을 투자하고 난 다음 얻게 되는 ‘파워’ 성장과 보상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블리자드의 대표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가 최근 ‘내부 전쟁’ 확장팩으로 호평받고 있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시간 투자 대비 성장 및 보상 기대치를 높였다는 데 기인한다.

한 마디로 “게임이 가벼워졌다”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게임에 입문할 때 특별히 익혀야 할 기술이 없고, 게임의 가이드대로 움직이면, 게임의 후반부 콘텐츠를 즐기는데 무리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과 적은 과금에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돌아온 유저들로 북적인다.

 

■ 성장 단순화 및 가속화

과거 MMORPG 장르는 일종의 소셜미디어의 기능을 했다. 엔드 콘텐츠 이후에도 유저들은 자발적으로 게임 내에서 소통하고, 이벤트를 조직하며, 때로는 자체적인 규율을 만들어 일종의 가상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러나 대규모 외부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이러한 기능은 점차 퇴색됐다. 동시에 유저층의 변화와 함께 게임 향유 방식도 진화했다. 현재 유저들은 레이드 공략, 엔드 게임 파밍(그라인딩)과 같은 핵심 콘텐츠의 재미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과거에는 반복적인 성장 구간 자체가 게임 콘텐츠로 인식됐으나, 현재에는 불필요하거나, 빠르게 생략되어야 하는 구간으로 인식된다. MMORPG의 특성상 핵심 재미 요소가 엔드 콘텐츠에 집중되면서, 많은 유저가 성장 구간을 불필요한 과정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많은 게임이 다양한 성장 경험치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결국 이러한 반복적인 성장 구간을 재미로 채우기 위함이다.

더불어 소프트 리셋을 통해 장시간 서비스된 게임의 아이템 및 성장 시스템을 단순화하여, 처음 게임을 접하는 유저도 게임을 공부하지 않고 쉽게 안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로스트아크’ 시즌3가 출시될 때 이와 같은 기대를 안고 시작했으며, 실제로 출시 이후 신규, 복귀 유저도 아이템 레벨 1580, 3T 세팅까지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최근 1600~1620 구간에서 신규 유저들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피드백이 있어, 이를 완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예고하는 등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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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유저를 존중하면서, 신규 유저를 모으자

기존의 많은 MMORPG 장르들이 대격변에 가까운 패치를 통해 신규 유저 친화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지표상으로 성장 둔화세가 보이기 때문이다. 절대 유저풀이 늘어나야만, 수익 창출의 기회가 늘어나며, MMORPG라는 장르를 즐기기 위해 진입한 기존 유저들의 재미와 그들이 소비한 자원 또한 지켜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불가피하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핵심 쟁점은 기존 유저들의 투자(시간 또는 돈)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신규 유저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자원을 제공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기존 유저들은 자신들의 장기간 투자와 노력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할 수 있다. 반면, 신규 유저들은 기존 유저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지 못할 경우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고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존 유저들의 노력과 성취를 존중하면서도, 신규 유저들이 게임에 쉽게 적응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균형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으면 기존 유저들의 불만이 커져 게임을 떠날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게임의 수익성과 생명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장시간 서비스된 게임의 경우 지금까지 쌓아 올린 복잡해진 시스템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변화할 수 있어 더 조심스러워진다.

■ 업데이트마다 생기는 논란과 분쟁

장수 MMORPG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는 '접근성'과 '깊이'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 중요하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으면서도 장기간 플레이할 만한 깊이를 제공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

게임의 서비스 모델, 기초 설계, 현재 유저 기반의 상태 등 다양한 요소들이 방정식에 포함된다.

국내에는 장기 서비스되는 MMORPG 게임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 게임은 풍부한 세계관만큼이나 복잡한 역사와 유저들의 이해관계, 그리고 정교한 게임 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복잡성으로 업데이트마다 논란과 갈등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리셋'이라는 선택은 기존 유저들의 투자와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개발사들은 기존의 복잡한 생태계를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의 MMORPG 타이틀들은 이러한 복잡한 요구사항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율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개발사와 유저 커뮤니티의 긴밀한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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