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마케팅 실책?... 성능보다 가격만 남은 PS5 프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5 프로가 등장과 동시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강력한 기술과 성능으로 지금껏 보지 못한 성능의 콘솔로 등장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강조된 기술과 성능보다 111만 원(699달러)이라는 가격표에 집중하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8년 전 PS4 프로 공개 당시에도 언론과 대중의 반응은 다소 싸늘했다. 당시 외신 포브스는 4K 디스플레이 TV를 보유한 사용자가 많지 않아 PS4 프로의 매력이 반감된다고 평가했다.

기술 분석 매체 디지털 파운드리 역시 가격 대비 성능은 놀랍지만, 4K TV 미보유자에게는 매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다만 뛰어난 4K 구현 성능과 기존 PS4 게임들의 성능 향상에 대해서는 호평받았다.

PS4 프로 모델도 공개 당시 언론과 대중에게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PS4 프로 모델도 공개 당시 언론과 대중에게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2022년을 전후로 4K 디스플레이가 시장에 널리 보급되면서 게이머들은 4K 해상도에서의 높은 프레임 레이트를 추구하기 시작했고, 콘솔에서의 4K 환경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4년 전 출시된 PS5는 그래픽 모드 옵션으로 4K 해상도를 자랑했지만, 30fps로 구동됐고 게임마다 격차가 존재해 네이티브 4K 환경을 완벽히 구현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이번 PS5 프로는 4K 60fps를 목표로 한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수석 설계자 마크 서니는 프레젠테이션에서 향상된 GPU, 레이 트레이싱 성능과 AI 업스케일링 PSSR을 강조했으며, 영상 말미에는 "지금껏 가장 강력한 성능의 콘솔"이라고 덧붙였다.

마크 서니 수석 설계자 (자료: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마크 서니 수석 설계자 (자료: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외신들도 PS5 프로의 기술적 측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디지털 파운드리는 GPU 성능 향상, 레이 트레이싱 성능 개선, AI 기반 업스케일링 기술인 PSSR의 잠재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결국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프레젠테이션 직후 쏟아진 반응은 대부분 PS5 프로 모델의 가격에 관한 것이었다.

프레젠테이션에서 PS5 모델과 프로 모델의 비교 영상이 공개되었지만, 게이머들을 매혹할 만한 급진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스크린샷과 영상으로는 큰 차이를 보이기 어렵고,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 따라 그 차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많은 유저가 커뮤니티에서 "가격과 디스크 드라이브를 제외하고 무엇이 달라진 거냐?"고 묻는 것도 당연하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기술 중심의 변화를 강조했지만, 기술을 체감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를 효과적으로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 엔딩에 이르러 놀랍도록 오른 가격에만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영상과 스크린샷으로는 그 차이를 알아보기 힘들어 보인다. (자료: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영상과 스크린샷으로는 그 차이를 알아보기 힘들어 보인다. (자료: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PS5 프로 모델의 가격이 PS5 디지털 버전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소니의 PS5 프로 모델 전략은 이전 모델들과 달리 시장 장악보다는 프리미엄 사용자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이러한 고가 정책을 정당화할 만한 설득력 있는 요소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프리미엄 사용자층은 물론 일반 구매자들의 관심도 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높은 가격 책정에도 불구하고 디스크 드라이브와 거치 스탠드가 미포함된 점도 비판받고 있다. 특히 디스크 드라이브 미포함으로 인해 기존의 실물 패키지 이용자들은 프로 모델 구매 시 79달러에 판매되는 디스크 드라이브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가격 책정과 더불어 유저에게 선택지를 주지 않았다는 점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또한 패키지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반감도 나오고 있다. 사실 소니의 이러한 선택은 타당하며, 최근 높아지는 디지털 구매율에 대한 대응 중 하나로 해석된다. 지난 3월 소니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PS스토어를 통한 디지털 구매율은 70%에 달하며, 2024년에는 7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최근 소니가 PS 독점작을 PC로 출시하며 플랫폼 경계를 허물고 있어, 콘솔 플랫폼이 가졌던 독점작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점도 프로 모델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더 나은 게임 환경을 원하는 게이머들은 대부분 PC로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결국 시간이 지나면 PC에서 4K 네이티브 환경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성능 측면에서도 이전보다 뛰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도 있다. PS5 프로 모델의 CPU가 PS5 모델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향후 출시될 타이틀이 4K 60fps를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디지털 파운드리는 PS5 프로 모델에서 'GTA6'의 4K 60fps 구동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PS5 프로 모델은 정확한 타겟층을 선정하지 못했거나, 너무 협소한 유저층을 타겟으로 선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플레이스테이션 콘솔 환경에서 더 나은 게임 경험을 원하는 유저이면서 동시에 디지털 매체 저장을 선호하고 PS의 퍼스트 파티 독점작을 먼저 즐기고자 하는 유저에게 적합하다. 그에 응하는 유저 수요가 높을지에 대해서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해외 분석가들은 PS5 프로 모델이 제품 수명 주기 동안 1,500만 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결국 출시 직후 품절 대란이 일어나고 전 세계 게이머들의 관심 속에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는 이후 다가올 콘솔 기기의 변화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가격 책정 등 PS5 프로 모델이 콘솔 게임기의 새로운 기준점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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