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의 공고한 지위
수수료 절감 원하는 개발사들, 새로운 플랫폼 경쟁 구도?
전 세계 최대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은 업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플랫폼 수수료에 대한 게임 개발사와 소비자들의 의심은 커져만 가고 있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PC 게임 유통 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스팀이 앞으로도 ‘1황’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스팀은 이번 여름 할인 기간 중 최대 동시접속자 수 3,690만 명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억 3,200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시장조사기관 VG인사이트(VGInsight)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팀의 2023년 매출이 90억 달러(약 1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PC 게임 유통 시장에서 스팀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말하는 지표다.
하지만 최근 스팀의 독점적 지위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6월 영국의 게이머 소비자 집단이 스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소송의 주요 내용은 스팀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에게 높은 가격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5월에는 폴란드 규제당국 UOKiK(경쟁 및 소비자 보호국)이 스팀과 소니의 PS 스토어를 대상으로 반경쟁적 행위 가능성에 대한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최근 EU가 애플 앱스토어 정책에 대해 규제를 추진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스팀과 애플 모두 30% 수수료율을 고수했다는 점, 그리고 '포트나이트'의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양측의 과도한 수수료 정책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는 점은 흥미롭다.
소비자와 규제 기관의 의심과 함께 게임 개발사 또한 플랫폼 수수료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게임 업계는 대규모 정리 해고, 스튜디오 정리와 프로젝트 취소를 가리지 않고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플랫폼 중심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서 수수료를 절감하고자 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텐센트게임즈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출시 이후 화웨이, 오포(OPPO), 비보, 샤오미 등 주요 제조사의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서 철수시켰다.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중국 외신은 중국 안드로이드 앱마켓의 높은 수수료를 원인으로 꼽았다. 외신 판데일리에 따르면 화웨이 등의 중국 휴대폰 제조사는 자사 안드로이드 앱마켓 수수료를 50%로 책정하고 있다.
2020년부터 텐센트, 넷이즈와 같은 중국 대형 퍼블리셔들이 제조업체와 협력하지 않는 기조를 보였고 이번 텐센트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기록적인 매출은 직접적인 플랫폼 엑소더스에 영향을 줬으리라 해석된다.
5:5라는 터무니 없는 플랫폼 수수료율을 스팀이나 구글, 애플의 앱마켓과 비견할 수는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 사례는 최대 3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플랫폼들의 관행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그간 새로운 경쟁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수수료율이 점차 낮아져 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개발사들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새로운 유통 플랫폼의 등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다만 스팀의 확고한 시장 지위와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수수료 구조를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 스팀을 대체할 플랫폼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스팀의 위상에 필적하거나 이를 뛰어넘는 플랫폼이 등장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적인 경쟁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떠오르는 경쟁자는 '디스코드'다.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성장한 ‘디스코드’는 2024년에 이르러 월간활성사용자수 2억 명을 기록했다. 단순 유저 비교에서 디스코드가 7천 만 명이나 앞선다. 디스코드는 스팀만큼 전 세계 게이머들 사이에 공고한 지위를 갖는 플랫폼이 된지 오래다.
물론 디스코드는 과거 2018년 게임 판매 서비스를 내놨다가 1년 만에 철수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게임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토어로써는 기능하지 못했지만, 최근 여러 기능을 추가하며 커뮤니티 기능을 공고히하고 또 게임 퍼블리셔와의 협력을 긴밀히 유지하고 있다.
디스코드는 최근 5월 블로그를 통해 ‘디스코드의 미래’를 소개하면서 게임 퍼블리셔와 플랫폼 개발자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퀘스트' 기능을 통해 게임 퍼블리셔들이 디스코드에서 직접 플레이어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새로운 'Embedded App SDK'를 통해 개발자들이 디스코드 내에서 직접 게임과 앱을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엄밀히 말해 현재 우리가 보는 두 개 플랫폼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디스코드는 소셜 미디어 기능이 더 강조되며 스팀은 온라인 스토어 기능에 훨씬 가깝다.
다만, 2억 명이 넘는 전 세계 유저 풀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퍼블리셔와 게임 개발자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디스코드가 준비하고 있는 전환점을 예상하게 만든다.
흥미롭게도 지난 27일 스팀은 앱 내 게임 녹화 기능을 선보이며 스팀 친구와 SNS 공유 기능을 강조하기도 했다. 디스코드가 가지고 있던 소셜 미디어의 기능을 플랫폼에 선보이며 소셜 기능을 강화했다.
결론적으로 거대한 성벽과 같은 스팀이 무너지리라 믿기 어렵다. 스팀의 PC 게임 유통 시장 지배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플랫폼 수수료에 대한 개발사와 소비자들의 불만, 규제 당국의 관심 증가, 그리고 디스코드와 같은 잠재적 경쟁자의 성장은 어쩌면 PC 게임 유통 시장을 변화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스팀 역시 이러한 도전에 대응해 소셜 기능 강화 등 플랫폼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환경 변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한편, 게임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규제 기관의 견제와 소비자들의 권리 행사, 플랫폼 간 경쟁은 다양한 선택지 제공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당분간 스팀의 지배력은 유지되겠지만, 시장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