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가입비 반납... 서드 파티 대회 승인 등 달라진 기조
e스포츠 중앙 집중화, 통제 모델 성장 한계... 상생 구조 도모 일환
글로벌 e스포츠 산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최근 게임 IP를 보유한 개발사들이 e스포츠의 중앙 집중화 및 통제 기조에서 벗어나, 개방과 협력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2일 LCK의 T1과 젠지e스포츠가 올해 여름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e스포츠 월드컵(EWC)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T1의 EWC 참가 루머는 EWC에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참가가 알려지면서부터 나온 소식이다. 22일 공개된 EWC 프로모션 영상에서 ‘페이커’가 등장하고 젠지e스포츠 로고가 확인되면서 T1과 젠지의 참가 유력 소식이 국내외로 전해졌다.
이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동안 ‘LoL’ e스포츠는 IP 소유자인 라이엇 게임즈에 의해 관리되고 통합됐다. 2015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등장하고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의 위상과 비중이 커지면서 각 지역 리그는 두 개의 세계 무대로 쏠리기 시작했다.
사실상 전 세계 구단이 상금 규모와 명예가 가장 높은 롤드컵의 시드권 확보를 위해 지역 리그를 치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EWC의 'LoL' 종목 선정은 그동안 라이엇 게임즈의 통제 아래 있던 'LoL' e스포츠의 변화를 예고한다. 수년 만에 라이엇 공식 주최가 아닌 서드파티 e스포츠 대회가 등장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3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LoL’과 ‘전략적 팀 전투(TFT)’의 EWC 종목 선정과 관련하여 “중동을 비롯한 전 세계 지역에 e스포츠 경험 확대를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팀과 선수들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e스포츠 대회의 미래를 보며 "리그 초기와 마찬가지로 국제적인 서드파티 행사가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커뮤니티는 더 많은 국제 경기를 요청해 왔으며, 이 행사는 e스포츠 일정에 영향력이 큰 대회를 추가로 허용하기 위한 광범위한 전략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동안 여러 차례 협력을 시도해 왔으나 어려움을 겪었던 중동 지역 서비스를 확대한다. 라이엇 게임즈는 2020년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와 맞손을 잡았다가 내부의 거센 반대로 하루 만에 파트너십 취소를 알렸다. 또 코로나로 인해 본격적인 진출 계획도 다시 연기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EWC에서 종목 IP를 선보이고 아랍어 현지화 서버 구축 등에 나서며 다시 한번 중동 지역 진출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콜 오브 듀티(COD)’ 리그 구단에 프랜차이즈 가입비를 모두 반납하는 등 과감한 조치를 취하며 리그 개편에 나섰다. 구단 수익과 관련된 번들 상품을 판매하고 대규모 이벤트 개최 조직 팀에게 이벤트 보조금을 늘리는 한편, 구단에 최소 2년간의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측이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지난 2월 제기된 'COD' e스포츠 독점 소송을 연상시킨다.
당시 ‘COD’ e스포츠 프로팀 옵틱 게이밍은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2016년부터 ‘COD’ 리그를 독점하고 경쟁자를 제거하고 토너먼트 주최자에게 라이선스 제공을 거부한 것 등을 문제 삼았다. 블리자드 측은 즉각 실망을 담은 성명을 내며 법적 공방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프랜차이즈 가입비 반납과 같은 파격적인 행보가 포함된 ‘COD’ 리그 개편 및 지원책은 e스포츠 생태계 변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예고하는 동시에 자사의 잘못도 일부 인정하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해 리그 폐지 수순을 밟은 ‘오버워치’ 프로 리그도 올해 1월 부활을 알리며 서드 파티 주최 협력을 강조했다. ‘오버워치’ 프로 리그는 프랜차이즈 도입과 지역 연고제 모델로 NBA에 버금가는 e스포츠 전 세계적인 대회를 꿈꿨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e스포츠 중앙 집중화 실패를 딛고 개방과 협력 모델로 전환한 것이 확인된다.
대형 e스포츠 IP 소유 기업들이 긴 e스포츠 겨울을 지나며 새로운 수익 모델과 지원책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이는 그간 지속되어 온 중앙 집중화 모델의 성장 한계에서 비롯된 변화로 풀이된다.
특히 주목도가 높은 글로벌 대형 이벤트는 구단과 프로 선수들의 이익 창출 기회를 만드는 동시에 서비스 권역 및 잠재적인 유저까지 이끌어낼 수 있기에 앞으로 더 많은 써드 파티 협력 시도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변화는 팬, 구단, 선수 모두에게 긍정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단은 더 많은 브랜드 노출 기회를 얻고, 선수들 역시 더 많은 경쟁 기회를 얻는다. e스포츠 팬들은 다양한 즐길 거리를 얻게 된다.
이와 같은 게임사들의 개방 및 협력 기조가 최근 얼어붙은 e스포츠 산업 전반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